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전자투표 규제손질·입법보완 ‘급물살’
재개발·재건축 전자투표 규제손질·입법보완 ‘급물살’
정부·여당, 정비사업 총회 온라인투표 논의
  • 최진 기자
  • 승인 2023.11.20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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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데이터 확보에 나서
가이드라인 마련도 속도

총회준비 시간·비용 절약
사업기간 1년 단축 기대
참석요건 명문화 돌입

기술적 신뢰도 아직 불안
업계 “단계적 시행 필요”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전자투표 도입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정비사업 기간단축에 총력을 쏟고 있는 정부·여당이 전자투표를 신속한 의결권 행사 수단으로 재조명하면서 시행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자의결 서비스 실증특례를 통해 전자투표와 관련한 기존의 도시정비법·주택법 규제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실증데이터 확보와 가이드라인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비업계는 전자투표에 대한 업계의 신뢰도가 아직까지 불안정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활성화 정책보다는 총회의 중요도에 따라 점진적인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주택공급 활성화에 전자투표 등장… 사업기간 1년 단축

최근 재개발·재건축 정비업계에서는 전자투표 상용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26일 발표한‘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 정비사업 전자투표 상용화가 포함되고, 여당이 이와 관련한 후속 입법절차에 나서면서 정비사업 전자투표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전자투표는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로 정의되고 있다. 전자투표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으로 오프라인 총회가 지자체의 집합금지 조치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9월에는 도시정비법까지 개정되면서 전자투표가 정비사업에 안착한 상황이지만, ‘재난과 감염병 예방 등 특수한 상황’이나 ‘지자체 허가’가 필요하다는 단서조항이 있어, 상용화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정부는 정비사업의 여러 절차들을 통합함과 동시에 전자투표를 상용화해서 사업기간을 대폭 단축시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자투표 상용화가 정비사업 기간을 1년가량 단축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정비업계는 전자투표가 상용화될 경우 총회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적·공간적·비용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후속 입법절차도 속도를 내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전자투표 상용화를 위한 입법절차를 시작했다.

개정안은 토지등소유자가 의결권을 행사할 때 그 동의방법(도시정비법 제36조)을 기존의 서면동의서와 더불어‘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및‘전자서명법’에 따른 의결권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또 총회소집 전 의결권 행사 방법을 안내하는 조항(동법 제44조)에도 전자투표 의결권까지 조합원들에게 통지하도록 법 근거를 마련했다.

▲전자투표와 시너지… 온라인 총회 참석요건 명문화 돌입

전자투표 총회의결 사항(동법 제45조에 제6항)도 구체화했다. 세부적으로는 △전자적 방법 외에도 조합원이 기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 △의결권 결과가 각각 구분돼 확인·관리할 수 있을 것 등으로 규정하고 추가적인 세부 방침은 시행령을 통해 마련하도록 여지를 남겼다.

또 기존 도시정비법의 직접출석 규정에도 불구하고 천재지변 등으로 총회 참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전자적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예외조항도 신설됐다. 만약 전자서명을 위조·변조·매수·매도해 조합원 의사를 왜곡시키려는 행위가 적발되면 기존 서면결의서 위변조와 동일한 수위로 처벌하도록 하는 처벌규정도 신설됐다.

전자투표와 더불어 이미 리모델링 사업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온라인 총회’도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시도됐다. 권영세 의원은 개정안에서 동법 제44조의2 ‘온라인 총회’를 신설해 조합원들이 장소에 대한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통해 총회참석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온라인 총회의 경우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지자체가 재난 등으로 직접참석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시행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또 온라인 총회는 △참석조합원의 본인확인 △접속기록 확인을 통한 총회참석 여부 △원활한 의견 청취·제시 등 기존 현장총회에서 쟁점이 되는 사안들을 충족하도록 규정했다.

▲업계, 시간·비용 절감 기대되지만, 단계적 시행 필요

정비업계는 전자투표 상용화에 대한 시간적·비용적 감소를 기대하면서도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비시장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범운영과 같은 단계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미 전자투표와 관련된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관련 판례들도 지역과 상황에 따라 엇갈리는 만큼 기습적인 제도시행은 오히려 혼란과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공자나 정비업체·설계자·법무사 등을 선정하는 총회의 경우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전자투표 적용을 당분간은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 경험이 적은 연로한 조합원은 물론,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전체가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주주총회나 리모델링사업 등에서는 전자투표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지만, 아직 재개발·재건축에서는 전자투표에 대한 위·변조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전자투표가 정책 취지에 맞게 정비사업의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시장의 적응기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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