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보증금 실태와 상승원인은 뭔가
입찰보증금 실태와 상승원인은 뭔가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6.10.3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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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1 16:58 입력
  
서로 잇속 챙기려 보증금 과다 책정
특정회사에 수주권 넘겨주는데 악용
협력업체 투입비등 정산용으로 사용
 
10억, 20억, 50억원. 이 금액은 로또의 당첨금액이 아니다. 최근 정비사업구역에서 시공자선정때 조합이나 추진위가 요구한 입찰보증금액이다. 과거에는 3억~5억원이 통례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입찰보증금은 특별한 이유 없이 대폭 상승했다. 지난 8월 25일 도정법 개정 이전까지 전국의 수많은 재개발구역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시공자를 선정하려는 노력이 줄을 이었다. 이 과정에서 입찰보증금은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왜 이렇게 높은 금액이 책정될 수 밖에 없는지 조합과 시공사들은 서로 상반된 입장이어서 의구심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현재까지의 시공자선정을 위한 입찰보증금 실태를 알아보고 그 용도는 무엇이며, 합리적인 입찰보증금은 어떻게, 얼마를 산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아울러 입찰보증금을 보증보험증서로 대체 가능한가에 대해 총 2회에 걸쳐 알아본다.
 
▲10억에서 40억원이 평균 입찰보증금액=지난 2005년 12월 부산 남구 대연2구역에서는 시공자참여 자격을 입찰보증금 50억원을 납입할 수 있는 업체로 한정했다. 즉, 50억원을 내고 참여하든지 그렇지 못하면 참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2005년 10월에는 부산 남구 대연3구역에서 입찰보증금을 20억원으로 책정했다.
 
2006년에 들어서면서 입찰보증금액은 10억~40억원이 평균금액으로 굳어졌다. 지난 1월 장전6구역이 15억원을 책정했으며, 8월에는 광안2구역이 20억원으로 책정했다.
 
범전1구역은 초기에 60억원으로 보증금 액수를 정했다가 참여희망시공자들의 ‘과다 책정이라는 비난’으로 4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부산 북구 화명동은 10억원을 책정했는데 부산지역에서는 그나마 낮게 보증금액을 정한 곳이다.
 
대구지역에서는 대명2동재개발이 12억원, 황금2동재개발이 20억원이다. 호남지역으로 넘어와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재개발은 30억원, 전주시 완산구 태평동에서는 현금 7억원과 보증보험증서 150억원, 인천 부평구 신촌구역은 15억원을 각각 책정했다.
 
▲입찰보증금, 총회비용 외 대여금으로 전환=입찰보증금의 사용용도는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해 개최한 총회경비 정산이 가장 우선하며, 협력업체에서 기 투입한 비용의 회수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 외 일부는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운영경비로 사용되는데 이 때 대여금으로 바뀐 입찰보증금은 대부분이 무이자 성격이 강하다.
 
▲입찰보증금, 높아지는 이유 따로 있다=입찰보증금을 높게 책정하는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타 경쟁업체의 참여를 제지하기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특정 건설사와 집행부가 사전입맞춤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시공자선정공고 후 타 경쟁업체가 참가하면 기존에 집행부와 말을 맞춘 업체는 무혈입성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타 업체가 들어오지 못할 정도의 높은 금액을 입찰보증금으로 책정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산에서다.
 
통상 입찰이 공고되면 영업팀은 견적팀에 넘겨 사업에 대한 수지를 계산한 후 임원투자심의를 거쳐 최종 입찰참가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기간이 짧게는 일주일~한달여가 소요된다. 여기에 몇 십억원의 입찰보증금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면 사업참여 결정은 더욱 어렵게 된다.
 
결국 이런 메카니즘을 잘 아는 시공자가 타 시공자 견제용으로 보증금 액수를 높이는 것이다.
 
입찰보증금이 악용되는 또 하나의 사례는 조합이 입찰에 참여한 시공자를 옥죄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조합은 시공자를 선정하기에 앞서 입찰지침서나 홍보지침서를 만들게 된다.
 
이때 시공자가 지침서의 내용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 입찰보증금 전액을 몰수당할 수 있어 시공자로서는 조합의 홍보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지침이 특정 시공자에 유리하게 됐든 아니든 관계없다.
 
실제 몇몇 재개발구역에서는 입찰지침서에 홍보지침이라 하여 <입찰등록 후 특별한 사유 없이 중도에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 ‘발주자’가 정한 ‘입찰지침’ 또는 ‘홍보지침’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는 ‘발주자’는 입찰참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아니하고 ‘발주자’에 귀속시키며, ‘입찰자’는 이에 대해 민·형사상 등의 일체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등의 내용을 마련해 활용했다.
 
이 경우 시공자는 조합의 요구대로 따를 수밖에 없고 조합은 입찰보증금을 담보로 참여 시공자를 손안에 떡 주무르듯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당초 입찰보증금은 입찰참가자에게 보증금을 미리 내도록 하여 낙찰자가 계약체결을 거절할 경우 그 보증금을 몰수하여 부실업자의 응찰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즉, 경쟁입찰하는 참가자에 대해 성실한 의무이행 확보수단으로 적립케 하는 계약금으로 보통 현금, 유가증권이나 지급보증서를 입찰보증금이라 한다.
 
 하지만 주택정비사업에서의 입찰보증금은 현금납입을 원칙으로 하며, 그 용도는 부실업체입찰 방지가 아닌 대여금전환과 조합이 업체를 견제하거나 업체가 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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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도정법 시행으로 촉발
 
■상승원인 뭔가
 
재개발·재건축에서 시공자선정 때 입찰보증금 문제가 두드러지게 된 것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시행 직전이다. <도시재개발법>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한 재개발·재건축은 시공자선정시기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 즉, 아무 때나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었으며 운영자금이 필요하면 시공자선정총회를 개최하고 선정된 시공자로부터 운영자금을 차입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입찰보증금을 책정하지 않아도 됐다. 실제 이 당시 시공자가 참여하기 위한 입찰보증금은 없거나, 있어도 5천만~1억원 수준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이 도정법으로 옮겨오면서 시공자 선정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굳어지게 됐다. 즉, 그 이전 단계에서 시공자를 선정해 사업추진에 필요한 자금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입찰보증금은 이때부터 눈 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2003년 7월 1일 도정법 시행전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한 행위가 전국에 걸쳐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때 선정된 시공자가 법적으로 인정되느냐 안 되느냐에 관한문제는 둘째였다. 우선 선정 후 시공자가 제공하는 입찰보증금을 사업운영경비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아야 5천만~1억원 수준이던 입찰보증금액은 2억원, 3억원, 5억원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시공자를 선정했지만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업시행인가 때까지 자금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 때까지의 운영비를 한꺼번에 받아 놓자는 숨은 계산에서다.
 
결국 입찰보증금이 10배 가까이 불어나게 된 원인은 도정법의 제정에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과정이 지난 8월 25일 도정법 개정 시행을 앞두고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공자지위인정여부는 나중 문제로 우선 사업경비 확보를 위한 입찰보증금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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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너무 많을땐 법적 분쟁될 수도
 
■문제는 없나
 
입찰보증금이 과다 책정될 경우 법적인 분쟁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정비사업전문가는 “재개발·재건축구역에서 시공자선정 시 입찰보증금을 과다 책정하는 것은 시공자선정기준 제4조에 위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조합이 입찰참가조건을 정하는 경우 그 기준이 공정성을 잃게 된다면 법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시공자선정기준 제4조는 (공정성 유지 의무)에 관한 사항으로 <조합·건설업자등 및 입찰에 관계된 자는 입찰에 관한 업무가 자신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되어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이해 충돌의 방지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 조합임원 및 대의원은 입찰에 관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직무의 적정성을 확보하여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으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전문가는 “제4조의 규정을 단순히 ‘공정하게 성설히 임무를 수행하라’는 정도의 조문으로 해석해서는 큰 오산이다”며 “만약 공정성을 잃을 정도의 기준을 정하여 선정할 경우에는 제4조에 의하여 선정행위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입찰보증금을 과다 책정할 경우에도 시공자의 자금을 압박해 참여를 제한할 수 있으므로 공정성 결여에 따른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선정행위무효로 귀결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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