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매도청구 판결확정 후 조합설립동의 가능할까
재건축 매도청구 판결확정 후 조합설립동의 가능할까
  • 김정우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센트로
  • 승인 2023.11.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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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A재건축조합은 갑이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을 상대로 구 도시정비법 제39조 및 집합건물법 제48조에 따라서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조합에 대해 승소판결을 했고, 갑이 위 판결에 항소를 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몇 달 뒤 갑은 A조합에게 위 판결에 따른 매매대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그 후에도 A조합과 갑 사이에 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해당 부동산을 여전히 갑이 소유하고 있었고, 그러던 와중에 A조합은 조합원 분양신청 절차를 진행했다. 

그런데 위 분양신청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갑자기 갑이 A조합에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했다. 갑은 A조합의 정관에 “조합원은 구 도시정비법 제2조 제9호 나목의 규정에 의한 토지등소유자로서 조합설립에 동의한 자로 한다. 다만,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아니한 자는 분양신청기한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조합에 제출하여 조합원이 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면서, 갑에게 조합원 지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와 같이 매도청구소송의 판결이 확정된 갑에게도 조합 정관규정에 따라서 분양신청기간 내에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면 조합원의 지위가 인정될 수 있을까. 위 사안에서 하급심 법원과 대법원의 입장이 달라 이를 소개하려 한다. 

수원고등법원은 형식적으로 갑이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자라는 이유만으로, 갑을 A조합의 설립에 동의할 수 있는 ‘토지등소유자’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2022.3.31. 선고 2021나22455 판결).

위 재판부는 갑과 A조합 사이의 매도청구소송이 확정되었다는 점, 갑과 A조합 사이에 위 확정판결로 매매계약이 성립되어 갑이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 갑이 A조합에 대하여 매매대금의 지급을 요청하기도 하였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조합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뒤에도 토지등소유자가 분양신청기한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설립에 동의함으로써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고, 재건축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확정하기 위한 매도청구권 제도의 취지를 허물어뜨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대법원은 위 수원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갑에 대해 A조합의 정관규정에 따라 조합원 지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2023.6.1. 선고 2022다232369 판결).

대법원은 판결 이유에서 “피고 정관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피고는 이 사건 사업구역 안에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하는 사람이 조합설립에 관한 동의를 하지 않고 있었더라도 분양신청기간까지 조합설립에 동의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피고가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사업구역 안의 토지등소유자를 상대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해, 토지등소유자에 대하여 매매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더라도, 피고가 토지등소유자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토지등소유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토지등소유자는 분양신청기간까지 피고를 상대로 조합설립에 동의함으로써 피고의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서 고시한 재건축조합 표준정관 제9조 제1항에도 위와 동일하게 “분양신청기한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조합에 제출하여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고, 대부분의 재건축조합이 위 규정을 그대로 각 조합 정관에 기재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재건축 미동의자들 중에는 조합설립동의에 관한 회답기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도청구 소송이 계속되는 중에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부동산 가격 상승기를 노려 매도청구 시가감정의 시기를 조정하기 위해 소송 중간에 동의서를 제출해 조합원의 지위를 취득한 이후 분양신청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현금청산자가 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조속히 법률관계를 확정하기 위한 매도청구제도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또 조합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필요 없는 소송을 제기해 비용을 낭비한 형국이 되기도 한다.

매도청구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를 고려할 때 매도청구 대상자가 되어 소송이 진행되고 있거나 또는 그 판결이 확정된 사람에 대해서 조합원으로 가입시킬 필요성은 상당히 낮다. 분양신청기간 전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굳이 재건축조합의 정관에 규정해 놓을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각 조합의 사정에 맞게 정관개정에 관하여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우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센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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