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원의 국토이야기>선조들의 국토관 기조
<김의원의 국토이야기>선조들의 국토관 기조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7.03.0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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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2 10:23 입력
 
김의원
경원대학교 명예교수
 
 
국토가 국가 구성의 3대 요소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국토는 영토로서의 국토일 수 있고, 국민의 생활공간으로서의 국토일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국토는 전자라기 보다 후자의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뜻에서 국토란 지형, 기후, 기상, 지질, 경관의 총칭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옛날에는 강토(疆土) 또는 수토(水土)라고도 말했다. 환경으로서의 자연을 지(地)·수(水)·화(火)·풍(風)으로 파악했던 옛날의 자연관이 배후에 깔려있었다고 할 수 있다.
 
국토란 현재는 물론 미래에 있어서도 국민의 생활을 위한 민족 공동의 기반이다. 또한 국토는 그 자체의 자연적 변화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 속성은 인구의 양적 증가와 더불어 경제나 과학의 발전에 따라 질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국토를 관리하고 개발하려는 민족 주체의 의지에 좌우되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어느 민족이나 자기가 속하고 있는 국토에 대한 국토관이나 국토철학을 가지고 있다. 국토관 내지 국토철학은 자기 국토의 자연조건과 종교의 교리에 편승하여 형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세계의 3대 종교를 살펴보면, 유태교는 사막에 살던 유태인이 만들어낸 종교이고, 기독교도 발상지는 유태의 사막이나 유럽으로 파급되었다. 유럽이란 것도 엄격히 따지면 유목민족이라 할 수 있다. 유태교나 기독교를 신봉하는 지역들은 국토의 자연조건이 사막이고 유목민족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 자연(국토)이란 인간의 투쟁대상물로 인식돼 왔다. 때문에 그들은 자연을 정복한다는 말을 즐겨 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도, 중국, 태국, 미얀마 등 농경사회에서는 불교의 교리에 따라 국토에 대한 불교적 해석을 하기도 했다. 이들 나라들은 몬순권 내에 위치하고 있다.
 
몬순이란 계절풍을 말하는데 계절풍도 문제가 되는 것은 여름의 계절풍, 즉 열대의 대양에서 육지를 향해 부는 바람이다. 이 계절풍은 대개의 경우 강한 태풍을 동반하고 인간에게 대항을 단념케 한다. 그래서 몬순권 내의 많은 나라에서는 유태교나 기독교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정복이라든가 혹은 투쟁의 대상으로 보는 국토관이 있을 수 없다. 오로지 자연에 순응하는 국토관이 형성되게 마련이다.
 
우리 민족은 기후 조건이 좋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농업생산을 주요 생활수단으로 하여 경제생활 단계에 일찍 들어갈 수 있었고, 문화의 발달은 농업경제의 발전으로부터 이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신앙의 기조는 유일신이 아닌 다신교의 무속(巫俗)이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사직단을 설치하였다. 사(社)란 국토를 제사지내는 것을 말하고, 직(稷)은 곡물의 신을 말한다. 사직이란 국가란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기에 선조들은 도성을 건설할 때 4대 중요 기능으로서 첫째가 왕국이고, 둘째가 종묘, 셋째가 사직, 넷째가 시장을 들었는데 종묘와 사직은 언제나 왕국의 좌우에 위치하게 건축했다.
 
신라는 선덕왕때 사직단을 세우고 제사를 명산 대천에서 지냈고, 고구려는 사당을 세워 10월에 귀신과 사직에 대한 제사를 지냈다. 백제는 서기 2년에 사직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신라는 삼산(三山)과 오악(五岳)하의 명산 대천에 제사를 지내는 것을 관례로 하고 있었다. 이같은 행사는 고려와 조선조에까지 계승되었으니 이것은 곧 우리 선조들의 나라사랑의 발로라고 말할 수 있다.
 
큰 산이나 강은 우리 민족에겐 외경의 대상이었지 서양 사람들처럼 정복이나 투쟁의 대상은 결코 아니었다. 이러한 연유로 해서 우리나라에는 땅에 대한 많은 기록들이 있다.
 
멀리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지리지로부터 가까이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이르기까지 시대마다 지지를 편찬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왕의 통치자료로서 만들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또한 이것을 통하여 백성들의 할 바를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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