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현 박사>기업없는 기업도시의 건설?
<시론 이현 박사>기업없는 기업도시의 건설?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6.09.2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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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7 10:50 입력
  
 
이현
도시계획학 박사
알투코리아 대표이사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개발계획들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균형 발전을 통하여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전 국토가 부동산투기장화 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계획의 추진에 따라 충청권역이 들썩였고,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과 지역의 산학연이 유기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지역발전의 선도 역할을 담당하게끔 하고자 하는 혁신도시는 전국의 후보지역들을 들뜨게 하였다.
 
그리고, 전 국토의 분위기를 균형적으로 하기 위해 전국 시·도 지역까지 그 대열에 함께 하도록 ‘기업도시’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하여 지원하고 있는 기업도시 사업은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복합자족도시를 말한다.
 
지난 해 8월 산업교역형에 전라남도 무안, 지식기반형에 충청북도 충주와 강원도 원주, 관광레저형에 충청남도 태안·전라북도 무주·전라남도 해남·영암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하였다. 이들 지역에는 향후 5∼10년에 걸쳐 약 5천200만평 부지에 37조원 가량의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 도시들이 철저한 수요 분석과 치밀한 계획보다는 낙후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따라 선정되었다는 우려와 함께 개발에 따른 경제성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예측이 무성하다. 특히 원주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들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관광레저형 개발이 예정된 곳은 상주인구 비율이 낮아 실질적인 자족도시로서의 기능이 의문시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격이 유사할 것으로 여겨지는 기업도시와 산업단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기업도시는 민간기업이 투자 계획을 포함한 모든 계획을 세우고 직접 도시를 개발한 뒤 상당수의 인력과 자본을 기업도시로 직접 이전해간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산업단지와 차별된다. 산업단지의 개발권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것과는 달리 기업도시의 경우 민간 기업이 개발권을 갖는다. 특히 기업은 산업단지를 비롯해 주택, 병원, 학교 등을 건설하고 관련 산업과의 동반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해외에서 이러한 도시로 성공한 지역이 바로 일본의 도요타시, 미국의 실리콘밸리, 핀란드 울루에 해당한다. 일례로 일본의 도요타시는 도요타자동차가 중심이 된 소도시로서 산업기반이던 양잠업이 쇠퇴하자 1938년 도요타자동차를 유치하였으며 그로 인해 도시가 활기를 되찾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된 사례 국가들 중 우리나라처럼 특별법을 제정하여 인위적으로 기업도시를 만드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이윤추구가 궁극적인 목표이기는 하나, 기업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황무지에 최고 기업이 이전하여 터를 잡는다고 하여도 암묵적으로 공유되는 기업문화 및 혁신을 이끌 수 있는 배경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는 기업도시라는 허명아래 단순히 지방도시와 기업을 연결하여 전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단순공식을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기업이 존재하고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업도시로 양성하여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려고 한다면, 기업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각종 규제완화 및 개발이익환수 비율을 적정수준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낙후지역 발전의 명분보다는 철저한 사업타당성을 바탕으로한 실현·성공 가능성을 중시해야 하며, 이와 더불어 유형별·도시별 특성을 고려하여 투자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중복 과잉투자 또한 방지해야 한다.
 
기업도시 건설은 민간의 영리사업만이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공적인 역할 수행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 의료, 문화서비스 등 양질의 생활환경을 함께 구축하여 진정으로 경쟁력 있는 지방도시를 육성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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