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국토개발 및 관리에 있어서 주요 패러다임(Paradigm)은 ‘선계획-후개발’의 원칙 확립이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를 지나는 동안 전 국토에 걸쳐 발생된 난개발의 폐단은 중앙정부로 하여금 계획적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증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난개발의 문제는 도시의 교외지역뿐만 아니라 도시내 기성시가지에서도 빈번하게 발생되었다. 서울시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용적률 400%의 판상형 아파트로 대표되는 고밀도 개발이 저지대, 고지대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짐으로써 교통 혼잡과 상하수도 부족 등으로 인한 기반시설 확보비용의 과다 발생, 경관훼손 및 일조권 등의 환경문제가 발생됐다. 이로써 난개발의 문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도시계획분야에서는 기존의 용도지역에 의한 평면적이고 소극적인 관리체계에서 벗어나 계획에 의한 개발, 지구단위계획을 활용한 입체적이고 적극적인 관리체계로 도시계획수단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즉, 난개발 방지를 도모하고 국토의 균형발전 및 효율적 이용을 유도하기 위하여 먼저 계획을 수립한 후에 개발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계획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목적을 달성하는 최선의 수단’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데, ‘최선의 수단’이라는 단어에 함축된 의미는 계획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토·도시계획체계에서 살펴보면,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국토종합계획, 수도권정비계획, 광역도시기본계획, 도시기본계획 등이 수립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는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을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기 위하여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여기서, 정비계획의 필요성을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주요 사업주체인 조합과 행정기관(중앙정부, 지자체)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토지등소유자(조합원)에게는 주거환경의 개선과 재산가치의 증대라는 목적달성을 위한 유일하고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 다음으로 기성시가지의 계획적 관리 및 균형발전을 위해 정책을 입안하고 개발행위를 감독하는 중앙정부 및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게는 목표실현을 위한 최종적인 개발 가이드라인이 된다.

 

따라서,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 토지등소유자(조합원)와 재건축·재개발사업 제도를 감독·운영하는 행정기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즉, 정비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 중요한 관건은 △최대의 사업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와 동시에 △상위계획에서 정하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합리적으로 찾느냐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전문가에 의해 정비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행정기관에서는 도시계획심의제도라는 도시계획적 장치를 통해서,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토지등소유자(조합원) 등이 수립한 정비계획을 상위계획의 목표에 부합되도록 규제 또는 유도하고 있는데, 한번 잘못 수립된 정비계획은 심의과정에서 장기간 수정·보완되거나 수립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등의 시간낭비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행정기관(중앙정부, 지자체)으로서는 정비계획이 상위계획의 최종적인 실현수단이라는 점에서 심의과정상 많은 통제를 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이런 도시계획 체계에서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중 하나인 정비계획을 신중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비계획을 전문가에게 맡기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이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계획은 목적달성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모든 계획이 반드시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어떻게 수립하느냐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정비계획업체 선정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