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1구역, SH와 시공계약 해지갈등 장기화
천호1구역, SH와 시공계약 해지갈등 장기화
SH 손 들어준 서울고법… 파장 확산
  • 최진 기자
  • 승인 2023.09.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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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전문성 기대 불구 직원파견 거부로 반목
지속적인 요청·협의에도 합의 못이뤄 소송 비화 
약정불이행 해지사유 조합원 의결 무효 논란 
SH “지원업무 정상수행 판결에 사업 기여 반영”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서울 강동구 천호1도시환경정비사업이 공동사업시행자인 SH와의 계약해지 절차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강동구청으로부터 단독시행자로 사업시행변경인가까지 득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고 공동시행자 공동시행약정에 대한 해지통보를 무효로 판단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H가 공동사업시행 약정서에 명시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또한 총회 통해 적법하게 해지안건이 가결된 사항을 법원이 관대한 잣대로 SH의 손을 들어줬다는 논란이 일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SH 시공업무 전문성 기대했는데… 계약해지 쟁점으로 전락

천호1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조합장 김종광)은 지난 2016년 5월 정기총회를 통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공동시행자로 선정했다. 조합은 SH가 서울시 주택건설을 담당하는 만큼, 향후 시공과 관련한 전문적인 관리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고, SH는 천호1구역을 통해 정비사업 관련 업역을 넓히는 목적으로 공동시행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조합은 중흥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하고 지난 2019년 강동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는 등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착공에 앞서 조합이 공동사업시행 약정서에 따라 업무분담을 위한 SH직원 파견을 요청하자, SH가 내부 인력부족을 이유로 직원파견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약정서에 따르면 공사관리·기성·준공검사 등을 위한 직원파견이 명시됐음에도 불구, SH는‘상주하지 않고 일이 있으면 오겠다’는 식으로 해당 업무를 수행하겠다며 조합의 요청을 거절한 것이다.

지속적인 요청과 협의에도 불구하고 착공이 임박한 시점에 이르러서도 시공관리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결국 조합은 지난 2021년 5월 정기총회를 개최해 전체 조합원 131명 중 114명의 찬성(87%)으로 SH와의 공동시행약정 해지의 건을 의결했다.

이에 불복한 SH가 공동시행자 지위확인을 위한 소를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가 이를 기각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공동시행자 지위를 확인하면서 SH가 승소했다.

▲SH, “자금지원 등 지원업무 정상수행… 법원이 알아준 것”

2심 판결문에 따르면 SH는 사업장과 SH본사 위치가 물리적으로 10㎞ 내외의 근거리이기 때문에 수시로 현장을 확인할 수 있어 파견요청을 거절하더라도 시공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인근 재건축 현장 역시 같을 방식으로 시공관리업무를 관장해왔다며 해당 업무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약정에 따른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해 왔고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해지사유 중 하나인 “사업의 계속적인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나 “약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도 행정행위의 하자가 있고, 약정을 일부 이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공동시행자의 지위까지 상실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SH의 손을 들어줬다.

SH 관계자는 “사업초기 150억원에 이르는 자금지원을 통해 사업안정화에 기여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공동시행자로서의 정상적인 업무지원을 해왔기 때문에 판결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자체 인력난으로인해 파견요청을 수용할 수는 없었지만, 이에 따른 대비책을 제시했기 때문에 공동시행약정 해지통보는 잘못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합, “불성실·무관심 일관… 오히려 사업지연 초래”

조합은 그동안 주 1회 협력사 회의에도 불참해온 SH가 물리적 거리를 근거로 시공업무를 수시로 확인한다는 주장이 어처구니없다는 입장이다. 문제해결을 위한 실무회의는 물론, 분양계약에서는 자사 이름을 공동시행자로 올리지 못하게 하는 등 사업에 등을 돌렸던 SH가 돌연 공동시행자 지위에 집착하는 것이 이중적이라는 것이다.

조합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차례 검토업무를 요청했고 인력부족을 호소했지만, SH는 내부사정을 이유로 시종일관 사업에 무관심한 태도를 지속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혹 SH가 협력사 회의에 참여하면서도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몰랐던 것을 묻고 배워가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약정서에 명기된 공동시행자로서의 역할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이다.

설계검토에서도 하자가 발생해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해야 했고 자금집행이 시급한 사안에 대해서도 적게는 한 달, 많게는 수개월씩 검토를 지연시키며 사실상 사업속도를 늦춘 SH가 공동시행자 지위에 집착하는 것은‘일은 하지 않고 100억원 상당의 수수료만 챙기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조합이 SH를 공동시행자로 선정하면서 기대했던 시공관련 업무에 대해서도 시공자보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시종일관 무관심으로 일관해 조합원들의 신뢰도가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2심 판결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그동안의 회의록속기록 증거 등을 통해 사실상 공동시행자로 볼 수 없는 SH의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가 1심 판결에서 인정됐고, 조합원의 87%가 적법한 총회를 통해 공동시행약정 해지안건을 의결했음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부가 돌연 공동시행자의 지위를 인정하고 나섰다는 것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조창흠 법무법인 인본 변호사는 “1심 판결 이후 이전에는 제시되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물이 나온 것도 아니고, 입장을 확인하는 심리조차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돌연 판결일자가 잡히고 1심을 뒤집는 판결이 내려졌다라며 약정한 사안을 이행하지도 않았고 약정서에도 이것이 해지사유로 명시돼, 조합원의 대다수가 공동시행자 철회를 의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효로 판단하는 재판부의 해석이 놀랍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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