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패스트트랙에 속도전 강점 사라진 신탁방식… ‘적신호’
재건축 패스트트랙에 속도전 강점 사라진 신탁방식… ‘적신호’
조합방식보다 사업기간 더 길어지나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4.02.14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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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5대 광역시
조합설립 필요없어
신탁방식 장점 무색

현장 곳곳 잇단 잡음
신탁사 전문성도 논란
일선 현장 고민 깊어져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올해 초 정부가 1·10부동산대책을 통해 재건축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신탁방식 재건축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될 경우 서울시와 5대 광역시에서 조합방식이 신탁방식보다 오히려 사업절차가 간소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최근 표준계약서, 시행규정을 확정한데 이어, 주민들이 사업시행자인 신탁사를 공개적으로 선정토록 하는 등 추가적인 제도 개선에 들어가면서 절차가 늘어나 오히려 신탁방식이 일반 조합방식보다 사업기간이 늘어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추진위원회 및 조합설립이 필요치 않아 사업속도가 빠르다는 신탁방식의 장점이 사라져 신탁방식 재건축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정비구역 입안, 조합설립 동시 추진 가능… 정비구역 지정 후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서 징구하는 신탁방식 사업속도 장점 사라져

지난 1월 10일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통해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신탁방식 재건축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재건축 패스트트랙은 추진위 구성 후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사업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은 조합방식 재건축사업만 해당될 뿐 신탁방식은 제외되면서 빠른 사업추진을 강점으로 내세운 신탁방식의 장점이 무색해질 위기에 처했다. 특히 서울시와 5대 광역시의 경우 신탁방식이 오히려 조합방식보다 사업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신탁방식은 지난 1월 18일부터 시행된 도시정비법 개정안으로 신탁사가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고,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동의만 있으면(기존 4분의 3 동의) 사업시행자 지정과 정비구역 지정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되면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더욱 신속히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적용 지역에 서울시와 광역시 등 핵심지역이 모두 제외되면서 이들 지역의 경우 과거와 마찬가지로 정비구역 지정 후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서를 징구할 수 있다. 개정안 제101조의8에 따르면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인 경우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는 서울시가 신탁사들의 권한이 너무 커지는 것을 견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핵심 정책으로 밀고 있는 신속통합기획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다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1·10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을 예고하자, 추진위원회와 조합설립이 필요치 않아 사업속도가 빠르다는 신탁방식의 가장 큰 장점이 무색해진 것이다. 

조합방식과 신탁방식을 비교하면 조합설립은 사업시행자 지정과 같은 단계다. 이에 서울시와 광역시의 경우 조합방식은 조합설립을 정비구역 지정 전부터 준비할 수 있지만, 신탁방식은 정비구역 지정이 되고 난 후에나 조합설립 단계에 해당하는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서를 징구할 수 있다.

때문에 패스트트랙이 정부의 발표대로 도입되면 조합방식의 사업 추진 속도가 신탁방식보다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나아가 서울시의 경우 신탁방식은 과거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한 조합방식보다 사업시행자 지정 직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서울시가 지난해 말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를 통해 조합방식도 조합설립 직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장점도 없어졌다.

신탁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추진 방식은 전적으로 주민이 선택하는 것으로 이를 제한하면 안 된다”며 “정부의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도정법 개정안이 신탁방식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개정안 적용 대상에 특별시장·광역시장 등을 추가해 불합리한 구조를 신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렴한 공사비도 옛말… 현장 곳곳에서 잡음 일자 신탁사 전문성도 논란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신탁사의 빠른 사업추진이란 장점이 사라질 상황에 놓이자 일선 정비사업 추진현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신탁방식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빠른 사업속도와 저렴한 공사비, 신탁사의 전문성 등이 꼽혔다. 하지만 저렴한 공사비는 실제로 신탁방식을 추진한 현장들이 시공자를 선정할 때 조합방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신탁사들이 추진하는 여러 현장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전문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저렴한 공사비는 옛말이 됐다는 지적이다. 신탁사들은 신탁사가 분양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건설사는 단순 도급공사만 하기 때문에 조합방식보다 더욱 저렴한 공사비가 나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신탁방식 도입 초기에만 하더라도 사업성이 낮은 재개발사업 위주로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조합방식보다 저렴한 공사비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핵심지역 재건축사업에도 신탁방식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실상 조합방식과 공사비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신탁방식 정비사업 공사비가 조합방식 정비사업 공사비보다 높은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신탁방식 3.3㎡당 평균 공사비는 728만3천원을 기록해 조합방식 3.3㎡당 공사비 682만5천원보다 45만8천원(6.9%)이 비쌌다.

또한 최근 신탁방식 추진 현장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신탁사의 전문성도 의심받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군포시가 시내에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으로 추진 중인 현장의 신탁사에 일제히 공문을 보내 도시정비법 위반에 대한 의견제출을 통지하면서 신탁사의 전문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군포시는 사업시행자인 신탁사가 정비사업위원회로 하여금 정비사업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정비사업위원회 운영비용을 신탁 수수료가 아닌 토지등소유자가 부담할 차입금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탁사가 해당 현장에 상근직원을 배치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의 경우 시공자 선정 입찰지침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돼 서울시가 제동을 걸자 소유주들은 이번 사태가 벌어진 원인으로 KB부동산신탁이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을 대상으로 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한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 재건축사업은 한국자산신탁이 소유주들 의견수렴 없이 설계안, 시공계약 등의 가계약을 진행한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또 가계약서에서 건설사 대표 이름 및 계약조항 순번 오기 등 다수의 오타가 발견되면서 전문성 논란이 커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빠른 사업속도, 저렴한 공사비, 전문성 및 투명성은 신탁사가 항상 내세운 신탁방식의 장점이지만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질 않아 신탁방식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현장이 많다”며 “사업절차 등은 불합리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하지만, 신탁사들도 신탁방식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실제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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