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단 구성 기준
자치구 재량권으로 넘겨
재개발 구역주민간 갈등
재건축 공적부담이 발목
송파 한양2차 탈퇴의사
사업 안정성에 집중해야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민간 정비사업 정상화를 목표로 등장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이 제도시행 2주년을 맞이하면서 정책제언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의 주거환경개선 의지를 대변하는 간판 정책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주민갈등을 초래하는 정책설계 결함과 공공성 위주의 기획설계 강요 등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비업계는 서울시 신통기획이 시행 2주년을 맞아 제도의 정체성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단순히 정비구역 지정을 단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 정상화’라는 대명제에 맞게 수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정책설계의 결함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통기획 재개발·재건축… 주민갈등·반발 공통점
정비업계는 서울시 신통기획이 민간 협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개발의 경우 제도설계 결함에 따른 주민갈등이 반복되고 있고, 재건축의 경우도 과도한 공공성에 대한 주민반발과 사업 위기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흥행에 성공한 신통기획이 실질적인 정비사업 정상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먼저, 재개발의 경우 주민참여단 구성 기준을 서울시가 자치구의 재량권으로 넘겨버리면서 혼란이 증폭된 사항이 지적되고 있다. 동작구 상도14구역, 종로구 창신9구역, 영등포 당산동6가 등 다수 현장에서는 주민참여단 구성을 두고 주민갈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자치구들은 신통기획에 대한 주민의견을 대표하는 주민참여단을 구성하는 기준으로 △새벽 시간을 포함한 당일 선착순 △재개발 반대 주민의 참여 △연령대별 인원분산 △세입자 참여 등 을 제시해 일부 자치구에서는 신통기획을 이끌던 단체나 위원장이 주민참여단에서 제외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재개발 현장은 원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고 행정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라며 주민갈등을 단순히 사업특성으로만 인식하는 태도를 보였다.
재건축의 경우 과도한 공적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신통기획을 확정하고 주민설명회까지 진행한 송파구 한양2차 재건축의 경우 지속적으로 신통기획에 대한 탈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신통기획 탈퇴 불가를 선언해 어쩔 수 없이 주민설명회는 진행하면서도 신통기획을 수용하지는 않겠다는 주민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신통기획 마찰음… 정비사업 안정성까지 위협
내년 초 조합임원 선거를 앞둔 압구정지구에서는 신통기획에 따른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조합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수천억원 규모의 기부채납 시설을 짓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주민들이 집행부 책임론을 근거로 집행부 교체 및 신통기획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각 구역마다 이전에는 없던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집행부와의 갈등 및 신통기획 추진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신통기획이 확정돼도 정비구역 지정까지 사업이 장기화될 수 있는 문제도 남아있다. △임대주택 가구수 △기부채납시설 규모 △공공보행통로 접목여부 △기부채납 검토 등 정비사업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공적부담 내용이 신통기획 발표 이후 협의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언론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구역지정 시기는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통기획이 속도보다 안정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당초 신통기획은 정비구역지정 기간을 단축하는 것 외에도 공공성이 담긴 정비계획을 통해 향후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 신속하게 사업을 지원한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각종 심의과정에서 타협되지 못한 쟁점사항들이 향후 사업시행계획 수립 때 재차 논의하기로 결정되면서 사실상 기한에 쫓긴 실적 중심의 행정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분쟁소지가 있는 쟁점사항을 덮어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업 전반에 걸친 속도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신통기획 추진과정에서 민간과의 소통이 지속적으로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고, 중요한 쟁점사항을 미뤄둔 채 정비계획 수립을 단축할 경우 오히려 전반적인 사업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라며 “‘정비사업 정상화’와‘주택공급 활성화’라는 당초 서울시의 정책목표를 수행하려면 추진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에 서울시가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통기획 재건축이 장기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까지 신통기획은 협상방식으로 조합과 서울시가 의견을 조율해 왔는데, 조합이 아닌 추진위원회나 추진준비위의 경우 대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향후 주민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협상결과에 대한 주민반발이 커질 경우 신통기획의 정체성인 사업속도 향상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부족한 기반시설 확충으로 임대비율을 줄이는 재개발과 달리 기반시설이 충분한 재건축의 경우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임대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어 주민반발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결국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에 대한 공적부담 대안을 마련해야 하고 협상결과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려면 협상주체에 대한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 등 추가적인 보충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