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공사비 갈등에 조합장 해임총회 난무… ‘득’ 보다 ‘실’이 많아
재건축 공사비 갈등에 조합장 해임총회 난무… ‘득’ 보다 ‘실’이 많아
건설사·조합원 갈등 사이에 낀 집행부
  • 최진 기자
  • 승인 2023.12.01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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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동 동신 재건축
시공자와 갈등 장기화

부담금 상승 문제로
집행부 해임총회 발의

과천주공4단지 사업난항
공사도급 변경계약 불발
북아현2구역도 해임논의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최근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조합들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조합과 시공자 간의 공사비 증액문제가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불만을 품은 조합원들이 집행부를 해임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와 조합원들 사이에서 조합 집행부의 위태로운 눈치싸움이 이어지면서 정비사업 추진동력도 크게 떨어지는 모양새다.

또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집행부 교체에 나선 사업장의 경우 오히려 집행부 부재에 따른 사업지연과 이에 따른 추가적인 공사비 부담만 더해지는 상황이라서 정비업계 한파와 주택공급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공사비 증액 소란에 정비사업장 곳곳서 해임총회

최근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조합들은 공사비 증액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가파르게 치솟은 공사비 증액문제로 시공자와 갈등이 격화됨은 물론, 공사비 증가에 따른 분담금 상승 문제로 조합원들이 집행부 해임총회를 발의하면서 안팎으로 사업여건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지난 10월 28일 조합장 해임총회가 발의되면서 사업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공사비 증액문제를 두고 조합과 시공자 간의 협의가 장기화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일부 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집행부 교체를 시도했다. 해임안건은 조합원 818명 중 346명 찬성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임기 만료에 따른 임원선출 선거를 요구하는 비대위와의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월계동신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3.3㎡ 당 공사비 540만원을 제안한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월 원자재 가격상승과 인건비 등을 이유로 3.3㎡당 공사비를 695만원으로 인상하는 공사도급 변경계약을 요구했다. 이후 22차례에 걸친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시공자는 667만원을, 조합은 597만원을 적정한 공사비라며 주장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미 착공에 돌입한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사업도 공사비 증액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조합이 일부 조합원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한강 조망권 추가확보를 위해 시공자인 롯데건설에게 설계변경을 요구하면서 공사비 증액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결국 사업을 이끌던 조합장이 자진 사퇴를 결정하자, 조합원들은 입주 예정시기인 2025년 9월까지 사업을 매듭지어 줄 새 집행부 구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사비 타결돼도 갈등 지속돼… 대안마련 난항

수도권 조합들도 공사비 증액에 따른 사업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주공4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 10월 26일 공사비 인상 등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했지만, 성원 미달로 공사도급 변경계약 안건이 가결되지 못했다.

조합은 시공자인 GS건설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해 당초 공사도급 변경계약을 통해 요구된 3.3㎡당 공사비 740만원을 677만원까지 낮추고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설명회를 2차례 열어 내용을 안내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안건부결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공사비 인상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지난 2018년 가계약 당시 3.3㎡당 공사비가 493만원에 합의됐고, 인근에 위치한 과천 장군마을 재개발사업의 경우 시공자인 현대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고도 3.3㎡당 공사비를 577만원에 합의했다며 공사비가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은 결국 공사비 협의안에 반대하는 비상근 이사 6명에 대한 해임안건을 상정했고, 해당 이사들도 조합장 및 상근이사 2명에 대한 해임총회로 맞불을 놓으면서 사업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공사비 인상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정작 시공자인 삼성물산·DL이앤씨 시공단이 이를 보이콧하면서 해법찾기가 실패했다.

사업단은 조합과 마감재 등을 결정한 후 협의 결과에 따라 설명회를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보이콧 사유를 밝혔지만, 조합은 이미 지난 2월 공사조건과 마감재 협의가 끝났고 시공단이 이를 근거로 지난 5월 3.3㎡당 공사비를 859만원으로 통보했다며 반발했다.

공사비 증액문제가 장기화되자 일부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협상력 부족과 협력업체들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며 집행부 해임이 논의했다. 결국 공사비 증액문제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몰리자, 조합은 시공자와의 계약해지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결국 삼성물산 시공단은 조합이 제시한 3.3㎡당 공사비 748만원을 수용하면서 공사비 증액문제는 일단락 됐다. 정비업계는 북아현2구역이 2,300가구에 달하는 1조원 규모의 사업장이기 때문에 시공자가 이례적으로 조합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발목 잡힌 정비사업, 주거불안 확산될 수도

정비업계는 공사비 협상에 대한 책임이 조합에게만 떠넘겨지는 구조적 문제가 최근 정비사업 위기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요인을 공개하지 않고 증액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시공자와 분담금 상승에 민감한 조합원들 사이에서 비전문가 집단인 조합이 원활하게 해법을 모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문제가 지속될 경우 주택공급 차질과 부동산경기 불균형, 나아가 국민주거 불안이 초래될 수 있는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은 국가적인 차원의 부동산정책으로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라며 “공사비 인상요인을 조합원들에게 안내할 시공자의 책무와 상승요인을 인정할 합리적인 기준 마련, 공사비 검증제도의 실효성 강화 등 다양한 해법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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