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뒷전’… 책임만 조합에 전가한 꼴
정부지원 ‘뒷전’… 책임만 조합에 전가한 꼴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9.02.2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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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 ‘뒷전’… 책임만 조합에 전가한 꼴
 
  
휴업보상비 증가로 추가부담 불가피
상가분양가 낮추면 수입감소 불보듯

용산참사에 대한 후속대책이 그대로 결정될 경우 조합원들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휴업보상비가 1개월분 늘어나고, 상가세입자에게 주어지는 우선분양권의 분양가격이 조합원분양가로 결정될 경우 그만큼 수입도 감소되기 때문이다. 일선 조합들은 세입자에 대한 모든 책임을 조합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강북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상가세입자에 대한 지원책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지원은 조합이 하는 것”이라며 “금전적인 부담이 생기는 부분은 결국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이나 강북 등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개발구역들의 경우 이번 조치가 추가부담 폭탄으로 되돌아 올 수도 있다.
또 다른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용산의 경우 땅값이 급등한데다 지리적인 이점 때문에 개발이익이 많이 생겼지만 다른 재개발구역들은 사정이 정반대”라며 “용산처럼 특수한 지역을 전국의 평균잣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한 소유주가 부자 세입자들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방의 경우 오히려 소유주 보다 세입자가 더 낫다는 자조 섞인 소리도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최태수 사무국장은 “이번 제도개선책에 대해서는 지원과 보상의 개념을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며 “지원은 국가가 해야 하는 것이고 조합은 보상을 해야 하는데 책임은 조합이 지고, 생색은 국가가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가세입자 우선분양권 실효성 두고 시끌=상가세입자에게 주어지는 우선분양권에 대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조합원에게 분양하고 남은 상가물량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또 우선분양권을 주더라도 상가분양을 받기 위해서는 목돈이 필요한데, 목돈을 가지고 있는 세입자들이 지원대상인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상가를 분양받을 능력이 없는 세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결국 목돈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분양가를 낮춰야 하는데 이는 조합의 수입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사업성 악화에 더해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도 벌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
분양받은 이들이 분양권을 전매해 시세차익을 챙길 우려도 있다. 이럴 경우 분양권 가격은 부풀려지게 되고 결국 최종 수분양자가 피해를 보게 되면서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
한 재개발 전문가는 “상가의 경우 최고가 경쟁입찰이 관행”이라며 “통상대로 하면 비싼 분양가 때문에 분양을 받지 못하게 되고, 조합원분양과 동일하게 할 경우 분양받은 이들이 프리미엄만 챙기고 되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권 우선순위나 기준을 먼저 설정하고, 되팔기 금지를 위해 전매제한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조합에 비용을 부담시키는 조항이 대부분”이라며 “사업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휴업보상비 3→4개월로=휴업보상비 1개월분을 늘리는 방안은 세입자와 조합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 늘어난 몇 백만원은 성이 찰 정도의 수준이 못되고, 조합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재개발조합과 세입자간의 갈등은 보상가격의 결정과정과 적정성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재개발조합이 고의로 보상금을 적게 주는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과 세입자 모두 받아들일 수 있도록 휴업보상비의 평가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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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세입자 우선분양권 휴업 보상금은 4개월로
■ 보상대책 주요내용
상가세입자에 대한 휴업보상비가 3개월에서 4개월로 상향 조정되고, 조합원 분양 후 남은 상가에 대해 우선분양권을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용산참사 이후 관계부처 및 당정협의 등을 거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상가세입자 보상대책을 발표했다.
권태신 국무총리실 실장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번 용산 화재사고와 같은 불행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핵심이라고 보고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했다”며 “정부와 한나라당, 서울시가 협의해 제도 개선방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크게 △상가세입자에 대한 우선분양권 제공 및 휴업보상비 상향 조정 △주거세입자의 이주대책을 위한 순환개발 방식 추진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지자체장이 회계감사 및 감정평가사 선정 △세입자 보상에 대한 건물주의 책임 강화 등 5가지다.
우선 상가세입자에 대해서는 휴업보상비가 현행 3개월에서 4개월로 1개월치가 상향 조정된다. 4인 기준 근로자 평균임금을 적용하면 1천400여만원이 된다. 또 재정착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조합원에게 분양하고 남은 상가 등은 상가세입자에게 우선분양권이 부여된다. 당초에는 우선임차권이 논의됐지만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의 당사자간 계약문제라서 정부가 직접 관여하기 곤란한 점이 반영돼 삭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거세입자의 이주단지를 확보한 뒤 개발하는 순환재개발 방식도 추진된다. SH공사가 임대주택을 중점적으로 건설해 세입자 이주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세입자와 조합, 조합과 조합원 등 이해관계자간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시·군·구에 분쟁조정위원회도 설치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설치근거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운영방안은 시·도조례로 위임할 예정이다. 부구청장을 위원장으로, 전문가나 시민단체 등 9인 이내의 조정위원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합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시장·군수·구청장이 조합 회계감사를 직접 선정하고, 감정평가사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다.
건물주의 책임도 강화된다. 조합이 전액 부담하던 세입자 보상금을 건물주도 일부 부담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주거이전비를 목적으로 친인척 등을 위장 전입시키는 사례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세부 조치계획과 함께 도시서민 주거지원을 위한 근본적인 중장기 대책도 적극 강구할 계획”이라며 “건물주의 책임강화,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 세부 입법조치 사항은 당정협의를 통해 법률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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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상가권리금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상가세입자에 대한 권리금 문제는 이번 대책에서 빠져 여전히 불씨로 남게 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법에서 인정하지 않는 권리금을 재개발에만 적용시키는 게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권리금이란 기존 점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과 영업방식을 이어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일종의 ‘자릿세’ 성격의 돈이다. 만일 시민단체 등의 주장대로 권리금을 보상할 경우 정작 권리금을 받아 챙긴 사람은 이전 세입자인데 보상 의무는 건물주가 지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대법원 판례도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2년 7월 대법원은 “권리금은 영업시설이나 비품, 신용이나 영업상의 노하우 등 무형의 가치를 양도하거나 일정 기간 이용하는 대가”라며 “권리금이 임대차 계약을 이루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상가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많게는 수억원대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상가가 헐리면서 권리금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재개발이 이뤄질 것을 알고 보상을 노리고 들어온 세입자도 많은 게 현실인만큼 정부로서도 모범답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권리금은 임차인 사이 즉 매매 당사자간의 주관적인 투자가치로서 시장에서 워낙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조사도 쉽지 않다.
한 감정평가사는 “권리금은 임차인 사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권리금을 보상해주는 경우가 없다”며 “국내법에서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권리금에 대한 보상방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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