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도 수직증축처럼 규제… 대혼란에 빠진 리모델링 시장
필로티도 수직증축처럼 규제… 대혼란에 빠진 리모델링 시장
서울시 등 안전성 강제 규정에 업계 ‘멘붕’
  • 최진 기자
  • 승인 2023.12.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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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티설계·최고층 상향
지자체 재량권 뒤엎어

안전성 검토 기준 강화
리모델링단지 거센 불만

필로티 포기 할 경우
사업 조정·비용 눈덩이
국회 “개선책 마련 노력”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공동주택 리모델링 업계가 정부의 필로티 수직증축 규제로 대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리모델링 필로티 도입에 따른 1개층 상향을 수직증축으로 해석하고, 서울시를 비롯해 일부 지자체가 이를 안전성 검토가 필요한 강행규정 의무까지 부여하면서 리모델링 단지들이 멘붕에 빠진 것이다.

문턱이 높은 수직증축을 피해 수평증축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리모델링 현장들은 설계를 비롯해 사업계획 전반을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실무적·학술적으로도 아무런 근거가 없는 필로티 규제를 즉각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필로티 시공이 수직증축?… 돌발 법제처 해석에 업계 대혼란

최근 리모델링 업계는 필로티 수직증축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법제처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필로티 설계와 이에 따른 최고 1개층 상향에 대한 판단을 기존 수평증축에서 수직증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필로티 설계와 최고층 상향을 수직증축으로 판단해 안전성 검토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리모델링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필로티와 관련한 새 해석을 지자체가 재량으로 판단토록 했다. 지자체가 기존 수평증축을 계획한 사업장들에게 미칠 여파를 고려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라는 것이었다. 

기존 정책에 따라 사업을 추진해온 단지들까지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사업지연과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인시는 새 규정을 리모델링 사업장 전체에 소급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했고, 서울시도 지난 9월 용인시 사례를 근거로 리모델링 단지들에게 필로티 1개층 상향에 대한 새 규정을 접목했다.

현재 리모델링 단지들은 대부분 고강도 규제로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는 수직증축을 피해 필로티가 접목된 수평·별동증축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직증축 규제를 통과한 단지가 송파 성지아파트와 대치 현대1차아파트 단 2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필로티 규제 소급적용에 정비사업 정상화 경고등

필로티 규제가 서울과 용인, 창원시 등에 소급적용 되면서 리모델링 단지들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 공동주택 리모델링연합회(회장 이봉철)은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규제일변도로 진행되는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현 정부의 주택정책을 점검하면서 최근 소급적용 논란으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필로티 수직증축 규제에 대한 출구대책이 논의됐다. 국회 관계자는 해당 내용의 문제점과 이에 따른 피해를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 리모델링 주택조합협의회(회장 서정태)도 지난달 24일 서울시청 서소문2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회의원과 시의원, 서울시 관계자들과 함께 해당 내용을 논의했다. 협의회는 필로티가 기반시설, 통경축 확보와 더불어 아파트의 하중보강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서울시가 이를 규제할 경우 아파트의 안전성이 하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리모델링 단지가 사업완료 후 30년간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안전에 대해 양보할 수 없고, 법제처 유권해석에 대한 법률자문 결과에도 이상이 없다며 수직증축 안전성 검토 및 소급적용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서정태 서울시 리모델링 주택조합협의회장은“리모델링에서 필로티의 가치는 저층 거주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물론, 부족한 커뮤니티시설과 통경축 확보, 지하주차장 연결 등 사업의 핵심 가치를 품은 설계의 꽃”이라며“구조기술사를 비롯해 각종 건축전문가들과 건설학계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항을 비전문가인 서울시 정책담당자들이‘안전’을 이유로 규제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대한 설계변경에 기간·비용 추가 증가… 주민피해만 키워

서울시가 필로티 수직증축 새 기준을 소급적용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던 단지들은 혼란에 빠졌다. 기존 필로티 설계를 유지해 수직증축으로 사업노선을 전환할지, 필로티 설계를 없애고 기존대로 수평증축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고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단지들은 필로티를 없애고 구조적인 불편함을 감수한 채 사업노선을 유지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반면, 수직증축으로 사업을 전환할 경우 건축심의 전에 2차 안전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업계는 이 절차가 통상적으로 1년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수직증축 문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자칫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새 규제가 적용된 용인시 리모델링 단지들은 필로티 설계를 삭제하고 새 수평증축 설계안을 만들어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서울의 한 리모델링 조합장은“필로티 삭제는 중대한 설계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설계변경과 이에 따른 총회개최가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사업지연과 각종 추가비용도 조합원들에게 부담될 수밖에 없다”라며“지자체의 전문성 없는 고집으로 인해 불필요한 주민피해와 갈등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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