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정비업계는 정부가 재건축으로 편향된 정책기조를 지속할 경우 현 정부 부동산대책의 전문성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1기 신도시 재정비와 주택공급 정상화를 추진하려면 리모델링 현안들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1기 신도시 대부분이 고용적률 아파트로 구성돼 있고, 재건축 진입장벽을 단계적으로 낮추더라도 리모델링이 유일한 대책일 수밖에 없는 단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내 공동주택 4,217개 단지 중 3,096개 단지는 리모델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산술적으로 서울아파트 10개 단지 중 7개 단지 이상이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중 수평·별동증축 등에 따른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이 가능한 곳은 898개 단지며, 맞춤형 리모델링이 필요한 곳은 2,198곳에 이른다.
이에 분당·일산·산본 등 1기 신도시에서는 정부의 재건축 지원공략에도 불구하고 기존 리모델링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언제 세부적으로 구체화될지, 또 구체화되더라도 10년 이상 소요되는 재건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힘들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분당 무지개마을 4단지는 이주개시 11개월만인 지난해 11월 착공에 돌입했고, 분당 1,700가구 규모의 느티마을 3·4단지도 이주를 매듭짓고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은 재개발·재건축과 더불어 리모델링사업에도 개선·지원책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노후도·용적률 등 산술적인 수치만으로는 사업추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일괄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 수원시의 경우 ‘수원시정 4개년 계획’에서 미래도시를 준비하는 계획 요건으로 재개발·재건축 통합심의와 더불어 리모델링 관련 개선책을 제시했다.
서울시 신통기획처럼 리모델링 심의절차를 통합·단순화하고 건축심의 인허가 지원을 위한‘선검토’제도를 도입해 속도를 앞당기는 내용이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들은 상반기 중 학계와 정계 등 주택정책 전문가들을 초청해 건설적인 주택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고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점검할 예정이다. 또 정당별 리모델링 공약들을 취합·평가해 총선 지지선언을 발표하는 등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단체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이봉철 전국리모델링주택조합 협의회장은 “정부가 노후아파트 주거환경 개선과 주택공급 실적, 노후도시 재정비 등의 각종 부동산정책 과제를 모두 재건축으로만 해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리모델링도 주택정비사업의 한 유형이고, 상당수의 단지들은 리모델링이 유일한 정비사업 선택지이기 때문에 리모델링에 대해서도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미흡한 제도는 개선하는 등의 국가 차원에서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