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유지 매입 후 조합설립 무효와 계약 효력
국공유지 매입 후 조합설립 무효와 계약 효력
  • 오민석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 승인 2023.12.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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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J는 서울 동대문구 일대에서 주택재개발사업을 시행할 목적으로 2006년 10월 24일 동대문구청장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득한 후 설립등기를 한 재개발사업조합이다. 

J조합은 2007년 9월 13일 사업시행인가를 득하고, 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정비구역 내 도로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대한민국 및 동대문구와 토지매매계약을 추진했다.

J조합은 2008년 9월 11일 동대문구가 보유한 4개 필지의 도로부지 지분을 6억3,648만3,700원에, 대한민국이 보유한 도로부지 한 개 필지의 지분을 1억9,782만1,960원에 각 매입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한 후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 

한편 J조합의 조합원인 F는 동대문구청장을 상대로 J조합설립인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2010년 6월 25일 승소판결을 받았고, 이 판결은 항소 및 상고가 기각되어 2013년 5월 24일 확정됐다. 이 판결에 따라 2014년 5월 22일 J조합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설립무효의 등기가 마쳐졌다. 

이같이 조합설립이 무효가 되자 J조합은 대한민국과 동대문구를 상대로 매매대금을 반환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J조합은 ①이 사건 매매계약은 정비사업을 정상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계약인데,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되어 더 이상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않는 것이 확정된 이상 매매계약은 무효이다, ②이 사건 각 토지는 도시정비법령에 따라 J조합에게 무상양도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대한민국과 동대문구는 이 사건 각 토지를 매도하였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③J조합은 정비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착오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이는 법률행위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취소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①J조합은 설립이 취소되었으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소송 제기를 위한 내부절차도 밟은 바 없어 소가 각하되어야 한다, ②이 사건 매매계약은 아무런 조건이 부가된 바 없고, 정비사업의 시행이 법률행위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③이 사건 매매계약의 대상인 도로부지는 도시계획법이나 도로법에 의해 설치되거나 고시된 도로가 아니므로 도시정비법상 무상양도 대상인 정비기반시설이 아니라고 다투었다. 

이 사건에서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원고 조합의 설립인가가 취소되어 공법인으로서의 지위는 상실되었다고 하더라도 사법상 지위에 있어서는 청산의 목적 범위 내에서 청산법인으로서 존속하고 있다 할 것이고,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청산법인의 목적 범위 내에 있으며, 청산법인은 채권 추심을 위해 필요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어 조합원 총회의 결의가 필요 없다”고 하여 피고들의 소 제기 절차상 하자의 항변은 배척했다. 

그러나 “원고가 매매계약 체결 당시 정비사업의 정상적 진행이라는 조건을 붙이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가 외부에 표시되지 않는 이상 이는 매매계약 체결의 동기에 불과”하고, “매매계약의 당사자들이 이 사건 정비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다고 볼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당초부터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었음이 확인된 이상 원고에게는 그에 관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착오를 이유로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없”으며,

“무상양도의 대상에 현황 도로를 포함하는 것으로 개정된 도시정비법 규정은 개정 규정 시행 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되는데 원고는 개정 규정 시행 전 이미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득하였으므로 무상양도의 대상에 이 사건 매매계약의 목적인 현황도로 부지는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J조합이 대한민국과 동대문구로부터 도로부지의 지분을 매입한 것은 정비사업의 추진을 위한 것임이 명백하고, 이는 매매계약의 당사자들이 공히 인식한, 매매계약의 전제임이 분명하다.

법원이 매매계약의 효력을 인정하면 결국 J조합은 이 도로 지분을 매각해 그 매각 대금을 청산절차에서 분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 매매 대상 토지는 도로부지이고, 더구나 지분이기 때문에 매수자가 있을 리 없다.

매매 대상 토지의 매각이 불가능하게 되면 청산이 완료될 수 없고, 청산법인도 계속 존속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아쉬운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오민석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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