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최막중>재건축 문제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논단 최막중>재건축 문제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6.06.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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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0 17:35 입력
  
“강남권 초고층 유도… 도시 새 로드맵 절실하다”
규제통해 재건축값 잡더라도 모든계층 고통 불가피
가격상승에 가장 민감한 저소득층 생활부터 살펴야
 
 
최막중
서울대 교수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2003년 이른바 10·29 대책을 비롯하여 2005년 8·31 종합대책, 그리고 2006년 3·30 대책에 이르기까지 주로 서울 강남지역의 주택시장, 그 중에서도 특히 재건축 시장을 집중적으로 겨냥해 왔다.
 
강남의 재건축을 억제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는 재건축 가능성으로 인해 강남의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이것이 강남의 일반아파트 가격을 상승시키고, 그렇게 되면 다른 지역의 주택가격도 상승하게 것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있다.
 
나아가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개발이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가수요) 때문이라고 보는 관점도 재건축 억제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건축과 일반아파트 가격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가격은 현재의 이용상태가 아닌, 재건축 후 미래에 기대되는 주택가격을 현재가치로 환원하여 반영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를테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평당가격은 현재의 주택평형이 아닌, 재건축 후 기대되는 평형을 기준으로 계산되어야 한다.
 
재건축아파트의 가격은 재건축 전후의 주택평형을 비롯하여 용적률(그리고 이에 따른 대지지분), 새 아파트 단지와 헌 아파트 단지의 차이, 그리고 무엇보다 재건축이 이루어질 가능성에 대한 기대 확률과 위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또한 재건축을 통해 신규 공급된 아파트의 가격은 기존의 일반아파트에 비해 기본적으로 새 아파트 단지와 헌 아파트 단지의 차이에 따른 가격 프리미엄을 더한 수준에서 결정된다.
 
주택은 가장 대표적인 내구재이기 때문에 주택시장은 대부분 중고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일반아파트라 함은 곧 중고주택을 의미한다. 따라서 재건축을 통해 신규로 공급되는 아파트의 물량은 중고주택으로 구성된 일반아파트 전체의 물량에 비해 매우 작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소수의 재건축 물량이 전체 아파트 가격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오히려 신규 분양주택의 가격이 중고 재고주택의 가격(시세)에 맞추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주택은 시장에서 거래가 자주 일어나는 재화가 아니기 때문에, 종종 재건축아파트는 중고주택인 일반아파트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주택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가격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일반아파트의 소유자(매도자)가 재건축아파트의 가격을 지표로 하여 일반아파트의 매도 호가를 결정할 개연성이 있다.
 
그런데 이 때 시장에서 재건축아파트 가격에 맞추어 상향 조정된 매도 호가가 유지될 수 있다면, 이는 주택시장이 매도자의 호가를 충분히 뒷받침해 줄 수 있을 만큼 공급자 위주의 시장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의 균형가격이 공급자(매도자)의 호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국 재건축아파트가 일반아파트의 가격상승을 유도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거나, 또는 설혹 그러한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주택시장의 공급 부족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투기와 가격의 역학관계
 
투기란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 행태로서 애당초 가격이 오를 확률이 크지 않은 경우라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기를 할 수가 없다. 따라서 투기는 재건축에 따른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개발이익 발생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초래되는 결과일 뿐이다. 가격이란 시장여건에 의해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변수이지, 결코 개발이익을 겨냥한 투기에 의해 내생적으로 결정되는 변수가 아니다.
 
물론 가격이 오르면 투기가 발생하고, 투기가 발생하면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재건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향후 재건축이 이루어질 가능성에 대한 기대 확률과 위험의 정도에 따라 재건축 후에 기대되는 미래 주택가격이 현재가치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종국적으로 재건축 후에 기대되는 미래 주택가격이 현재가치에 충분히 반영되어 더 이상 재건축아파트의 가격이 오를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투기는 발생할 수 없다.
 
가격이란 시장의 신호(signal)일 뿐이다. 즉,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시장에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신호에 불과하다. 따라서 결국 가격이 오르는 원인은 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수급상황에 있다. 실상 개발이익의 존재, 즉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사실 그 자체는 시장에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동일한 맥락에서 개발이익(시세차익)을 챙기는 투기꾼보다, 투기꾼에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주택(재건축아파트 입주권)을 매입하려는 최종 소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문제이다. 이는 곧 투기꾼에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주택을 매입하여야 할 만큼 시장에서 주택이 귀하다는 이야기이다.
 
정부 정책대안의 모색
 
이상의 논의는 주택가격 안정과 투기억제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주택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개발가용지가 거의 고갈된 강남지역에서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므로, 이는 곧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라는 의미로 귀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자의 입장에서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의 확대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안일 수 있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재건축이 허용되기 시작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투기 발생과 가격상승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문제는 구조적인 해법을 미루는 동안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는데 있다.
 
재건축이 시작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단기적인 가격상승의 부담 때문에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계속 억제하면 주택 부족으로 인한 시장의 가격상승 압박요인은 지속적으로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는 더욱 선택하기 어려운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주택 부족으로 인한 시장의 가격상승 압박요인이 커질수록 재건축 허용에 따른 가격상승의 폭은 그만큼 더욱 커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미루는 동안 개발이익도 더욱 커지게 되므로 재건축은 정치적으로 더욱 허용하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재건축이 허용되기 시작할 때 투기가 발생하고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신규 주택물량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희소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택 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현재 100호의 주택재고에 대해 2∼3호 정도의 주택만이 선별적인 재건축을 통해 새로이 공급된다면, 이 정도의 재건축 물량은 전체 주택제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시장에서 희소한 가치를 갖기 때문에 재건축을 통한 가격상승과 이에 따른 투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재건축 물량을 이를테면 100호로 대폭 늘려 전체 주택재고를 두 배 정도로 증가시킨다면, 이 정도의 물량은 시장의 총공급량을 증가시켜 시장가격의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시장에서 재건축 물량은 희소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재건축을 통한 가격상승은 발생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물론 이는 실제 100호를 추가적으로 공급한다는 것보다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100호 정도의 주택을 재건축을 통해 공급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주는 것에 의미를 둔 이야기이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의 강남 지역 전체를 고층(또는 초고층)·고밀지역화하는 것과 같은 스케일의 대단위 규모로서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정책당국자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부분적인 재건축 허용에 따른 단기적인 가격상승의 문제를 돌파하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방안은 주택가격 문제가 당장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최대의 현안이라는 전제가 성립할 때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다.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의 대폭 확대 방안이 진지하게 검토되기 위해서는 다른 두 가지 관점, 즉 사회정의의 관점과 도시계획적 관점에서의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먼저 사회정의의 관점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주택가격의 안정이 진정 중요하다면 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원칙적으로 재건축 활성화에 따른 모든 개발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수하여도 무방할 것이다(임대주택의무비율 포함). 가격안정의 관점에서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꾀하는 대신, 이에 따른 모든 개발이익을 사회정의의 관점에서 배분하는 타협은 가능할 것이다.
 
도시계획적 관점에서도 고층·고밀주택이 도시 곳곳에 점적(點的)으로 분산되어 산발적으로 분포하는 것보다는, 이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계획적으로 집단화시켜 주는 편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따라서 차라리 처음부터 계획을 세워 강남과 같이 재건축 수요가 큰 지역을 집단적 고층(초고층)고밀 유도지역으로 지정하여 이 곳에서 모든 고층·고밀주택의 개발 수요를 흡수함으로써 다른 지역의 주거환경과 도시환경을 보호하는 것도 도시계획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강남의 고층(초고층)·고밀화를 염두에 둔 새로운 도시계획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맺는말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는 의미에서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이 글의 결론을 대신하기로 한다.
 
경상도에 흉년이 들어 쌀값이 폭등하고 있다. 그러자 일단의 보부상(보따리 장사꾼)이 전라도에서 쌀을 갖고 들어와 경상도에서 높은 값에 되팔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이 때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는?
 
① 당장 높은 가격을 주고 쌀을 구입할 형편이 안돼 굶고 있는 영세민들을 위해 보부상으로부터 쌀을 구입하여 이들에게 싼 값으로 나누어준다.
 
② 보부상들이 더 많은 쌀을 들여올 수 있도록 격려해서 쌀값을 안정시킨다.
 
③ 보부상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색출, 검거하여 죄를 묻는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상의 세 가지 조치 가운데 정부가 취해야 할 가장 바람직한 조치는 ①이다. 정부의 정책은 무엇보다 가격상승에 의해 가장 민감한 고통을 감수하여야 하는 저소득층의 생활을 보살피는데 일차적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정부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조치는 ②라고 판단한다. 직접적으로 저소득층을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조치를 통해 모든 계층에 대해 가격상승에 따른 소비자 잉여의 감소를 줄일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정부의 최악의 선택은 ③이다.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결과적으로 보부상을 제외한 모든 계층이 가격상승에 따른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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