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재정비촉진사업 ‘난항’… 왜 이러나-下 (도시개발 사업)
인천 재정비촉진사업 ‘난항’… 왜 이러나-下 (도시개발 사업)
  • 심민규 기자
  • 승인 2009.09.02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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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재정비촉진사업 ‘난항’… 왜 이러나-下 (도시개발 사업)
 
  
혈세 퍼붓기… 적법성 논란… 주민 갈등만 키운다
나지 50% 이상 요건 안 돼도 ‘밀어붙이기’식 추진
인천시·도개공 부채 해마다 급증… 재정 파탄 우려
 
 

인천시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연이어 촉진계획을 공람·공고하는 등 수용방식의 재정비촉진사업을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시의 ‘밀어붙이기’식 사업추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적법성, 예산난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인천시의 재정비촉진사업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시는 지난 6월 〈도시개발법〉에 따른 수용방식의 도시개발사업 추진을 골자로 한 제물포역세권 재정비촉진계획을 공람·공고한 바 있다. 이에 해당 주민들은 수용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보상에 관한 계획이 전혀 수립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시는 이 같은 반발에도 지난달 비슷한 내용으로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계획’을 공람·공고하면서 재정비촉진사업을 강행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나지비율 등이 충족되지 않은 채 수립된 촉진계획의 적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부채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인천시의 재정 상태를 볼 때 수용방식의 재정비촉진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도시개발법, 재생이 아닌 개발을 위한 법=우선 전문가들은 인천시가 〈도시개발법〉에 따라 재정비촉진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시개발법〉은 도시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기 때문에 이 법을 적용해 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법의 취지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즉 도시가 형성되지 않은 지역에 도시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기 때문에 건축물이 밀집한 인천시의 재정비촉진사업(도시재생사업)에 적용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이다.
 
인천 도개공 관계자 역시 〈도시개발법〉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인한 바 있다.
 
지난 2월 서울시립대학교 산학협력단 주최로 열린 ‘도시재생법(가칭) 제정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인천 도개공 도시재생 관계자는 “〈도시개발법〉에 따라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나지비율 확보 등의 문제로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별도의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1일 개정 전 국토해양부의 도시개발업무지침 1-2-1에는 “도시개발구역은 동일한 필지 내에 건축물이 없는 토지의 총면적이 전체 토지면적의 50% 이상인 지역에 한하여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시 말해 〈도시개발법〉에 따라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체 개발면적 중 50% 이상이 나지여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단서조항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7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취락지구나, 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개발구역을 지정하는 자가 낙후지역의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국토해양부장관과 협의한 경우에는 나지의 비율과 관계없이 개발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국가·지방자치단체·한국토지공사·대한주택공사 또는 지방공기업법에 의하여 설립된 지방공사가 개발사업의 시행자가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조항 역시 취락지역 혹은 낙후지역에 한해 공공이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천시는 줄곧 국토부에 도시개발구역 지정 요건인 나지비율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해 왔었다. 이러한 인천시의 줄기찬 요구에 따라 지난 21일 국토부는 도시개발업무지침을 개정, 시행에 들어갔다. 나지비율에 상관없이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현행 개정 도시개발업무지침에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5항제1항의 규정에 따른 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공공이 시행하는 경우에 한해 나지비율에 상관없이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의 소지는 남아 있다.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공공이 시행하는 경우 나지비율에 상관없이 도시개발사업이 가능하지만 “주거지형은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하더라도 주거지형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행 개정 도시개발업무지침을 적용한다 해도 사실상 인천시의 도시개발구역은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도시개발사업 전문 변호사는 “현재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유일하다”며 “주거지역을 수용해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법의 취지와도 상충되기 때문에 향후 법적 분쟁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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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장선거 표심 의식한 치적 쌓기?
■ 강행 속내는
주민들의 거센 반대와 법적 안정성이 담보되지 상황에서도 인천시가 도시재생사업을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내년 시장 선거를 의식한 ‘치적 쌓기’란 주장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실제로 안상수 인천시장은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 시장 3선에 도전할 것을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을 마무리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안 시장의 발언에 대해 업계에서는 차기 시장선거를 앞두고 도시재생사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제물포역세권 재정비촉진사업의 경우 목표연도가 2020년으로 설정돼 있어 차기 시장에 뽑힌다 해도 사업을 마무리 짓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반면 촉진계획(안)이 제물포역세권 재정비촉진지구보다 두 달이나 늦게 공람·공고된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목표연도가 2013년으로 설정됐다. 이를 두고 일부 주민들은 안 시장의 발언에 맞춰 촉진사업의 목표연도를 단축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촉진사업의 정치적 도구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현재 재정비촉진재정비촉진지구 내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차기 시장선거를 두고 안 시장의 낙선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제물포역세권 재정비촉진지구 내 한 주민은 “주민들의 재산권을 무시한 채 도시재생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차기 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시장을 다시 뽑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무리한 신도시 개발로 인해 급증한 부채를 갚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으로 ‘땅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송도, 검단 등 신도시 사업으로 발생한 부채를 갚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시의 부채 비율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현재 지방채 규모는 1조5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도개공의 부채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현재 자본금 1조2천여억원에 부채는 2조9천여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32%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파탄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부채는 대부분 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사업 추진에 따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된 지방채여서 주민들의 ‘땅 장사’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시민 단체 관계자는 “현재 인천시의 재정 상태는 걱정스런 수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며 “무분별한 사업으로 재정 상태가 더욱 악화될 경우 파탄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역세권 등 상업시설이 밀집한 구역의 정비사업을 민간에게 맡겨 두게 되면 주민간 불화 등의 문제로 사업이 지연된다”며 “도시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공공이 추진하는 것일 뿐 사실상 수익성은 거의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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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세금 걷어 공공 도와주는 꼴
 

■ 허식 시의원 조례 제정 추진
 

인천시의회 허식 의원 주도로 제정을 추진 중인 ‘인천광역시 도시재생사업지 이주대책 등에 관한 조례(안)’(이하 이주대책 조례)에 대한 주민들의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월 ‘인천 도시재생사업의 합리적인 추진방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허 의원이 발표한 이주대책 조례안 제14조에는 “생활기본시설 설치비용과 관련하여 국조 보조금을 지원받는 경우 인천광역시장은 이와 동일한 규모 이상의 시비 및 공동구 등의 설치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도촉법〉에 따라 기반시설 설치비용에 대한 국고지원금을 받을 경우 이에 해당하는 금액 이상을 시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한 예로 A구에 B재정비촉진지구가 있다고 가장해 보자. A구의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 이하일 경우 〈도촉법〉에 따라 B재정비촉진구역들은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국비로 지원 받을 수 있다. 만약 기반시설 설치비용으로 100억원을 국비로 지원받았다면 시비로 또다시 100억원 이상의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서울에서 이 같은 조례가 시행된다면 각 촉진구역의 사업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국비는 물론 시비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조합원들이 지불해야하는 부담금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시의 경우 재정비촉진지구가 모두 인천도개공 등 공공이 시행하기 때문에 사실상 주민들의 수익성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시민들의 혈세가 기반시설 설치비용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사실상 재정비촉진사업의 시행자인 공공에게만 이익인 셈이다.
 
한 전문가는 “인천시 재정비촉진사업이 민간에 의한 사업이라면 사실상 사업 추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라면서도 “하지만 공공이 사업시행자인 인천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시민들의 혈세를 투입해 공공을 도와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이 같은 제도가 시행된다면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사업 촉진을 도모할 목적이라면 시비로 보상금을 높여주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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