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제한에 성남 재개발·재건축 주민 ‘뿔났다’
고도제한에 성남 재개발·재건축 주민 ‘뿔났다’
  • 심민규 기자
  • 승인 2009.02.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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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제한에 성남 재개발·재건축 주민 ‘뿔났다’
 
  
제2롯데월드 555m 허용… 성남은 45m로 제한
국회앞 1인 시위·청와대에 청원서 제출 등 반발
 

 
 
정부가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동안 고도제한을 받아왔던 성남시의 재건축·재개발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방침에 대해 주민들은 물론 시, 정계, 시민단체 등도 고도제한 완화를 주장하고 나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성남시 재건축·재개발 연합회는 “성남시의 고도제한 완화 요구는 무시한 채 기업만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처사”라며 “성남시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도제한 완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은 형평성 어긋나”=지난달 정부는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15년간 정부와 군 당국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최근 이러한 방침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성남시의 시민단체들. 특히 성남시 재건축·재개발 연합회는 성남의 고도제한 완화 요청은 무시한 채 기업에게만 초고층을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이 어긋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일 연합회는 제2롯데월드 신축 관련 공청회가 열린 국회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청와대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고도제한 완화를 요청했다.
 

연합회는 청원서를 통해 “40년에 걸친 100만 성남시민들의 염원에는 소극적이던 정부와 군 당국이 대기업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에 대해서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성남시민의 숙원사업은 외면하고 특정기업의 사업을 먼저 해결한다면 정부와 군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남시민은 제2롯데월드 건축 자체를 근본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성남시민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족쇄인 45m 고도제한 조치를 먼저 해결하고 초고층 롯데월드 허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라고 주장했다.
 

▲시·정치권도 ‘고도제한 완화’ 주장=성남시 역시 제2롯데월드 건축 허용 방침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송영건 성남시 부시장은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성남시는 청계천 주변 철거민이 집단으로 이주해오면서 형성됐다”며 “이후 서울공항이 여의도에서 성남시로 이전되면서 현재의 고도제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장산, 인릉산 등 영구적인 자연장애물이 있는 지형을 감안하지 않은 채 고도제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고도제한으로 인해 성남시민들이 누려야할 기본적인 주거권은 물론 재산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송 부시장은 또 “전문연구기관에 의하면 성남시 고도제한을 자연장해물인 영장산(193m)까지 완화해도 비행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영장산 이하까지 고도제한을 완화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인내와 침묵으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에서도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방침과 관련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민주당 서종표 의원은 “고도제한에 의해 재산권을 제한받고 있는 성남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개별 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것처럼 비쳐져 불만의 목소리가 터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뒤 “지난 40년간 고생한 국민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연석 공군 제15혼성비행단장은 “성남시의 경우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군에서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전제한 뒤 “법이 개정 되는대로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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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파트, 고도제한으로 약 200억원 피해 추정
 

고도제한을 받게 될 경우 조합이 받게 될 피해액은 약 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남시 K아파트 조합이 현행 45m와 평균층수 18층을 적용해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조합원수가 494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세대당 약 4천만원 이상의 추가부담금이 발생하는 셈이다.
 

K아파트 조합 측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이 구역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전술항공 작전기지 제5구역으로 설정돼 45m 이하를 적용받고 있다.
 

만일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을 경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성남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라 평균 18층 상한 용적률 250%, 종 상향시 층수제한 없이 280%의 상한용적률을 적용받게 된다.
 

이에 따라 현행과 평균 18층을 비교·분석해본 결과(공여주차장, 교회부지 매입 전제) 현행 고도제한을 적용하면 총 469세대 신축이 가능하지만 평균 18층을 적용하면 약 32세대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총 501세대를 건립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용적률은 228.85%에서 249.87%로 늘어나게 되며 건폐율은 27.64%에서 24.12%로, 동수도 8개동에서 6개동으로 줄어들게 된다. 다시 말해 더 많은 세대를 건설할 수 있음에도 건폐율이 낮아지고 건물수도 적어져 규제 전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근 아파트의 84㎡형 주택이 약 4억원인 점을 감안하고 추가적인 분담금, 재산 가치 등을 따져보면 약 200억원 정도의 재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조합은 예상했다.
 

나아가 현행 고도제한으로는 기존 조합원의 90세대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조합원 중 90세대는 타 지역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현행 고도제한을 적용받게 되면 기존 조합원들 중 일부가 타지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고도제한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재산 피해는 물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단지 뿐만의 문제가 아닌 성남시 전체의 문제인 만큼 고도제한 완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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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정비사업 올스톱 위기, 재개발 주민들 이주 불가피
 

■ 주거환경 실태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성남시의 경우 고도제한으로 인해 정비사업이 사실상 올스톱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성남시의 정비예정구역 평균 인구밀도는 인구 50만명 이상의 다른 시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남시의 경우 ha당 인구수가 801명으로 수원시 291명, 안양시 474명, 부천시 400명, 서울시 양천구 293명 등에 비해 약 2~3배 가량 높은 밀도 분포를 보였다. 또 가구당 생활면적도 약 6.6평(1가구 3인 기준)으로 국토해양부가 정한 최저 기준인 8.8평에도 못 미쳐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 역시 매우 열악한 사정이다. 전체 주택지의 82.5%가 손수레만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의 골목길(폭 2~3m)로 형성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법정 도로폭인 4m에도 못 미쳐 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시 소방차 및 구급차 출입이 불가능해 자칫 대형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도시·주거환경 정비계획을 수립해 정비사업을 유도하고 있지만 고도제한으로 사실상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성남시는 주거환경개선사업 6개 구역, 재개발사업 15개 구역, 재건축사업 3개 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2개 구역 등 총 26개 구역(3천039㎢)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하지만 대부분이 고도제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사업성이 낮고 주민들의 부담이 높아 사실상 사업은 거의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1단계 구역인 중3구역에서는 주민들의 요구로 재개발을 보류한 상태이며 2단계 사업장 역시 사업성 문제로 사업 보류를 심각하게 검토 중인 상태다. 또 성남시는 고도제한으로 인해 전국에서 최초로 뉴타운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심지어 대한주택공사마저 사업비 손실을 우려해 사업 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행 고도제한을 계속 적용받을 경우 현재 거주하는 인구를 모두 수용하지 못해 주민들이 타지로 이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층수제한을 받다보니 사실상 1:1재개발·재건축 사업도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건축물 고도제한 높이인 45m를 적용해 정비사업을 추진할 경우 해당 지역의 주민들 중 약 47%인 약 10만여가구가 타지로 이주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현행 고도제한으로는 사실상 정비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고도제한 완화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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