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도시환경 ‘유효’
서울행정법원,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도시환경 ‘유효’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0.09.1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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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도시환경 ‘유효’
 
  
토지등소유자 75% 동의땐 면적기준 없어도 사업 가능
 
 
 
“재산권 침해·평등원칙 위반 아니다” 판결
“도시환경정비 특성상 시행요건 차이 둬야”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면적동의 없이 토지등소유자 수의 3/4 이상 동의만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내준 것은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6월 11일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김홍도 판사)는 재단법인 H연구원이 종로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도시환경정비 사업시행인가 처분취소’ 소송에서 “토지등소유자가 도시환경정비사업에 관한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데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만을 요구할 뿐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며 “토지등소유자 방식에 의한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행이 더 쉽게 이뤄지는 셈이 된다손 치더라도, 사업 특성과 입법취지를 비춰 보면 조합 방식과 요건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

 
 
다시 말해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경우 면적 비율 없이 토지등소유자 수의 3/4 이상 동의를 얻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더라도 미동의한 토지등소유자에 대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며, 법 조항이 평등원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H연구원은 토지등소유자 방식에서 면적기준을 정하지 않는 법 조항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재청을 신청했지만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재산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H연구원은 이번 소송을 통해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토지등소유자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토지등소유자 3/4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사업시행인가까지 속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H연구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토지 면적의 다과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토지등소유자의 수에 의해 도시환경정비사업에 관한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해 정비구역 내 넓은 면적의 토지를 소유한 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요건이 비록 토지등소유자의 재산상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그 동의요건 자체는 사업시행인가 신청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사전 통제를 위한 절차적 요건에 불과하다는 점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도시환경정비사업의 목적, 사회정책적인 측면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해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 △사업시행에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가 사업시행인가 신청에 대한 동의권의 소극적인 행사를 통해 사업시행을 저지 또는 제한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내용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라는 점 △이로 인해 침해받는 이익의 내용과 중요성 또한 조합원의 지위나 수분양권 등과 같은 직접적인 재산권의 박탈이나 제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점 △토지등소유자의 재산상 권리·의무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해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입법취지에 비춰보면 차별한다고 할 수 없다”=이와 함께 H연구원은 “조합 방식의 경우 면적 비율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경우에는 면적 비율 충족규정이 없어 차별한다”고 평등원칙 위반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토지등소유자 방식이 조합 방식보다 사업시행이 더 쉽게 이뤄지는 셈이라는 데에 공감하면서도 지역의 특성상 사업을 손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방식이기 때문에 평등원칙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조합이 보다 엄격한 동의요건에 따라 설립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조합 방식에 비해 토지등소유자 방식에 의한 시행이 더 쉽게 이뤄지는 셈이 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은 “도심 재개발 또는 공장 재개발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공공적 성격, 통상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관련되는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대규모 또는 다수의 토지소유자 1인 등 소수에 의해 주도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조합 방식 외에 토지등소유자 방식으로도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입법취지에 비춰 보면 시행자가 조합인 경우와 달리 토지등소유자인 경우, 보다 자율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시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양자 간의 사업시행 요건에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고 못 볼 바 아니다”고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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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방식보다 토지등소유자 방식이 사업 더 수월”
 

■ 판결에 담긴 뜻

그동안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토지등소유자가 사업시행자인 경우 조합 방식보다 수월하게 사업시행인가까지 도달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의 사업추진 방식은 조합 방식과 토지등소유자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행자를 규정하고 있는 〈도정법〉 제8조제3항에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경우 반드시 조합을 구성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들이 시행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중 조합 방식의 경우 추진위 승인을 얻은 다음 조합설립인가를 거쳐야만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이때 추진위 승인은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이상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고, 조합설립인가는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 동의 및 토지소유자의 1/2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 즉 면적비율을 충족해야만 조합설립인가가 가능하다. 또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인가신청 전에 총회를 열고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만큼 절차가 까다롭고 단계도 복잡하다.
 

이에 반해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경우에는 정비구역 지정을 받게 되면 사업시행계획서에 대한 토지등소유자 3/4 이상 동의만 있으면 사업시행인가까지 직행할 수 있다.
 

〈도정법〉 제28조제7항에 따르면 “제8조제3항에 따라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기 전에 제30조에 따른 사업시행계획서에 대하여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소송이 제기됐던 사업장인 돈의문3구역의 경우 조합 방식이 아닌 토지등소유자가 사업시행자가 돼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2006년 4월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받은 돈의문3구역은 이후 면적 8만8천44.4㎡에 대한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고 토지등소유자 3/4 이상의 동의를 얻어 종로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다. 이에 종로구청은 지난해 12월 3일 돈의문3구역에 대한 사업시행인가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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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비율 정할 경우 역부작용 발생 우려
 

■ 소송 왜 제기했나

큰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H연구원은 돈의문3구역이 토지등소유자 수 기준만 충족해 일방적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토지등소유자 방식에도 면적 기준을 정하게 되면 되레 대토지 소유자들의 ‘알박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은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도심 또는 부도심 등 도시기능의 회복이나 상권 활성화가 필요한 지역에서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주로 상업지역이나 공업지역에서 이뤄진다. 이 지역의 특징은 토지 면적이 큰 상가나 공장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일부 주택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토지등소유자 방식을 두지 않고 조합 방식만을 둬 면적비율을 정하게 되면 큰 면적을 가진 상가나 공장이 사업에 반대할 경우 사업추진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일례로 토지등소유자 20명으로 구성된 면적 1만㎡의 정비구역 내에 8천㎡의 상가를 2천㎡씩 4명이 소유하고 있고, 주택부지인 나머지 2천㎡를 16명이 각각 나눠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경우에는 8천㎡를 소유하고 있는 상가소유자들을 모두 제외하고 주택소유자 중 1명을 뺀 15명(75%)에게 사업시행계획서에 대한 동의를 얻으면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조합 방식에서는 토지등소유자 방식에 면적비율을 정할 경우 상가소유자 중 3명이 사업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악용할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주로 상가나 공장이 있는 도심이나 부도심에서 소규모로 진행되는 게 대부분이다”며 “게다가 상가와 공장은 주택에 비해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또 “지역 특성상 법으로 면적비율을 반드시 지키도록 규정하게 되면 큰 토지를 소유한 상가소유자 중 일부만 반대하더라도 사업이 추진될 수 없는데, 반대로 지금과 같이 면적비율을 규정하지 않으면 주택소유자들만을 대상으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며 “이처럼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조합 방식과 토지등소유자 방식 등 두 가지 추진방식을 열어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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