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동작구청 갑질행정... 사업추진 난항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동작구청 갑질행정... 사업추진 난항
사전기획 통과한 촉진계획변경안에 갑자기 8차선 도로확장 요구
사업설명회 2달 지연에 주민들 항의시위 "갑질행정 당장 멈춰라"
  • 김상규 전문기자
  • 승인 2022.12.16 2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우징헤럴드=김상규 전문기자]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이 동작구청의 늑장행정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와 공공사업시행자로 나선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 10월 13일 사업 추진절차에 따라 흑석2구역 촉진계획변경(안) 수립을 위한 사전기획 자문을 완료하고 동작구청에 주민설명회 개최를 요구했다. 하지만 동작구청은 2개월이 지나도록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지 않으면서 주민들로부터 고의적으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흑석2구역의 한 주민은 "구청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재개발사업을 지원하고 인허가를 빠르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실상은 전혀 다르다"라며 "주민 항의가 더욱 거세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서울시 사전기획 내용대로 주민설명회를 신속하게 개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작구청은 사전기획 자문심의를 통과한 촉진계획변경안에 대해 흑석로 8차선 확장이라는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다. 현충원에서 노량진으로 이어지는 간선도로 규모가 6차선임에도 불구, 흑석2구역 옆으로 지나는 왕복 3~4차선 지선을 8차선으로 대폭 확장하라는 것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흑석2구역이 동작구청의 조건을 받아들이려면 현재 4개동으로 계획된 촉진계획변경(안)을 2개동으로 전면 축소해야 하고, 이에 따른 일반분양 물량감소와 사업성 하락, 입주민 안전이 모두 위협받게 돼,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도시계획 전문가들로 구성된 서울시 사전기획 자문위원회에서도 동작구청의 요구조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서울시 사전기획 심의에서 5차선으로 확장이 계획돼 있어, 주택물량까지 감소시키는 무리한 도로확장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도로확장 자체가 흑석2구역의 재개발사업이 추진돼야 가능한 것인데, 사업을 불가능하게 만들면서 도로확장이 필요하다는 주장 자체가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해당 지자체장이 공약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해당 지자체장은 취임 이전부터 동작구청의 출자회사인 ‘대한민국 동작 주식회사’를 통해 정비사업 컨설팅을 지원하고 사업기간을 단축하겠다고 지속적으로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취임 이후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사업에서는 지자체 어느 곳보다도 사업지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진식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은 촉진계획을 변경한 후 교통영향평가 절차가 별도로 남아있는데, 동작구청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관련부서 협의와 연구용역 등을 내세워 대안이 없는 흑석로 8차선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실현 불가능한 요구조건을 빌미로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을 더 이상 지연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동작구청은 서울시가 신속한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사업기간 단축의 일환으로 사전기획 제도를 도입했던 취지를 살펴야 한다"라며 "더 이상 정부와 서울시의 주택정책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흑석2구역 주민들에게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끼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흑석2구역은 획지 형상이 판상형 아파트를 건설하기에 양호하지 않은 여건이지만, 흑석뉴타운 관문지역이자 중심지에 위치한 사업지다. 그동안 지역 노후화에도 불구, 열악한 사업여건 때문에 사업추진이 어려웠지만, 규제완화와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지원하는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에 선정되면서 주거환경 개선의 활로가 열렸다.

해당 사업지는 흑석뉴타운 전체를 잇는 간선도로와 버스노선, 지하철9호선 흑석역 등이 인접해 흑석뉴타운의 교통허브로 여겨지는 곳이다. 평소 보행로 및 녹지공간으로 중요한 위치이지만, 여름 장마철 등 우기시에는 수해방지를 위한 기반시설이 마련돼야 하기에 복합적인 측면에서 균형잡힌 도시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민과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동작구청은 흑석2구역과 접한 빗물펌프장 등과 연계한 포괄적인 기반시설을 검토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노선을 변경했다. 하지만 모든 공공재개발 지역이 순차적으로 추진되는 주민설명회 절차를 구청이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구청의 주장을 궁색한 변명으로 여기고 있다.

최근에는 구청장이 참석한 지자체 행사에 주민들이 대거 참석해 "명분없는 갑질행정을 당장 멈추라"며 항의시위까지 진행하는 등 구청과 주민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주민들은 동작구청이 실현불가능한 요구조건을 강요하기보다는 비합리적인 행정을 수정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고통받는 주민을 구제하기 위한 행정을 펼처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