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통합기획, 속도가 전부는 아니다
신속통합기획, 속도가 전부는 아니다
  • 조은상 본부장 / 리얼투데이
  • 승인 2023.09.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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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신속통합기획이란 정비계획 수립단계에서 서울시가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사업추진을 지원하는 공공지원계획을 말한다.

지난 2021년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림1구역의 진행상황을 점검하면서 ‘공공기획’의 명칭을 ‘신속통합기획’으로 변경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신속통합기획은 이름에서 보여지는 것 처럼 ‘신속’한 사업추진을 목표로 한다. 정비사업은 그동안 많은 규제와 절차, 복잡한 과정 등으로 사업이 장기화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서울시가 하나의 통합된 기획으로 엮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추진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을 원하는 구역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 효과와 기여도는 이미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8월 10일에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정비계획‘입안 동의율’을 기존 2/3 이상에서 1/2 이상으로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앞으로 정비사업 구역지정까지의 소요기간 단축과 빠른 사업추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내용은 서울시의회 의견 청취 및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후 오는 10월경부터 최종 확정 및 변경될 예정이다.

하지만 바뀌기 전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신속통합기획에서도 여전히 ‘공공성’이 중요시되다 보니 주민들과의 갈등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서초구에 위치한 신반포2차는 지난 3월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해 발표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임대주택과 소형주택 비율이 늘어난 것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힌 것이다.

송파구에 위치한 송파한양2차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신속통합기획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서울시에 전달하며 철회를 요청했지만 서울시가 철회 불가를 통보하며 논란이 됐다. 추진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고 총회를 통해 80%가 훌쩍 넘는 조합원들이 철회를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 대치선경은 자문방식 신속통합기획 신청 2주만에 철회를 요청, 철회가 확정됐다. 신청 과정에서 주민들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과 임대주택 건립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이처럼 신속통합기획은 ‘속도’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으나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은 만족할 만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비계획 입안 동의율을 완화하려는 것도 추진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앞서 언급했던 사례들처럼 주민 간의 협의가 덜 된 상태에서 신청이 될 가능성이 있고, 또 반대하는 주민들에 의해 바로 철회가 될 수 있어 우려가 된다.

따라서 이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추진 과정에서의 잡음을 줄이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당초 신속통합기획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시장의 안정적 주택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던 만큼 주민 간 갈등이 커지는 것을 두고만 보는 것은 혼란만 야기하고 공급의 불확실성만 높일 뿐이다.

강남쪽에 위치한 재건축 단지들이 임대주택 비율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공공기여 방안을 임대주택 대신 현금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동안의 신속통합기획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는데 치중했다면 이제는 ‘통합’에도 신경을 쓰고 공공과 민간이 윈윈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조은상 본부장 / 리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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