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인·허가 취소땐 반드시 청문 절차 거쳐야”
“정비사업 인·허가 취소땐 반드시 청문 절차 거쳐야”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8.05.08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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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인·허가 취소땐 반드시 청문 절차 거쳐야”
 
  
용현주공조합, 행정소송서 1·2심 뒤엎고 승소
시장·군수·구청장등 지자체장 행정권한 제동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인·허가권자인 시장·군수·구청장이 인·허가를 취소하려면 반드시 청문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대법판결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법원(재판장 박일환)은 지난해 11월 의정부시 용현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의정부시청을 상태로 제기한 주택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의 취소 소송에서 1·2심을 뒤엎고 이같이 판결했다. 즉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의 권한이 있는 시장·군수·구청장이 행정처분한 뒤 이를 취소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8조에 따라 청문을 실시해야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이로써 용현주공 재건축조합은 일단 조합설립인가가 유효하게 됐다.
 
용현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조합장 윤여진)은 지난 2003년 5월 15일 조합원 전체(상가포함) 1천619세대의 4/5, 동별 2/3 이상의 동의율을 충족해 의정부시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의정부시청은 재건축결의의 하자를 이유로 이틀만인 5월 17일 용현주공 재건축조합에 대한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했다. 이에 용현주공 재건축조합은 의정부시청이 청문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했다는 이유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처분은 일단 유효하게 발령된 주택조합설립인가처분을 처분청인 의정부시청이 그 설립인가 신청행위에 사문서위조 등에 기한 원시적 하자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이유로 직권으로 그 처분을 취소시킨 것”이라며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44조제8항은 주택조합설립 후 후발적인 법 위반의 경우에 소급적 인가취소가 가능함을 규정하면서 같은 법 제48조의2제6호는 이 경우에 청문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청문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는 것이므로 조합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시했다.
 
다시말해 조합설립인가 후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인가 신청 과정 자체에서의 위반행위였기 때문에 청문절차가 필요없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반해 대법원은 〈행정절차법〉과 구 〈주촉법〉을 근거로 행정청이 행한 행정처분에 대해 취소할 경우 청문절차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행정법〉 제22조제1항제1호는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다른 법령 등에서 청문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 청문을 실시해야 한다”며 “이러한 청문제도는 행정처분의 사유에 대해 당사자에게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위법사유의 시정가능성을 고려하고 처분의 신중과 적정을 기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특히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할 때 그 처분의 근거 법령 등에서 청문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 〈행정법〉 등 관련 법령상 청문을 실시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반드시 청문을 실시해야 하는 것이며 그러한 절차를 결여한 처분은 위법한 처분으로써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대법은 구 〈주촉법〉 제48조의2제6호를 근거로 주택조합의 설립인가를 취소하는 처분을 하고자 하는 경우 청문을 실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현행 〈도정법〉에서도 규정하고 있는데 법 제78조에 따르면 “국토해양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처분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청문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각호는 △제73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등록 취소 △제77조제2항의 규정에 의한 조합설립인가의 취소, 사업시행인가의 취소 또는 관리처분계획인가의 취소 등을 말한다.
 
결국 의정부시청이 용현주공 재건축조합의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도정법〉 제78조에 따라 청문을 실시했어야 하는데 이를 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법 상소심에서 패소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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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소유자 250명 현금청산 위기
 
조합설립인가일 기준으로 산정
청산금액 시점 등 논란 불가피
 
■ 판결 파장
 
용현주공 재건축조합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인해 지난 2003년 5월 15일 의정부시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것이 일단 유효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소송이 약 5년 동안 진행됨에 따라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것으로 간주해 여러 번에 걸쳐 매매가 이뤄졌는데 이들에 대한 조합원 지위 인정 여부가 문제시되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가 부동산투기를 방지하고자 규제한 조합원 지위 전매금지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용현주공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소유자 중 약 250명이 조합원 자격을 얻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현금청산자로 분류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도정법〉 제19조제2항에 따르면 “주택법 제41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투기과열지구(이하 투기과열지구라 한다)로 지정된 지역 안에서의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 제16조의 규정에 의한 조합설립인가 후 당해 정비사업의 건축물 또는 토지를 양수(매매·증여 그밖의 권리의 변동을 수반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되, 상속·이혼으로 인한 양도·양수의 경우를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한 자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즉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재건축사업의 경우 부동산을 매매할 수는 있지만 조합원 지위까지는 양도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2003년 12월 31일 전에 부동산을 매매한 경우에는 1회에 한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
부칙 제7056호 제2항 투기과열지구 안에서의 주택재건축사업의 조합원 자격취득에 관한 특례에 따르면 “이 법 시행 전에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설립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의 토지등소유자(2003년 12월 31일 전에 건축물 또는 토지를 취득한 자에 한한다)로부터 건축물 또는 토지를 양수한 자는 제19조제2항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용현주공 재건축조합이 속해 있는 의정부시는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투기과열지구이기 때문에 조합원 지위 전매금지가 적용된다. 2003년 12월 30일까지는 몇 차례를 사고팔더라도 조합원 지위까지 인정되지만 그 이후에는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이와 같이 조합원의 자격이 없는 자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청산토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또 법에서는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에 대해 현금청산액의 기준을 조합설립인가를 득한 날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동조 제3항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제2항 각호외의 부분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조합설립인가 후 당해 정비사업의 건축물 또는 토지를 양수한 자로서 조합원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는 자에 대하여는 제47조의 규정을 준용하여 현금으로 청산하여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또 “이 경우 청산금액은 조합설립인가일을 기준으로 해 산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용현주공 재건축조합의 경우 조합원 자격 여부는 물론 청산금액에 대해 언제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불만이 충분히 야기될 수 있다는 게 재건축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대해 의정부시 관계자는 “이번 대법 판결이 고법으로 환송됐기 때문에 확정된 판결이라 볼 수 없다”며 “오는 15일 재판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써는 법에 따라 처리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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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사문서 위조 결국 禍 자초했다
 
■ 사건의 경위
 
용현주공 재건축조합의 사문서 위조가 이번 소송의 발화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현주공 재건축조합은 지난 2003년 3월 14일 최초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지만 의정부시청은 재건축동의서 등이 미흡하다고 판단, 보완을 요청했다.
 
이후 같은 해 5월 2일 조합이 보완사항을 추가해 조합설립인가를 재차 신청했고, 의정부시청은 인가를 내줬다. 하지만 이틀만에 조합이 제출한 재건축 추가동의서에 조합원 본인이 서명·날인한 사실이 없다는 민원이 제기돼 확인한 결과 불투명한 사항이 발견돼 반려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조합이 시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면서 조합원들의 사업시행 및 재건축결의서, 재건축조합 대표자 선정동의서, 재건축조합규약동의서 등을 제출했으나 그 중 강 모씨 등 7명 명의의 동의서는 당시 조합의 총무이던 김 모씨, 시공자인 I건설의 재개발팀장이던 이 모씨와 전무이사인 최 모씨에 의해 위조됐다는 이유로 이 모씨와 최 모씨는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기소돼 각각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고 적시했다.
 
이로 인해 고법은 조합이 위조한 재건축동의서 등을 제출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의정부시청이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한 것에 대해 적법한 처분이라고 판시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정부시청이 청문절차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고법으로 환송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재건축 동의서 위조부분에 대해서 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했고, 의정부시청도 묵시하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또 다시 ‘동의서 위조’가 논란거리로 부각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현금청산자 문제를 감안하면 용현주공의 경우 차라리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되는 게 낫다”며 “법원과 시청에서도 동의서 위조에 대해서는 조합측의 잘못이 있다고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 취소처분이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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