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배순석>강북 뉴타운의 이상과 현실
<시론 배순석>강북 뉴타운의 이상과 현실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6.06.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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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0 17:40 입력
  
 
배순석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타운이란 용어는 ‘신도시’라는 뜻이기 때문에 삶의 터전으로서 인기가 높은 분당 등 수도권의 신도시를 연상하게 한다. 강북 뉴타운사업이 대대적으로 전개되면 강북지역이 수도권 신도시처럼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의 성공이 강북 뉴타운사업으로 이어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일련의 뉴타운사업을 통해, 도로, 주차장,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이 절대 부족하고 낡은 집들이 밀집해 있는 강북의 구시가지가 쾌적한 신도시로 바뀔 수 있다면 그 자체를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나 <도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뉴타운개발사업 시행방식에는 적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과거의 개발지상주의적인 접근방식이 뉴타운개발방식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강북 뉴타운을 어떤 모습으로 개발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도 더 중요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사업과정에서 그리고 개발의 결과로 초래될 직·간접적인 파급효과이다.
 
우선 따져 보아야 할 것은 “뉴타운사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이다. <도촉법>을 통해 뉴타운사업이란 옷은 걸쳐 입었지만, 동법에서 얘기하는 재정비촉진사업은 사실상 주택재개발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재건축사업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 사업들은 수십년 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제는 현지 영세민들을 그런대로 배려하도록 변화되어 왔다. 그러나 <도촉법>에서는 뉴타운사업지구에 중산층이상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중대형주택 주택공급 비율을 높이고, 사립학교 및 특목고의 유치를 도모하고 있다. 물론 중산층이상을 유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자체는 좋지만, 살던 집이 철거되는 저소득 원주민의 대책에 대해서는 어떠한 보완조치도 제시되고 있지 않다.
 
뉴타운사업 추진은 기본적으로 상당한 개발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사업지구 내 뿐 아니라 사업지구 외에까지 사업시행자가 재원을 부담하여 기반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자가 개발이익을 챙겨서 재원을 마련하라는 뜻인 것 같다. 그리고 개발이익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도록 각종 개발기준을 완화하고 있다. 건폐율, 용적률 등 건축기준들을 특례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당장 돈 안들이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건축기준 완화를 우선적인 정책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렇게 하여 결국은 우리나라 도시들을 엉망으로 만들었는데 말이다. 다세대·다가구주택 공급촉진을 위해  건축기준과 주차장 설치기준을 완화한 결과는 어떠했는가.
 
구시가지의 미래로서 제시한 뉴타운사업 지구에서 건축기준, 학교시설기준, 주차장기준 등을 완화해서 무엇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필요하다면 적정한 수준의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지원할 자금이 부족하다면 차라리 우선순위가 높은 지역부터 조금씩 개발해야 한다.
 
뉴타운사업 추진방식의 가장 큰 결함 중의 하나는 주민참여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개별사업별로 주민동의에 관한 기준이 있으나, 각각 기준이 상이하고 또한 사업별 동의와는 별도로 전체 지구지정 등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업단계별로 주민들이 참여하여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선진 외국은 불가피하게 재개발을 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그런데 정부와 서울시는 강북뉴타운 개발계획을 보면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 여태까지 서울시에서 수행된 재개발구역과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의 평균 규모가 각각 4만4천㎡와 1만7천㎡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최소 50만㎡에 100만㎡를 초과하는 뉴타운사업 대상지구의 단위 규모는 정말 큰 것이다. 이렇게 큰 규모의 뉴타운사업지구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될 경우 서울의 주택시장, 특히 전세시장에 큰 혼란을 주게 된다. 성과위주의 성급한 사업추진보다는 단계적인 사업추진이 필요하다. 현지 주민들의 이주대책 마련을 위해서도 지구별 순환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도촉법>에 근거한 구시가지의 뉴타운사업은 이제 시작단계에 있어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법령 내용 자체로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이런 저런 문제를 개선하고,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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