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7단지 지분율 논란… 조합-시공자 ‘줄다리기’
고덕7단지 지분율 논란… 조합-시공자 ‘줄다리기’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2.09.11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합, 본계약 없이 관리처분 진행 롯데 압박
롯데, 주택경기 침체 이유로  설계변경 요청

 

 

본계약 없이 관리처분을 진행한 고덕7단지의 지분율 논란이 해법을 찾지 못하며 표류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자 간 대립각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합에서는 명분론, 시공사는 현실론을 내세우며 각자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조합은 사회적 명망을 받는 대기업으로서 수주 당시 했던 약속을 지키라고 시공자를 밀어붙이는 반면, 시공자인 롯데건설은 시장 상황 변화를 이유로 설계변경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에 앞서 고덕7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21일 롯데건설과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조합 독자적으로 총회를 열고 관리처분계획을 의결하므로써 롯데건설에 최후 통첩을 보냈다.

 

조합의 주장은 2010년 시공자 선정 시 롯데건설이 제안했던 163% 지분율을 근간으로 한 사업계획대로 가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태가 고덕7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고덕지구 주변의 많은 눈들이 고덕7단지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조합 “롯데는 약속지켜라”=지난달 21일 개최된 고덕7단지 관리처분총회장에서는 일찌감치 총회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났다. 롯데건설을 압박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다. 조합원들의 전체 의사를 총회를 통해 취합하고 이 결과를 롯데건설 측에 보여 종전 약속 이행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조기태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분양신청이 100% 끝났다”면서 “조합원들이 관리처분계획 의결에 만장일치의 표몰이로 큰 힘을 실어줘야 당초 약속했던 지분율에 따른 조합원들의 사업의지를 롯데건설 측에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총회는 시작부터 롯데건설을 비난하는 성토장으로 변했다.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롯데건설은 2010년 시공자 선정 총회 당시에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던 163% 지분율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건설은 2010년 고덕7단지 시공자선정 총회에서 지분율 163%를 제시해 시공자로 선정됐다. 조합원에 따르면 이 당시 롯데건설은 수주홍보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파격적인 내용의 163% 지분율을 약속했다.
여기에 덧붙여 △추가부담 없는 확정 무상지분제 △물가상승 있더라도 지분율 163% 보장 △미분양 발생시에도 100% 무상지분율 확정 등의 내용을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롯데건설은 시장 상황 변경을 이유로 설계변경을 요청했다. 중대형 가구의 숫자를 줄이는 대신 중소형 중심의 설계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이 기간이 10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합의 분양신청 상황에 따르면 평형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전체 893명의 조합원 분양신청자 중 63.5%인 567명이 34평형에 몰려 있다. 뒤이어 25%인 218명이 44평형에 몰려 있다. 전체 조합원 분양신청자의 88%가 34평형과 44평형에 집중돼 있다. 반면 50평형에는 29명으로 3.25%, 61평형에는 9명이 신청해 1.01%를 나타냈다. 고덕7단지의 사업계획은 △25평형 231가구 △34평형 668가구 △44평형 397가구 △50평형 154가구 △61평형 60가구로 구성돼 있다.

▲“시공사 시간끌기 작전 그만하라”=조합이 롯데건설을 비난하는 이유는 신뢰 상실이다. 대기업 건설사의 말바꾸기는 신뢰감 상실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조합의 주장은 시공사는 정비사업 전문가로서 이런 시장 침체 상황을 예측했어야 하고, 최소한 시공자 선정 당시 ‘100% 확정’이라는 식의 약속을 남용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꼬집고 있다. 경제 상황에 대한 변동 및 추이 예측 가능성에 있어 대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시공자 선정이 벌어지던 2010년 당시에는 이미 중대형 평형의 미분양 조짐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롯데건설로서는 사실상 할 말이 없게 됐다. 당시 공사를 마치고 입주한 고덕1단지의 일반분양 결과, 40평형대 이상의 중대형 물량에서 미분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길 건너 고덕1단지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불구 무상지분율 확정’이라는 용어를 마구 남발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합은 비전문가로서 계약 과정에서 일종의 사회적 약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건설자재 변동 및 부동산 추이 등 다양한 경로로 경제상황의 정보를 가진 대기업에서 이런 점들을 사전에 파악해 대안 제시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공자 선정 당시에는 호기롭게 ‘모두 확정’이라는 장밋빛 약속을 해 놓고 지금은 시장 상황 변동을 이유로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사회적 약자인 조합원의 피해를 담보로 해답을 찾겠다는 편의적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총회장에서 한 조합원은 “조합은 사업 아마추어이며 비전문가다. 전문가가 약속해 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담보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은 롯데건설이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시간을 벌어보자는 시공자의 계산이라는 주장이다. 조합은 지난해 10월 사업시행인가 고시가 완료된 이후 수차례에 걸려 롯데건설에 본계약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올해 1월에는 아예 조합 자체적으로 99페이지에 달하는 계약서를 만들어 롯데에 발송하기도 했음에도 롯데건설은 본계약 협상을 미루며 협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

 

강동구청 ‘본계약 없는 관리처분계획’ 법률적 검토

 

■ 인가 받아낼까
 
본계약이 없는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 신청을 앞두고 강동구청도 바빠지게 됐다.

구청은 현재 인가행위의 적법성에 대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비용분담 사항의 근거가 되는 공사비 내용이 정확치 않아 관리처분계획 전체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구청에서도 고덕7단지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가 가능한지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인가 여부에 대해 아직 확실한 것은 없으니 답변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동구청은 고덕7단지의 관리처분총회 총회 개최를 금지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최종 입장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개최된 관리처분총회의 합법성과 관련해 구청은 “시공자의 본계약 절차를 거치지 않은 관리처분총회는 개최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가 조합원들의 항의를 받고 한 발 물러나 일단 총회 개최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처음 해석 시에는 관리처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총회 개최를 하지 말라는 입장이었지만 시공자가 본계약에 참여하지 않으려 해서 어쩔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조합이 자체 자문 변호사를 통해 법률 검토를 한 결과 가능하다는 의견 등을 보내와 일단 총회는 개최하라는 식으로 정정했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또 “현재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은 공람을 진행 중”이라며 “공람이 끝나는 8월 말에서 9월 초 쯤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들어올 전망인데 그 이전까지 내부 검토를 통해 결론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상생방안 찾자는 것 ‘지분율 163%’ 약속”

■ 롯데입장

“시간 끌려는 게 아니다. 상생의 길을 찾자는 것이다. 163% 지분율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현재의 사업계획대로 중대형을 시장에 내놔봤자 팔리지 않는다.”

조합의 강경한 자세에도 불구하고 롯데 측에서는 ‘설계변경만의 살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 측의 입장은 한 마디로 ‘공생공존’이다. 조합과 시공사가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현재 조합의 요구는 일방적으로 시공사에게 손해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우리도 사업을 빨리 진행시키고 싶다. 그러나 현재 조합에서 주장하는 사업계획대로 추진하게 될 경우 회사에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며 “시장에 팔리지 않는 상품을 내놓는 것은 시장의 경제 상식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분양 물량이 미분양 상태로 있게 될 경우 나중에 입주한 조합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시장에서 팔리는 중소형 위주로 사업계획을 바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의 답안이라는 게 롯데 측의 주장이다.

1개월 정도면 가설계를 만들어 조합원들에게 다시 선보일 수 있으며 그 내용이 총회 의결을 받는다면 8~10개월을 거쳐 설계변경 절차가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계 변경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이 기간 동안 시장 상황의 개선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제안이다. 또한 이를 통해 163%의 지분율도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 회사가 163% 지분율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현재 사업계획으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사업계획을 바꿔 파이를 크게 키우자는 취지”라며 “사업계획을 변경하자는 것은 163% 지분율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공자 해지를 했을 때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다. 시공자 교체 카드를 내놓더라도 163% 지분율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대형 시공자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시공자를 해지한다면 과연 누가 들어오겠나”라며 “현재 시장 상황에서 중대형이 많은 사업계획으로 고덕7단지에 들어오려는 대형 건설사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에서 시공자 해지를 요구해 오더라도 답안은 설계변경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설득해 나갈 것”이라며 “지금은 이같은 제안이 비난을 받을지라도 향후 이 방법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