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도 공공성 확보해야”… 서울시 압박에 업계 ‘분통’
“리모델링도 공공성 확보해야”… 서울시 압박에 업계 ‘분통’
서울시 기본계획·운영기준에 조합들 반발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11.23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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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공공성 확보 등
맞춤형 리모델링 제시
구체적 지침없어 논란

일부현장 “사업성 부담”
재건축 유도 의혹도

과도한 공공기여 요구땐
장점 사라져 동력 상실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서울시가 리모델링사업에 대해 재건축사업과 마찬가지로 공공성 확보 방침을 세우자 리모델링 업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리모델링사업은 별도로 공공성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의 기준이 될 기본계획과 리모델링 운영기준을 친환경과 공공성 확보를 중심으로 세분화하면서 사업성 확보를 위한 리모델링 조합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목소리가 일선 현장들에서 나오고 있다. 나아가 시가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사업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고시… 리모델링도 공공성 확보해야

지난 9월 25일 서울시는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계획안의 주요 목표는 공공성 확보, 사업비 지원, 수요예측에 따른 도시관리방안 마련 등 세 가지다. 시는 2030년 기준으로 리모델링 추진 대상 단지를 898곳으로 파악했다. 가구수는 최대 11만6,164가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는 기본계획을 통해 리모델링사업의 공공성 확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전 계획에서 처음 도입된 ‘서울형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공공성을 확보하고 저비용 맞춤형 리모델링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공공성을 보다 강화할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봤다. 

시는 리모델링사업은 정비사업과 같이 구체적인 관리지침이 부재해, 리모델링 시 높아지는 용적률에도 불구하고 공공기여 및 주변 경관을 고려하지 않는 주호·주동 위주의 아파트들이 조성돼 지역 공동체와 단절된 단지를 이루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도시·지역공동체와 단절 등의 문제점을 고려한 리모델링으로 지역 재생을 유도하고, 지역 간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 불평등을 해소할 계획이다. 재건축과 달리 공공성 확보에 대한 기준이 미비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성이 가미된 별도의 리모델링 운영기준 수립해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운영기준에는 기반시설 정비, 친환경정책 반영, 단지내 시설 개방, 가로활성화 유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시는 기본계획에 안전성 강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했다. 시는 수평증축의 경우 1차 안전진단 이후 안전성 검토 절차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공동주택 리모델링 안전기준 개선 방안을 마련해 수평증축도 수직증축과 마찬가지로 2차 안전진단을 거치도록 했다. 또한 세대 간 내력벽 철거와 수평증축 시 구조안전 문제, 신공법 등에 대해서도 향후 관련 법령 등을 개정해 제도화된 구조안전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리모델링 추진비용 및 사업비 지원도 이뤄진다. 현재 서울형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범단지 7곳을 선정해 사업성 분석과 안전진단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공공지원을 위한 HUG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등 사업비 지원 근거도 마련할 계획으로 조합운영 및 정보공개에 관한 업무와 설계용역, 이주, 공사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HUG 지원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조합들 "리모델링 장점 없어져"…재건축 수준 공공성 요구에 반발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대해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용적률 완화에 대한 공공성 확보 부담이 커져, 추진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재건축사업과 달리 그동안 리모델링에서는 별도의 공공기여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에 증가하는 가구 수는 적지만 기부채납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이 리모델링사업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시가 리모델링사업에도 공공기여를 요구하면서 리모델링사업의 장점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재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이 재건축사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는 공공성을 확보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적용할 수 있는 단지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기존 면적이 넓은 사업장들을 제외하고는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다. 

또한 수직증축의 경우 증가하는 3개 층의 하중을 보강하기 위한 신기술·신공법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모두 답보상태에 놓였다. 때문에 시가 공공성 확보를 요구하지만,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워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시가 공공성 확보 없이는 가구 수 추가확보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업계의 반발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반시설이 열악한 것이 노후도시인데, 기반시설 정비 없이 리모델링으로 세대수가 증가하면 걱정이 되지 않나”라며 공공성 확보 없는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리모델링사업 아닌 재건축사업 밀어주기 의혹도 제기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이 안전과 공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관련 규제들이 강화되자 서울시가 리모델링을 외면하고 재건축사업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오세훈 시장이 리모델링사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리모델링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오 시장은 제320회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재개발·재건축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모델링에 정책적인 비중을 싣기는 어렵다”며 “안전성 문제 및 자원 낭비 측면에서도 서울시가 리모델링을 진작시키는 정책을 쓰는 것은 분명히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23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오 시장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의 리모델링 규제 완화에 대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리모델링 업계관계자는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재개발·재건축과는 법리적 범위와 사업 노선이 달라서 섣부른 공공성 부담은 사업추진에 큰 악재가 되고 리모델링의 가장 큰 장점이 사라져 사업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시가 리모델링사업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각종 규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주거환경 개선과 도심 주택공급 확대 차원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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