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대행자 신탁업체 선정...일반경쟁입찰 제도화해야”
"재건축 사업대행자 신탁업체 선정...일반경쟁입찰 제도화해야”
법원 “경쟁입찰 거쳐야 한다는 규정 없다"
업계 “수수료만 수십억원…계약업무처리기준 적용해야”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06.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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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신탁대행자 선정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합이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신탁업자를 선정할 경우 도시정비법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일반경쟁입찰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대법원은 무궁화신탁이 강릉의 이화연립 소규모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신탁보수 청구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며 원소의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을 확정했다. 해당 소송의 쟁점은 신탁사를 사업대행자를 선정할 때 일반경쟁입찰을 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조합은 지난 2020년 무궁화신탁을 사업대행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별도의 경쟁입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조합원 총회를 통해 사업대행 예정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신탁 수수료 등의 문제로 갈등이 생겨 지난 2021년 계약을 해지, 새로운 사업대행자로 KB부동산신탁을 선정한 바 있다.

이후 무궁화신탁 측은 신탁계약은 합의 없이 해지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해지는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응해 조합은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정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1심 판결에서는 조합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춘천지방법원은 “사업대행자 선정은 재건축사업에 관한 모든 주요 업무를 처리하므로 시공자 또는 정비사업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며 “신탁보수 및 대여금의 이자율 등이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체결되면 조합원들이 이익이 저해되고 업무대행자를 경쟁입찰로 선정하는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선정 자체를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과 3심에서는 “법에 조합원의 과반수 동의에 의해 사업대행자 지정을 요청하는 경우 별도의 경쟁입찰을 명시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반대의 판단을 내리며 무궁화신탁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업계에서는 법률 미비에 대한 조속한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신탁사 사업대행자 및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는 시장·군수가 하는 것이 맞지만 원칙적으로 조합원들이 총회를 통해 신탁사를 선정하는 만큼 도시정비법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키 어려운 상황도 전혀 아니며, 시장·군수 등이 직접 정비사업을 시행하거나 지정개발자에게 정비사업을 시행하게 한 경우도 아니라 조합이 직접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도시정비법 및 정비사업 계약업무처리기준은 조합에서 체결하는 모든 계약이 대상이므로 신탁대행자 선정 역시 조합이 업체와 체결하는 계약인 만큼 일반경쟁입찰로 선정하는 것이 법 도입 취지에 맞다는 지적이다.

김경숙 이화연립 소규모재건축 조합장은 “수십억원의 신탁 수수료와 사업비 대여 이자가 발생하는 데 일반경쟁입찰 없이 선정한다면 조합원들은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 간 제안 내용을 비교하고 더 유리한 조건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기는 것으로 조합원의 이익이 심각하게 저해된다”며 “조합이 체결하는 모든 계약을 일반경쟁입찰로 하도록 한 것이 바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인 만큼 신탁사 선정에도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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