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상가쪼개기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재건축 상가쪼개기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 이태희 부연구위원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 승인 2023.10.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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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최근 재건축현장 상가 지분 쪼개기가 논란이 되자, 정부는 지난달 26일 권리산정기준일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내놓았다.

권리산정일 조기화는 일정부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추가적인 보완책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정상영업을 위해 상가를 분할하거나 규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모든 상가분할 사례에 대해 조합원 분양권을 박탈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사업 정상화의 밑거름은 상가분쟁 해결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상가 동의문제로 15년간 조합설립을 못하는 현장도 있고, 상가와의 분쟁으로 수년간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도 넉넉하게 찾아볼 수 있다.

주택-상가소유자 간의 분쟁은 기본적으로 재건축과 관련한 이해관계와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두 집단의 대립지점 역시 개발이익의 분배와 기대하는 ‘정당한 몫’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다수의 주택소유자가 조합설립에 성공하려면 소수의 상가소유자 동의가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조합설립에 동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상가소유자는 대가를 키우려하고 주택소유자들은 조금이라도 대가를 줄이려하면서 상가분쟁이 시작된다.

결국, 협의가 어려워지면서 주택 소유자들은 상가분 토지의 제척을 시도한다. 다만, 모든 구역에서 토지 제척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주상복합 건축물이거나 지하주차장 공유 등의 이유로 분할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상가가 사업구역 중간에 위치해 토지를 제척하기 힘들 정도로 사업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또 도시정비법 제67조의 공유토지분할 특례조항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토지분할 소송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난제로 평가된다.

이렇게 토지를 분할하고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힘든 경우 상가가 사실상 사업의 거부권(veto)을 가지게 된다. 이 경우 동의를 조건으로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토록 현재 재건축에서 주택과 상가 간 개발이익 배분은 도시정비법에 명시된 원칙(종전토지 가치를 바탕으로 균형 있고 합리적으로 배분)보다, 주로 토지제척의 용이함 여부에 따른 집단의 협상력 차이로 달라지고 있다. 협상에 따른 개발이익 배분 규모가 크게 다르다보니, 좀처럼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사업지연 사례가 되풀이된다.

상가분쟁이 심화되고 반복되는 원인은 ‘제도설계 미비’와 ‘잘못된 설계’를 꼽고 싶다. 과거부터 재건축은 ‘조합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민간사업’으로 분류돼 왔다. 도시정비법 제정 이후 공법적 규제를 받기 시작한 현재까지 재건축-상가 문제는 자율주체 간의 자율적인 합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있다.

예를 들어 상가쪼개기의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소규모 상가지분자의 주택분양 여부도 조합원 간 합의로 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느슨한 규정’들로 인해 불필요한 상가분쟁이 발생하고 정당하지 못한 이익 배분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공급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정비사업 활성화와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 등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상가관련 분쟁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재건축사업 만큼은 정상화 및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상가분쟁 해결을 위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분석과 제도개편 방안이 시급하다.

이태희 부연구위원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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