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구역 대책위 결성 ‘결사항전’ 안팎
재개발구역 대책위 결성 ‘결사항전’ 안팎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9.07.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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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구역 대책위 결성 ‘결사항전’ 안팎
 
  
부산, 재개발 조합설립무효 ‘줄패소’로 초토화
 대법판결 저지 항의 집회 추진…진정서 제출
“더 이상 피해 없도록 모든 수단 총동원할 것”
 
 

 

최근 조합설립 무효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소송에 휘말려 있는 부산지역 재개발구역들이 대책위원회를 결성, 공동 대응키로 했다. 지난달 25일 출범한 ‘부산광역시재개발연합회 조합설립무효소송대책위원회’(이하 부재연 대책위·위원장 최천수)는 부산지역 재개발구역 중 조합설립무효 소송이 제기된 12곳의 조합임원들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부재연 대책위는 조합설립무효 소송을 다투고 있는 재개발조합들에게 진정서를 받아 청와대, 국회, 대법원 등 관계 기관에 제출할 계획이다. 나아가 대규모 집회도 계획하는 등 결사항전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대법원 상고심에서 조합설립 패소판결을 반드시 뒤엎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주거환경연구원 영남지사 이혁명 본부장은 “부산지역 재개발조합들은 조합설립 무효판결에 독이 오를 대로 올랐다”며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부재연 대책위가 전방위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합설립무효 판결로 초토화=현재 부산지역은 조합설립 무효판결로 인해 그야말로 초토화된 상태다. 여기에 미분양, 현금청산 대상자 증가로 인해 사업이 불투명한데다가 자금을 집행해 줄 시공자들도 외면하고 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지역 재개발사업 추진 사업장 중 조합설립무효소송이 제기된 곳은 △감천2구역 △우동6구역 △중동1구역 △서대신1구역 △명륜2구역 △사직1구역 △괘법1구역 △금곡1구역 △구포4구역 △범천1-1구역 △구포5구역 △거제2구역 등 모두 12곳이다. 이 사업장들은 모두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조합들은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상의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에 따라 주민들에게 적법하게 동의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최천수 위원장은 “법원은 아무런 산식이나 기초 정보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조합설립 무효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결국 사법부인 법원이 행정부인 국토부의 잘못을 조합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관계기관에 진정서 제출… 집회 등 물리력 행사도=감천2구역의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대법원 상고심으로 넘겨져 마지막 판결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재연 대책위는 관계기관들이 재개발사업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다각적인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패소판결을 받을 경우 그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먼저 부재연 대책위는 감천2구역과 같이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진행 중인 재개발조합들을 대상으로 진정서를 받고 있다.
 
진정서의 내용에는 △재개발사업에 대한 의의 △조합설립 무효판결이 나오게 된 경위 △대법 판결에서 패소했을 경우의 영향 △진정서를 통한 당부 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
 
진정서에 따르면 “부산지역 다수의 재개발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조합설립 무효소송으로 인해 자칫 재개발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 가뜩이나 어려운 부산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우리의 살림살이를 더욱 힘들게 할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건설경기가 위축돼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사라짐은 물론 공장이 인근 경남지역으로 다 떠나 버린 부산에 인구를 재유입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돼 앞으로 부산은 희망이 사라지는 황폐한 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진정서는 청와대, 국회, 대법원, 국토부, 국민권익위원회 등으로 전해질 예정인데 추후 반응 여부에 따라 부재연 대책위는 대규모 집회도 불사할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본 위원회는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단체이기는 하지만 위원회의 활동기간 동안 최선을 대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며 “부산지역 재개발조합들의 염원이 관계기관에 전달될 때까지 끊임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밖에도 부재연 대책위는 △방송국, 신문사 방문 및 보도 촉구 △국회상임위 방문, 입법 활동 촉구 △지역구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초청, 연석간담회 개최 △부산시·국토부 방문,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 제시 요청 등의 세부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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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중단 따른 천문학적 피해… 주민들만 골탕
 

■ 향후 파장은
감천2구역이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조합설립 무효로 인한 피해액이 어느 정도인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사항이 무효가 된다면 조합설립 전단계인 추진위가 다시 부활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하지만 올 초 서울지역에서 S재개발조합이 조합설립 무효판결을 받은 이후 기존 추진위에 대한 승인무효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추진위가 부활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지난 3월 최모씨 등 8명이 중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무효확인’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성지용)는 “참가인(S재개발 추진위)에 대한 승인과 위 재개발조합의 설립 및 그에 대한 피고의 인가처분이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참가인은 위 재개발조합의 설립 및 설립인가로 인해 조합의 설립이라는 자신의 목적이 달성된 이상 이미 해산해 소멸됐다 할 것”이라며 “비록 그 후 위 재개발조합에 대한 설립인가취소 판결이 확정됐다 하더라도 다시 부활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서 추진위는 자동으로 해산돼 존재하지 않은 상태가 돼버린다는 것이다. 즉 조합설립 무효판결이 확정되면 사업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투입됐던 비용들을 정산한 뒤 다시 추진위 승인절차를 받아야 한다.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만약 우리 구역이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패소하게 된다면 그에 대한 후폭풍은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할 것”이라며 “부산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재개발사업장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소송이 발생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중단으로 인한 책임소재가 시공사, 협력업체, 지자체 등에게 떠넘겨지면서 전국은 소송천국이 될 것”이라며 “증·개축의 불가, 매매나 전월세 임대차계약 불가 등 구역지정이 해제되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문제들로 인해 온전한 재산권 행사가 어렵게 될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현장은 슬럼화되고 청소년이나 부랑자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이어져 또 다른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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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지침 따랐을 뿐인데… 무익한 소송 더이상 곤란”
 

최천수 
부재연 대책위원장·감천2구역 조합장
 

지난 17일 부산지역에 큰 비가 내렸다. 가뜩이나 주거환경이 열악한 감천2구역 곳곳은 뒷산에서 흘러 내려온 토사로 뒤덮여 있었다. “이정도면 재개발해야 되지 않을까요.” 구역의 처참한 광경을 바라보는 최천수 위원장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부재연 대책위를 결성한 계기는=지난 4월 우리 구역의 조합설립무효 판결이 나왔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더 이상 이대로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었다. 이에 대한 공동대응을 하기 위해 우리 구역과 같은 처지에 있는 재개발조합들을 주축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했고, 이후 해당 관계자들과의 수차례 논의 끝에 지난 6월 결성하게 됐다.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있나=부산시재개발연합회와 부산시 각 지역단위의 회장단이 고문으로 위촉돼 있다. 또 조합설립무효 관련 소송이 제기돼 있는 재개발조합의 임원 14명을 포함해 총 20명으로 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뿐만 아니라 주거환경연구원 영남지사의 이혁명 본부장이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합설립무효 소송에서 패소한 이유는=부산지역은 물론 전국 재개발조합들이 개별분담금액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패소하고 있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규정과 절차를 그대로 따랐는데도 말이다. 반면 법원은 재개발의 실행단계에서 다시 비용분담에 관한 합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분담액 또는 산출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을 설립하는 사업 초기단계에서는 산출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을 만든 국회, 이를 시행토록 한 국토부, 현장을 모르고 법조문만을 가지고 과거의 재건축 판례를 그대로 답습·인용하는 재판부 등 모두가 빚어낸 문제라고 생각한다.
 

▲재판부가 정비사업의 특성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토지등소유자들의 재산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그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라는 법원의 판단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현재 법 규정으로는 재판부가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최근 동의서 양식이 시행규칙으로 격상됐다. 이 동의서는 재건축·재개발 전문가들과 국토부 담당자 등이 모여 다시 만든 양식이다.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식으로도 법원이 요구하는 결과물을 만들기는 어렵다. 따라서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에 하고 싶은 말은=이번 대법원 판결에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조합과 같은 동일한 소송이 부산지역에서만 총 12곳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시민단체들이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부추기고 있어 부산지역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또 조합설립무효 소송은 부산 인근의 마산, 울산지역은 물론이거니와 서울·수도권까지 북상하는 추세다. 재개발사업은 재산증식이 주목적이 아니라 주거환경의 질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최우선 목적인 것이다. 어찌보면 실질적으로 관에서 주도해야할 공익사업이다. 지방의 재개발구역 토지등소유자들은 서민층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들이다. 법대로, 행정부의 지침대로 일을 한 주민이 잘못이라면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하겠는가. 이러한 소송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무익한 소송이다. 이를 재판부가 인식하고 선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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