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덕천 재개발 ‘民怨’ 폭주에 사업 중단
안양 덕천 재개발 ‘民怨’ 폭주에 사업 중단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9.06.18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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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덕천 재개발 ‘民怨’ 폭주에 사업 중단
 
  
토지등소유자 감정평가액에 불만
주공, 사업계획조정 등 대안 모색
 
 

 

 
 

주택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는 안양 덕천지구 재개발사업이 무기한 중지됐다. 직접적 이유는 올해 초 종전감정평가액이 통지되고 분양신청이 시작되면서 그에 따른 토지등소유자들의 민원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안양시는 지난 4월 20일까지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종전감정평가에 대한 이의신청을 집계한 결과 926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덕천지구 전체 토지등소유자 3천423명의 30%에 가까운 수치다. 안양시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지난 3월 30일 주택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앞으로 정식 공문을 보내 덕천지구의 분양신청 절차 중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주택공사에서는 다음날인 3월 31일 분양신청 접수를 중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종전감정평가 문제는 권리가액을 소액으로 평가받은 토지등소유자들의 입주 가능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낮은 종전감정평가 금액으로는 주변 수도권 지역 전세방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쫓겨날 수밖에 없는 이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자 이번 사태의 포괄적 책임론이 부각되며 화살은 주택공사로 집중되고 있다.
 

이번 문제의 원인은 사업시행자인 주택공사가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없이 사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면 대안 마련에 좀 더 적극적이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양시 역시 이같은 지적에 공감하고 나섰다. 안양시는 경기지역본부로 보낸 분양신청 중지 요청 공문에서 토지등소유자인 민원인들이 제기하고 있는 △감정평가액 불만 △상세한 사업설명 부재 △사업진행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문제 등을 이유있는 주장이라고 인정하며 주택공사에게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주택공사 측은 올해 말까지 사업계획을 재조정하며 대안 마련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덕천지구의 최근 내용들은 그간 주택공사가 주장해오던 ‘공공이 사업시행자로서 정비사업을 진행하면 주민대표회의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다’고 해오던 내용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며 “이로써 공공의 정비사업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비대위 “주민의견 수렴 기관 필요”=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주공이 주민들에게 사업전반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민원의 폭주 이유는 감정평가액이 나오면서 향후 아파트 분양시 자신이 부담해야 할 개략적 금액이 계산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올해 초 각 개인별 종전감정평가액이 나오면서 토지등소유자들의 눈이 뜨이게 된 것”이라며 “감정평가액이 나오면서 향후 아파트 입주시 부담해야 할 금액이 피부로 와닿자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에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목할 것은 60~70대 노인들이 대부분인 이들 민원인들은 향후 1억~2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조합원 분양 물량 중 최소 면적은 24평형(전용 59㎡)이다. 여기에 현재 예상되고 있는 조합원 분양가격 평당 1천만원을 대입하면 총분양가는 2억4천만원. 1억원 미만의 권리가액을 통보받은 노인들이 1억4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감당할 여유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안양시에 따르면 전체 토지등소유자들의 상당수가 1억원 미만의 종전감정평가액 통보를 받았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이들의 종전평가액은 적게는 3천만원에서 대개 7천만~8천만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관계자는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액 권리권자들은 이 지역에서 20~30년 이상 오래 거주한 원주민들로 대체로 재개발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이라면서 “주택공사라는 공기업에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니 당연히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을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주택공사에서는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내놓는 방안이 ‘법에서 정한 내용대로 추진하고 있다’는 합법성만을 내세울 뿐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는 관심이 없다”며 “이제까지 진행된 과정을 되돌아 보더라도 관리처분 후 이주 및 철거 과정에 들어서도 똑같은 ‘합법성’만을 되풀이하며 합법적인 방법으로 원주민들을 현금청산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 측은 해결방안으로 주민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주민대표회의 교체를 요구하는 한편, 주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대의원제도 신설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감정평가 재실시와 주택공사와의 재협상도 요구하고 있다.
 

안양시 또한 이같은 주장을 거들고 나섰다. 안양시는 분양신청 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에서 “소액 권리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관리처분 등 향후 사업진행 시 많은 문제가 발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공 “사업계획 조정하겠다”=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주택공사에서는 대안 모색에 들어갔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내용은 소형주택 물량 및 사업성 제고 방안 모색이다. 소형주택의 규모를 더 줄이고 물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소액 권리자들도 입주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성을 높여 일반 분양수입을 증가시킴으로써 권리가액을 증가시키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주택공사 측에서는 6~8개월에 걸쳐 사업계획을 조정하는 방법을 통해 연말 쯤 새로운 사업계획을 확정해 별도의 사업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주공 관계자는 “향후 대책이 세워질 때까지는 사업이 중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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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평기관에 다시 의뢰 주민들 이해 구하겠다”
 

■ 안양시 입장
안양시는 지난 3월 30일 주택공사 경기지역본부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분양신청 중지를 요청하며 향후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을 요청했다.
 

안양시는 분양신청 중지 요청 이유로 “권리권자인 지역주민들이 감정평가에 대한 불만과 사업진행 과정에서의 의사결정 문제 등 사업진행 투명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면서 “우리 시 입장에서도 주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권리권자 입장에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사안들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안양시는 “종전감정평가서 통보 과정에서 지난 4월 20일 현재 926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으며 이에 대한 처리 및 검증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소액지분의 권리권자가 대부분인 덕천지구의 사업특성상 관리처분 등 향후 사업진행시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주공이 주민들에게 사업에 대한 설명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안양시는 “권리권자들이 요구하는 질의내용에 대한 설명없이 사업진행 절차를 진행한다는 것은 재개발 권리권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재개발사업 특성과 당초 주택공사를 사업시행자로 동의한 수많은 권리권자의 기대에도 반하는 조치라고 판단된다“며 사업진행 과정에서 거론된 문제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결국 시 관계자는 “분양신청이 시작되면서 종전감정평가액에 대한 불만, 사업전반에 대한 설명 부족 등의 이유를 근거로 토지등소유자들의 민원이 높아지면서 분양신청 중지를 검토하게 됐다”면서 “검토 결과 민원제기가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주택공사 측에 분양신청 중지를 요청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안양시는 일단 가장 시급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종전감정평가액에 대한 검증 절차를 마련키로 했다. 감정평가협회 측에 이번 감정평가 결과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토지등소유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감정평가액이 생각했던 것보다 적게 나왔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공신력 있는 감정평가 기관의 검토 협조를 받아 이 결과를 토대로 주민들의 이해를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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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
 

■ 덕천 재개발 사업은
안양 덕천지구 재개발사업은 지난해 12월 31일 안양시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사업이 추진 중이다. 사업은 조합 방식이 아닌 주택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는 공공시행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안양시의 사업시행인가로 결정된 사업계획 내용은 대지면적 17만6천696㎡에 244.91%의 용적률을 적용해 전체 4천250세대의 신축계획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사업시행인가 내용에 따른 면적별 세대수는 전용면적 39㎡ 633세대, 전용 49㎡ 96세대, 전용 59㎡ 1천308세대, 전용 84㎡ 1천634세대, 전용 114㎡ 384세대, 전용 139㎡ 195세대다.
 

덕천지구는 지난해 말 사업시행인가 후 올해 1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종전감정평가액 통지 및 분양신청 접수를 진행했다. 그 후 4월 9일까지 분양신청 기간 연장을 계획하고 있던 도중 안양시의 공식적인 요청으로 인해 분양신청 절차가 중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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