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분당 리모델링
기지개 켜는 분당 리모델링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8.10.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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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 켜는 분당 리모델링
 
  
서현 그린타운·야탑 장미현대 등 6곳 추진위 발족
정자동 한솔5단지 이달 18일 창립총회 ‘첫 테이프’
 

 
 
그동안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들쭉날쭉했던 분당에서 첫 창립총회가 개최된다. 또한 계속해서 창립총회 추진을 준비하는 단지들이 뒤를 잇고 있어 분당 리모델링 활성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분당 정자동 한솔5단지가 오는 18일 첫 창립총회 개최를 예정하고 있으며 지난 10일부터는 홍보관 설치를 시작으로 공식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따라 분당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분당은 리모델링 규정이 완화되면서 최고의 리모델링 단지로 거론되며 열풍이 휩쓸었던 바 있으나 소문만 무성하고 실제 사업이 진행되지는 못했었다. 분당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신중론과 대세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이제까지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확산 모습은 강남에서 부천 중동 및 안양 평촌신도시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것이었다. 따라서 분당 역시 리모델링 시장으로서 충분히 무르익었다는 대세론이 있는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분당은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첫 창립총회 단지가 나왔다는 사실과 함께 해당 추진단지가 주변 단지에 끼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예전보다는 사업의 활성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어디가 어떻게 움직이나=현재까지 리모델링 추진위가 발족돼 있는 곳은 정자동 한솔5단지를 포함해 △서현동 그린타운 △야탑동 장미현대, △매화공무원1단지 △매화공무원2단지 △이매 금강 등 6개 단지다.
 

이 중 오는 18일 창립총회를 개최하는 한솔5단지의 경우 작년 10월 추진위를 발족하고 지난 상반기에 건설사를 불러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꾸준히 사업준비를 진행시켜 왔다. 한솔5단지는 이미 전체 1천158세대 중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았으며, 창립총회 이후에는 조합설립 인가 신청에 필요한 67% 이상의 동의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동규 한솔5단지 추진위원장은 “구분소유자 분들 중 실제 총회의 추진여부를 보고 동의하려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창립총회 이후 더 높은 동의율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솔5단지에 이어 사업 추진을 진행하고 있는 각각의 단지들 역시 최근 대형 건설사들을 초빙해 주민설명회 등을 개최하며 동의율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진위 협의회도 구성=이미 연합체 구성도 완료했다.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은 ‘분당 리모델링추진위 협의회’를 만들어 리모델링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한솔5단지, 서현동 그린타운, 야탑 장미현대, 매화공무원 1·2단지 5개 단지가 모여 주기적인 모임을 갖고 공동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상황이다. 협의회 회장을 맡은 한솔5단지 유동규 위원장은 “똑같은 상황에 처해진 각 추진위들이 공통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따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모였다”면서 “협의회의 모습을 계속 발전시켜 원활한 리모델링 사업의 발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대형 평형’ 넘어야 할 산=분당 아파트의 특징은 대형 평형과 소형 평형이 섞여 있는 단지다. 증축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소형 평형과는 달리 대형 평형 구부소유자들은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한 단지로 구성돼 있어 별도의 추진도 어려운 실정이다. 분당 신도시가 만들어질 당시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서로 섞여 사는 것이 좋다는 도시계획 개념이 도입돼 한 단지 안에 10평형 대의 소형평형에서 60평형 이상의 대형평형 세대가 함께 배치돼 있다.
 

▲지구단위계획 부분은=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분당에서 증축 리모델링 전에 선행해야 될 부분이 지구단위계획 변경이다. 현재 성남시에서는 증축 리모델링 부문이 감안된 내용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으며 늦어도 내달 초 공람을 시작할 예정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현재 리모델링을 감안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내용이 곧 공람 절차를 앞두고 있다”며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 공람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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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통해 분당 브랜드 도시 만들 것”
 

유동규 
분당 리모델링 추진위 협의회 회장
 
 

유동규 회장은 현행 리모델링 제도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용적률을 주거환경의 평가 척도로 사용되는 것은 제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용적률이 높으면 주거환경이 나쁘다는 식의 획일적 발상에 문제가 있다”면서 “녹지비율을 주거환경의 평가 척도로 사용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증축 과정에서의 용적률 증가가 주거환경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공무원들이 그와 비슷한 말을 한다. 하지만 용적률의 증가 자체가 주거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지 않는다. 예전부터 서울 도심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이 계속해서 진행돼 왔다. 심지어 노태우 정권 당시 시행된 200만호 건설 과정에서 용적률이 300~400%까지도 완화돼 진행돼 왔다. 재건축으로 인해 높은 용적률을 보이고 있는 용산 이촌동 지역 등이 주거환경이 열악해졌는가. 오히려 주택가격이 올라가며 살기좋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용적률 자체가 아니라 들어와 사는 주민들에게 어떤 도시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달려있다. 리모델링을 통해 배관 등 새로운 시설과 조경 등 최신의 옥외경관 환경 그리고 지하 주차 공간 확보로 생활 편의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친환경 옥외 공간과 넉넉한 지하주차장이 최근 트렌드인데 이런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게 바로 리모델링이다.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어느 날 집에서 아이를 목욕시키고 대야에 있던 물을 버리는데 바닥에 가라앉은 벌건 침전물들이 보였다. 노후된 배관 내부에서 떨어져 나온 이물질이었다. 우리 아파트가 이처럼 노후됐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 사건이었다. 관리소를 찾아가 대책을 구했지만 배관을 다 뜯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주변을 다시 돌아보니 주차문제, 엘리베이터 문제 등 노후된 아파트의 불편한 점들이 한꺼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리모델링 사업의 한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재건축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은 현행법에 묶여 있으며 리모델링을 빼고는 주택 노후화에 따른 주거환경 개선 대안이 없다. 그래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을 바라며 무조건 참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 새 아파트들이 건설되고 있다. 이들 지역과의 경쟁도 감안해야 한다. 최고의 입지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분당 주변 판교신도시와의 관계만 해도 그렇다. 분당 신도시 주민들은 나름대로의 프라이드가 있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로 꾸며진 명품 도시가 되어 차별화가 필요하고 그 방안이 바로 증축 리모델링이다.
 

▲현재 리모델링 수요를 어떻게 보는가=상당수가 갈아타기 수요라고 생각한다. 10평대를 20평대로 넓혀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 수요자라는 얘기다. 분당의 경우 19평형과 24평형의 경우 가격 차이가 크다. 적은 평형은 싸고 큰 평형은 비싸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존에 적은 평형에 살고 있던 분들이 큰 평형으로 가기에 너무 큰 부담이 생긴다. 예를 들어 19평형의 경우 2억4천만원인데 24평형의 경우 3억8천만원에 육박한다. 1억4천만원의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단순한 산술계산과는 차이가 크다.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비슷한 금액에도 불구하고 10평 가량을 늘려 신축아파트와 맞먹는 최고 브랜드아파트에 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또한 기존에 살고 있는 곳에 계속 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사를 갈 필요도 없다.
 

▲리모델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일괄적인 면적 증가는 제고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증축 리모델링은 평형이 적은 세대에게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적은 평형은 적게 늘어나고 큰 평형은 더 많이 늘어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40평대만 넘어가도 구분소유자들은 증축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전용면적의 30%까지 증축을 허용하는 현행 제도에 따르면 10평 세대는 3평 증가하는데 반해 30평 세대는 9평이 늘어난다. 따라서 정책 제안을 한다면 최소 증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적은 평형은 최소 3~4평형을 기본으로 주고 이를 기준으로 전용면적 비율에 따라 증축할 수 있는 기준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10평 세대의 경우 30%와 기본 4평을 합해 17평을 증축할 수 있다는 식이다. 당장 증축 리모델링 제도가 필요한 곳이 10평대 아파트다. 최근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정부에서 각종 대책을 마련하는데 그 근본적 해결책은 주택정책에서 시작돼야 한다. 아이 많이 낳으면 그만큼 큰 집이 필요하다. 그런데 큰 집은 비싸니 아이 낳기를 부담스러워한다. 리모델링을 집중 육성하게 되면 출산율 증가 정책도 상당히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리모델링 연합회 만든 이유는=정부 정책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시위를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게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이유에서다. 혼자 가면 관청에서는 절대 들어주지 않는다. 사실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을 하면서 민관의 이런 관계에 놀랐다. 구청에 혼자 가서 우리 단지의 어려운 점들을 얘기하며 구청에서는 우리 단지만의 사정이라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 몇 개 단지를 모아서 오면 시청에서 막는다. 시청에서는 우리 구 주민만의 사정은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시 전체 단지를 모아 가서 문제를 제기한다. 대개 이런 식이다. 정책 개선을 부탁하면 우리 단지만의 사례라고 치부한다. 향후 분당 연합회를 만들고 성남시 연합회를 만들며 신도시 연합회를 만들 계획이다. 또한 서울시 연합회를 만들도록 독려하고 서울시와 수도권 전체 연합회까지도 구상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점은=현장에 나와서 직접 확인해 주길 바란다. 공무원 분들이 추진위에 대해 잘못된 시선을 갖고 있다. 물론, 예전에 일부 단지에서 집값을 올린다는 명목으로 리모델링 추진을 하겠다고 선언했던 적이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실질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는 것은 민원 당사자와 10분만 대화해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 나오지 않고 무조건 폄하하는 시각으로 대할 경우에는 어떤 설명도 사실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 현장에 나와서 직접 확인해 주민들의 어려운 점들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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