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계획도시특별법, 고민 더 필요하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 고민 더 필요하다
  • 윤영호 원장 / 한국주거학회 주거연구원
  • 승인 2023.08.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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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최근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제정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됐다.

‘임대주택 확보’ 슬로건으로 최대 450%까지 용적률 완화 혜택을 주고, 기반시설은 공급(정부)에서 먼저 설치 후 나중에 수요(조합)에서 그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보도 내용을 들었을 때 과거 30년 전 1기 신도시 개발 당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 여건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세간에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이미 발의됐으니 올해 말까지는 통과될 것이라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인데, 정부의 논리가 노후계획도시와 관련된 일을 자칫 정책적으로 그르칠 수 있다는 점과 성장 위주의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관행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작금의 시대에 수도권 집중화 정책은 한계가 있다. 수도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정책이 나오면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후주택 재정비에 대해 좀 더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

특히 노후계획도시를 재정비하는 것은 곧바로 도시의 밀도를 올려주는 의미로 귀결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높은 밀도로 주택의 부족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일 수 있으나 지방과 수도권 간 균형도 지켜져야 한다. 

예를 들면, 정부가 특별계획구역에 대해서는 공공기여를 전제로 용적률을 높여주겠다고 하는데, 1기 신도시 전체가 특별계획구역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서 제외된 아파트 단지들의 일반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불만이 나올 소지가 높다. 

또한 지역의 여건에 따라 수요가 예상한 만큼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특별계획구역의 의미가 무색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상징적으로 특별계획구역을 지정하는 데 있어 많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단지 하나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여러 단지를 통합하는 입장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서로 간 의견을 합치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 추계로 봤을 때 과연 수요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한 답변은 전문가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정부가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용적률을 크게 올려준다는 것도 사실 수요만 놓고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수요보다 과도한 주택공급으로 발생된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정부도 그 해결책의 후유증을 모두 알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밀도의 증가에 대한 기대감은 리모델링 사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주민들의 입장은 고밀도 재건축이 당연히 사업성이 좋으므로 굳이 리모델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지난 10여 년간의 정책으로 겨우 자리잡기 시작한 리모델링에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별개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 그 한계를 모호하게 한 것도 리모델링 사업이 위축되는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특히 조합이 설립됐다고 사업이 되는 것이 아니고 주민 동의율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데, 주민들 사이에서 정부가 특별히 재건축 추진을 지원해 줄 것 같은 상황에서 왜 서둘러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도 높은 의구심이 점점 커져 사업이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대적 흐름에서 요구되는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제정 자체를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국토이용계획에 있어 큰 그림이 우선 있어야 하며 단편적으로 1기 신도시를 비롯해 편향된 이슈에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뤄야 할 담론적인 이야기는 전문가 몫으로 남겨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윤영호 원장 / 한국주거학회 주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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