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배순석>주거환경개선사업과 원주민 재정착
<시론 배순석>주거환경개선사업과 원주민 재정착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6.01.1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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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8 16:35 입력
  
 
배 순 석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는 저소득주민들을 지원하고 사업추진을 위하여 국공유지의 무상양여, 사업비의 국고보조,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비 투입 등의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지원의 확대는 참여정부에 들어 본격화되었는데 1단계(2001∼2004)사업으로 485개의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를 지정하여 약1조6천억원을 지원하였고, 2단계(2005∼2010) 사업으로 451개 구역을 선정하여 2조원의 재정지원을 계획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영세민의 주거환경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전에 없던 막대한 공공지원을 하고 있으나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완료된 후 원주민의 재정착 비율이 낮은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주택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건립하는 공동주택방식의 주거환경개선사업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데, 막대한 공공지원이 국가 정책의 목표에 부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또는 취약계층의 복지를 실제로 향상시켜 주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인근 한 도시의 3개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들을 조사해 본 결과, 정비사업에 의해 건립되는 아파트를 분양받겠다고 계약한 원주민 가구비율은 평균 9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전매를 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는 가구의 비율은 평균 51%로 원주민 분양계약률에 비해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 3개 구역 중 전매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는 원주민 가구 비율이 57%로 가장 높았던 한 구역을 선정하여 주민입주 실태를 조사하였더니, 원주민 가구들 중 실제로 새 아파트에 입주하여 살고 있는 가구의 비율은 30%정도였다.  다른 구역들에서는 재정착률이 이보다 더욱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원주민들이 현지에 재정착하지 않더라도 사업을 통해 개발이익을 얻어 주거상태의 개선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재정착률에 정책적 의미를 크게 부여할 필요가 없다” 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원주민들이 모두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공지원의 혜택을 받으려면, 일단 아파트를 분양을 받아야 하는데 분양계약률은 평균 5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주택부족이 덜한 지역일수록 분양계약률은 낮아진다. 더구나 막대한 공공지원으로 시행된 후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에서 재정착하여 살고 있는 원주민 가구의 비율이 20∼30%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결과는 주거환경개선사업 시책 도입 시 의도했던 바는 아닐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주거환경정비사업을 시행할 때 저소득 원주민을 사업구역 내에 모두 재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는 철거되는 저소득 원주민들에게 양질의 거처를 사업구역 내 또는 인근지역에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책임을 지고 마련해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거환경개선사업에서는 주택 또는 토지를 구역 내에 많이 보유하여 새로 건립되는 주택을 분양받아 거주할 수 있는 가구들에게는 작지 않은 혜택이 돌아가는 경우도 많지만, 재정착할 경제적 여력이 없어 분양과 재정착을 포기해야하는 가구들에게는 공공지원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의 결과로 본인의 희망이나 의사에 반하여 절대 다수의 주민들이 살던 곳에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도시지역에서 저소득 주민들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입지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의 재정착 문제를 덮어두기보다는 적극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사업시행이 완료된 구역에서의 주민들의 주거이동, 주거수준의 변화를 조사하고 더 나아가 도시 내의 저소득가구들의 주택재고에 미치는 영향, 공공 지원혜택의 배분 결과 등도 평가해야 한다. 공공시책 시행과 관련하여 세 가지의 필수 요소는 시책 개발(program design), 시책 시행(implementation), 그리고 시행 후 평가(post-evaluation) 및 환류(feedback)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세 번째 요소에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정책과 시책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주거환경개선사업에서도 사업의 사후평가와 환류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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