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락·공사비 급증·금융비 증가… 주택공급시장이 막혔다
집값 급락·공사비 급증·금융비 증가… 주택공급시장이 막혔다
특별기고-부동산 공약과 시장의 변화
  • 김우진 원장 / (사)주거환경연구원
  • 승인 2023.05.3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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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사업도 대부분 멈춰 선 상태
분상제 폐해·초과이익환수제 폐지 검토해야

1.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공약

[하우징헤럴드] 대통령 선거가 있던 당시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고, 윤 후보는 가격급등의 원인을 공급의 부족이라 인식, 임기 내 주택 250만호 공급을 공약했다.

250만호 달성은 주택시장을 정상화시켜 민간주도로 하겠다고 했다. 즉, 과도한 재정비사업의 규제와 금융규제 완화, 그리고 징벌적 세제를 정상화하여 민간주도 시장 기능을 회복해 시장경제의 가장 큰 장점인‘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사용’을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정부는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는 무주택 2030세대에게 시세보다 낮은 ‘원가주택’을 공급하며, ‘역세권 첫 집 주택’과 같이 역세권 주택단지의 용적률을 상향하여, 상향된 용적률의 50%를 기부채납 받아 공공분양주택으로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결론적으로 ‘1가구 1주택’정책의 꾸준한 추진을 통해‘자산의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윤정부 부동산 공약의 큰 골격이었다. 

2. 주택가격 급등의 원인

서울의 경우 1천명당 주택 수는 2016년 371.6호에서 2021년 402.4호로 증가했다. 주택 수 증가가 가구 수 증가보다 많았다. 또한 통계청의 2015년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서울의 빈집이 1만7,659호였고, 주택가격이 급등하는데도 늘어 이제 2만호가 넘고 있다. 따라서 지난 정부 때의 가격 급등 원인을 공급의 부족 때문이라 말하기 힘들다.  

제4차 산업혁명 이후 지식산업 사회가 도래하면서 상위 약 30% 가구들의 소득은 코로나를 거치면서도 주택가격 상승률 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나머지 가구들의 소득은 주택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다.

소득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상위 30% 가구들은 저금리 대출을 받아 강남의 값비싼 주택을 중심으로, 실거주 목적뿐만 아니라 투자목적으로도 구입해 주택가격 상승을 선도했다. 

NH투자증권이 한국은행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기준 가계대출 잔액의 63.2%는 상위 30% 고소득층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중소득층 25.8%, 저소득층 11.0% 순이었다.

또한 국토부의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소유자 중 2채 이상을 소유한 가구가 2016년의 경우 198만가구로 전체 주택소유자의 14.9%였다. 그러나 2021년에 오면 314만5천가구로 주택소유자의 26.1%에 이르고 있다. 

주택가격을 상승시킨 또 다른 요인은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의 부족’ 때문이었다. 문정부 들어 재정비사업은 주민의 소득증가와 함께 점진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으로 정책기조가 전환되었고, 안전진단 요건을 강화하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를 도입하는 등 전면철거 재정비사업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도심에는 새로운 수요에 부응하는 즉,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이 공급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신규주택 혹은 신규주택이 건설될 재개발·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집값을 끌어 올린 또 다른 불쏘시개가 ‘갭 투자’였다. 전세자금 보증제도가 있어 은행은 전세대출을 마음껏 해줄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전세금 반환 보증’까지 확대되면서 자기자본 투입이 거의 없이 주택을 구입하는‘갭 투자’가 나타났고,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됐다. 

또 다른 주택 구매 촉진 요인은 ‘임대시장 불안정’이었다. 맞벌이 신혼부부와 2030화이트칼라 고소득가구들이 원하는 양질의, 안정적 임대주택은 부족한데, 주택가와 전세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영끌’을 해서라도 주택을 구입하게 했다. 이로인해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악순환을 가져왔고,‘패닉바잉’이라는 심리적 현상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급 부족이 주택가격 급등의 주 원인은 아니었다. 풍부한 유동성 하에서 저금리를 활용한 투자수요가 가장 큰 원인이었으며,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 부족’과 ‘임대시장의 불안정’이 주택가격을 급등시키는데 일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은 지역과 주택유형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서울과 수도권의 무주택가구 비율은 더 늘어났다.  

3. 주택시장의 변화

1) 수요의 변화

코로나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결과 세계경제는 침체기에 빠져들고, 우리 경제는 더 추운 겨울로 접어들었다. 가구소득은 점점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에 더해 2016년 1.25%였던 기준금리가 3.5%로 상승했다. 주택가격을 급등시킨 가장 큰 요인인 투자수요가 급감하면서 거래절벽이 나타나고,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택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갭투자’한 주택들이 급매물 혹은 경매로 나오면서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반면, 가격이 급등하던 2020과 2021년에 착공한 주택이 대거 준공되어 공급(입주)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서울은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양질의 신규 주택들이 대량 준공, 입주됨에 따라 ‘영끌’을 해서라도 주택구매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도 바뀌었다. 

2) 주택공급시장의 변화

민간업체가 주택사업을 하는 전제는 개발이익이다. 여러 가지 사유로 공사비는 증가했고, 금융비용도 증가했다. 반면, 수요는 감소하고 주택가격도 하락하고 있어 주택사업의 개발이익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건설 인·허가 건수도, 착공 실적도 급감하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가장 큰 민원은 정부의 규제와 더딘 인·허가 절차였다. 지금은 건설사는 증가된 공사비 때문에 수주를 망설이고, 시작된 사업도 증가하는 조합원 부담금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 민간주도 공급정책이 시장의 변화로 인해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3) 자산의 민주화

자산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 형성되는 가구뿐만 아니라 전체가구의 약 44%를 차지하고 있는 무주택가구들이 지속적으로 자가가구로 전환되어야 한다. 

KB부동산 통계에 의하면 2017년 1월 서울의 주택을 가격에 따라 5분위로 나누었을 때, 소득 1분위(하위 소득 20%이하)와 2분위(하위 20%〜40%)가구가 주택가격 1분위(하위 가격 20%이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15.2년과 7.7년의 소득을 전부 저축해야 했다. 5년이 지난‘22년 1월에 이르면 무려 21.7년과 11.1년을 저축해야 했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지식산업 사회가 발달하면서 고소득자의 소득은 증가하는 반면, 세계화와 자동화가 진행됨에 따라 일용직, 단순노무직 등 저소득자 소득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민간주도로 대량의 분양주택을 공급하고, 금융규제를 완화해 무주택자들의 주택구입을 보다 용이하게 해서 ‘자산의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크나큰 목표 달성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4. 변화된 시장과 또 다른 문제의 대두

지난 2022년 초반까지만 해도 천정부지로 올랐던 주택가격은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얼마만큼, 언제까지 하락할지 모르는 널뛰기를 하고 있다. 주택가격 급등이 영끌, 패닉바잉, 갭투자 등의 문제를 야기하지만, 주택가격이 급락해도 역전세, 줄도산 등 급등 못지않은 문제가 야기된다.  

윤대통령 공약에는 주택가격 급등을 안정시키기 위한 주택공급의 목표와 방법은 제시했지만 급락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미국은 리츠와 같은 임대사업자들이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는 보유임대주택을 매각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는 매입해 주택가격 변동을 조금이나마 완충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정부 때 임대사업자를 투기꾼으로 낙인 찍으며 보유세 중과에 합산과세까지 도입해 기관임대사업의 토대를 무너뜨렸다. 

이에 따라 임대주택은 공공임대와 개인임대사업자로 양분됐다. 공공이 보유한 임대주택은 주택가격이 상승한다고 바로 매각하지 못하고, 반면 개인임대사업자는 가격이 상승하면 오히려 매물을 거두어, 가격 상승이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진다. 반대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투매로 이어져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널뛰기 주택시장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농산물 비축제도’와 같은 ‘주택비축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1)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 부족’의 재현

주택수요는 급감하고, 공사비는 상승하고, 금융비용은 증대되고,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까지 복합되면서 민간중심 주택공급 공약의 핵심인 재개발·재건축사업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였던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의 부족’이 2〜3년 뒤 다시 재현될 상황에 이르고 있다. 안전진단 완화와 같은 규제 완화를 넘어 ‘분양가 상한제’폐지와 나아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폐지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될 상황이다. 

2) 도심 슬럼(Slum)의 탄생

현행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개발이익으로 사업비의 많은 부분을 충당하고 조합원은 최소한의 부담만 지우는 방식이다. 산비탈과 도시 구석진 곳에 위치한, 그리고 기반시설이 열악한 주택지의 재개발은 건설사가 외면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외면 받던 일부 불량주택지에 건설사들의 발걸음이 잦은가 했는데 이제는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안전진단 D·E등급을 받아도 개발이익이 적어 방치되고 있는 도심 노후불량 주택지를 두고 ‘3기 신도시’와 교통요지에 ‘원가주택’들이 공급되면, 방치되고 있는 주택들은 시장에서 더욱 외면될 것이다. 서구에서 보았던 도심 슬럼이 머지않아 우리의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도심 노후불량주택 재정비를 민간에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공공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

3) 저소득층 주거불안

2022년에 하위 1분위 가구가 서울의 중위가격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51년 동안, 하위 2분위 가구는 26년간 전 소득을 저축해야 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고, LTV를 확대해 준다고 해서 신규분양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되지 못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는 당분간 임대주택 공급에 두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물론 임대사업자 제도도 부활시키고, 리츠 펀드 등을 활용한 임대사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에 따라 ‘공공임대 : 개인임대’로 되어있는 임대주택 시장을 ‘공공임대 : 기관임대 : 개인임대’구조로 만들어 임대주택 선택의 폭을 넓혀 줌으로써 주거사다리가 물 흐르듯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김우진 원장 / (사)주거환경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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