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직접설립제도 사업 지연 유발… 재개발엔 부적합”
“조합직접설립제도 사업 지연 유발… 재개발엔 부적합”
조합 직접설립제도 실익있나… “정비사업판 조삼모사 제도”
협력업체 도움 없이 사업윤곽 잡아야 하는 문제도 발생
  • 최진 기자
  • 승인 2024.03.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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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정비업계 일각에서는 조합 직접설립제도가 오히려 전반적인 정비사업 기간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추진위원회 방식의 경우 정비업체를 비롯해 도시계획·설계 등 여러 협력업체의 도움을 받아 사업의 윤곽을 갖춰가며 사업을 추진하지만, 조합 직접설립제도는 구청이 선정한 정비업체가 단순히 조합설립 동의율을 달성하는 업무수행만을 하기 때문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주민협의체가 실질적인 정비사업 미흡에 따른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구청에서 설계와 감정평가 등 외부전문가의 실무지원을 제공한다”라며 “정비사업의 전문성만 놓고 보면 인허가까지 감안한 총괄적인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추진위 방식보다도 더욱 전문적일 수 있고 향후 조합설립 이후에도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업체선정 절차도 거치지 않은 외부인의 단순 자문만으로 사업 전반의 윤곽을 그려낸다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추진위 방식에서는 공공이 판단한 사업개요에서 토지등소유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력업체를 통해 개선·수정하는 과정이 진행되지만, 조합 직접설립은 관청의 뜻대로 일사천리 진행되기 때문에 사업성 하락에 따른 주민갈등과 어이지는 사업지연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문을 실행하는 주체가 주민들이 설립한 추진위가 아니라 관청일 경우 자문내용은 기존 정비계획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주민이익을 극대화하는 민간 성향의 정비사업이 아니라, 자칫 공공성이 강조되는 공공정비사업으로 사업성격이 전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관청 친화적인 전문가들이 추진위와 용역계약을 체결해 사업이익을 극대화하는 협력업체와 동일한 수준으로 사업을 검토할지 의문”이라며 “협력업체의 경우 사업성을 높이고 기존 계획을 더욱 개선시킨 성과가 곧장 업체의 전문성과 실적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외부전문가 자문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변명밖에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또 “구청의 행정지원과 외부전문가 자문 등의 요소는 제도적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 구청이 자의적으로 판단했을 때 필요한 경우에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체감하는 전문성과 도움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선 정비사업장에서는 조합 직접설립제도가 조합설립 절차만을 앞당기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추진위 과정에서 점검돼야 할 각종 사안들을 조합설립 이후로 미루고 단순히 ‘조합설립’이라는 간판만 먼저 앞당기는 것이기 때문에 조합설립 이후에는 사업 속도가 추진위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명규 석관4구역 재개발 추진준비위원장은 “재건축과 달리 구역계와 용도지역, 노후도 등의 민감한 사항이 많은 재개발사업에서는 현행 조합 직접설립제도가 전혀 적합하지 않고, 이것은 조합 직접설립제도의 8년간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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