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재개발·재건축 ‘대수술’… 계약해지 쉬워진다
신탁방식 재개발·재건축 ‘대수술’… 계약해지 쉬워진다
국토부 제도손질 본격 돌입… 주요 내용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4.01.0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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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 체결방식 개선
일정 주민동의 받아야
신탁사 공개 모집으로

초기사업비·공사비도
신탁사가 직접 조달

주민대표기구 필요성
감독·처벌규정도 신설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신탁방식 정비사업 현장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자, 정부가 본격적으로 신탁방식에 대한 제도개선에 돌입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표준계약서, 시행규정을 확정한데 이어 주민들이 사업시행자인 신탁사를 공개적으로 선정하는 등 추가적인 제도 개선에 들어간다. 또한 서울시는 공공지원 시공자 및 설계자 선정기준에 신탁방식을 포함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정비업계에서는 신탁방식의 주민 권익 보호가 미흡한 점 등을 보완하기 위해 주민대표회의 기구 설치를 법제화 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신탁사가 건설사업관리 직접 수행

최근 국토교통부는 신탁방식 정비사업 표준계약서·시행규정을 확정해 배포했다. 지난해 10월 신탁계약서·표준규정 표준안을 공개하고 약 14일간 의견수렴을 받은 뒤 최종 내용을 확정한 것이다. 

최초로 마련된 표준안 중 주요 내용은 기존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신탁계약 해지를 용이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또한 신탁 종료시점을 명확히 하고 토지등소유자가 신탁한 부동산을 별도로 관리하도록 했다. 그 밖에도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 의결사항, 자금 차입 방법 등 사업 추진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여기에 최근 확정한 내용에는 신탁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먼저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건설사업관리(PM·CM)를 직접 수행토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용역 시행 때는 신탁사가 비용을 부담한다. 

또한 신탁사는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인력을 주민에게 제시하고,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와 관리처분계획의 공고 기간처럼 주민 의견수렴이 중요한 기간에는 사업 현장에 신탁사 인력을 전담 배치하도록 했다. 

이는 최근 경기도 군포시에서 불거진 내용으로 군포시는 신탁방식을 추진 중인 재개발현장 3곳에 신탁사가 아닌 정비사업위원회가 업무를 대신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상근직원을 배치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초기사업비 및 공사비도 신탁사가 직접 조달

초기사업비·공사비 등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신탁사가 직접 조달하도록 명확히 규정했다. 신탁방식이 도입하면서 기대된 가장 큰 장점은 신탁사의 자금력으로 사업비와 공사비를 조달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시공자로부터 사업비를 의존하지 않아도 돼 조합은 건설사에게 휘둘리지 않고, 건설사 입장에서는 리스크 없이 단순도급 공사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신탁방식 도입 7년이 지나고 있지만 입찰보증금 제도로 초기사업비 조달이라는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현재 신탁방식을 추진하고 있는 현장들은 조합방식과 마찬가지로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보증금을 받아 이를 사업비 대여금으로 전환해 활용하고 있다. 사업시행자 혹은 조합설립 직후 시공자를 선정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초기사업비 조달을 신탁사가 아닌 시공자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국토부는 시공자 입찰보증금 사업비 전환은 원칙적 금지되고 건설사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신탁보수 산정 방법은 단순 요율 방식 이외에도 상한액을 적용하거나 정액으로 확정하는 등의 방식을 표준안에 포함했다.

▲법적 근거없는 예비신탁사 선정도 제동… MOU 체결하려면 주민 일정수 이상 동의 받아야

예비신탁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현재 방식에 대해서도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경우 초기 단계에서 가칭 추진준비위원회가 특정 신탁업체를 예비신탁사로 선정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지만 신탁사가 해당 현장을 선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예비신탁사 선정에 있어서 주민들의 동의 요건도 없고, 선정방식도 일반경쟁입찰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주민들의 의사와 다른 결과로 이어지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한 구역에서 각각 추진주체들이 2개의 예비신탁사를 선정하는 사례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에 국토부는 구역 지정 이전에 예비신탁사를 선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문제가 있어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시행자 지정 이전에 신탁사와 협약을 체결하는 경우 신탁방식 추진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의 주민동의를 확보하고, 신탁사도 공개 모집을 하는 등 공론화 절차를 거치도록 법제화할 계획이다.

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새로 신탁사를 선정하는 곳이 제도 개선사항을 반영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협회에 관련 사항을 권고하기로 했다.

신탁사의 책임과 의무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신탁사가 뇌물수수 등 형법을 위반할 경우 신탁사 임직원을 공무원으로 간주해 벌칙을 적용토록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조합방식과 동일하게 전체회의 의결 규정 등을 위반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규정을 신설한다.

▲주민대표기구 ‘토지등소유자 대표회의’ 구성 법제화

신탁사 선정 방법에 대한 제도 개선  움직임을 보이자 주민대표기구에 대한 필요성도 부각되면서 관련 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주민들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고, 신탁사와의 협의를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주민대표회의와 같은 중심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재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최근 주민대표기구 구성을 법제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도시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먼저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를 통해 토지등소유자 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게 했다. 대표회의는 위원장을 포함해 50명 이하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구성하게 된다. 

또 대표회의는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의 의결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해 전체회의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 대표회의의 운영과 의결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시행규정으로 정할 수 있다. 대표회의에 대한 감독과 처벌 규정도 신설했다. 

김 의원은 신탁사도 내년부터 사업시행자 지정 시 신탁등기 요건이 사라지기 때문에 계약 해지 등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 매몰비용 등에 대한 처리를 위해서라도 주민대표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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