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이전비 폭탄… 전국 재개발구역 ‘강타’
주거이전비 폭탄… 전국 재개발구역 ‘강타’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8.10.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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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이전비 폭탄… 전국 재개발구역 ‘강타’
 
  
법원 “악의적 세입자 유입 가능성 적다” 판단
임대차 기간 통상 2년… 구역 거주 강요하는 꼴
 

 
 
재개발사업에서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지급 기준일이 구역지정 공람·공고일로 해석하는 현재와는 달리 사업시행인가일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지난 15일 흑석6구역 재개발사업의 세입자 박모씨가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주거이전비 지급기준일은 사업인정고시일로 간주되는 사업시행인가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사업시행인가일 당시 구역 내 주거용 건축물에서 3월 이상 거주한 세입자로서 사업 시행으로 인해 이주하게 된 때는 주거이전비의 지급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사업시행인가일이 아닌 구역지정일을 기준으로 하면 세입자를 보호하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봤다. 또 우리나라의 주택임대차 기간이 통상 2년이어서 구역 내 거주를 강요하고 있고 그렇지 않으면 세입자가 계속 거주할 수 없어 주거이전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의 기준은=〈공익보상법〉시행규칙에서는 주거용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는 기준일로 ‘사업인정고시일 당시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 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당시’ 시행지구 안에서 3월 이상 거주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 사업인정고시 이전에 당해 공익사업을 위한 각종 고시 등이 있는 경우를 두고 재개발 사업의 경우 구역지정을 위한 고시 또는 공람·공고일 등을 기준일로 할 것인지, 사업시행인가일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법원은 이에 대해 “주거이전비의 지급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익사업으로 인해 이주하게 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일 것(제1요건)과 지급기준일 당시 공익사업 지구 안에서 3월 이상 거주할 것(제2요건)의 두가지 요건을 필요로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만약 구역지정 공람·공고일을 지급기준일로 한다면 당시 3월 이상 사업지구 안에서 거주한 세입자는 통상적인 임대차 기간이 만료돼 주거를 옮기고 그 이후에 제3자가 당해 주거용 건축물을 임차해 사업시행인가일 당시 거주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며 “사업시행인가로 인해 토지 등의 수용권을 취득하게 된 조합이 수용절차를 밟게 됨에 따라 사업인가 당시의 세입자는 더 이상 구역 내 거주하지 못하고 이주할 수 밖에 없다”고 가정했다.
 
따라서 공람·공고일을 지급기준일로 삼게 되면 당시 세입자는 제2요건을 갖추게 되지만 임대차 기간의 만료로 이주하게 돼 제1요건은 갖추지 못한다.
 
또 이사온 사업시행인가 당시의 세입자는 제1요건(거주하는 세입자)은 갖추게 되지만 제2요건(3월 이상 거주할 것)은 충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공익사업으로 인해 주거를 잃게 되는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또 지급기준일을 사업시행인가일 전의 고시일로 과도하게 확대하면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이주하게 되는 제1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세입자로 하여금 그때부터 실제로 공익사업이 시행되는 때까지 계속해 거주할 것을 강요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우리 법제에서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가 주장할 수 있는 임차기간을 원칙적으로 2년으로 정하고 있는 사정에 비춰보면 소유자의 임대차계약 갱신거절 의사에 따라 공익사업이 시행될 때까지 세입자가 계속 거주할 수 없게 돼 주거이전비를 전혀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게 돼 부당한 결론에 이른다고 법원은 판단하고 있다.
 
▲악의적인 세입자 유입(세입자 알박기)에 대한 법원의 판단=업계에서는 사업시행인가일을 지급기준일로 정할 경우 구역지정 후 주거이전비를 노린 악의적인 세입자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재개발사업과 다른 공익사업과의 차이점을 들어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개발사업은 10년 단위로 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된 후 구역지정 고시를 거쳐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및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각각 추진위원회 설립 및 조합설립인가를 받는다. 그 후 조합 등 사업시행자의 신청에 따라 사업시행인가가 고시되고 이는 토지수용권을 가지는 사업인정고시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도시개발법〉이나 〈택지개발촉진법〉 등 다른 공익사업은 법에서 정한 최초의 절차인 개발구역의 지정에 필요한 개발계획의 수립(도시개발법) 또는 예정지구의 지정(택지개발촉진법)이 고시된 때 사업인정고시가 있는 것으로 보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는 도시계획시설에 관해 사업인정고시로 보는 실시계획의 고시 이전에 도시관리계획의 결정 및 그에 따른 지형도면을 고시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공익사업의 경우 사업인정고시로 간주되는 고시가 있게 되면 사업의 시행 자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것임에 비해 주택재개발사업의 경우에는 사업인정고시 이전의 고시 즉 정비기본계획, 구역지정고시만으로는 해당 공익사업이 장차 시행될 것이라는 예정에 불과해 구체적인 사업시행여부가 확정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구역지정의 고시가 있다 해도 토지등소유자 4분의3 이상의 동의가 없으면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없는 만큼 토지수용권이 동반되지 않는 구역지정 고시만으로는 사업시행 여부가 불투명해 재개발이 조만간 시행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법원은 통상 주택임대차계약기간이 2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구역지정이 고시되고 사업시행인가가 날 때까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할 터여서 구역지정 이후 입주한 세입자가 주거이전비를 노린 악의적인 세입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세입자의 교체가 이뤄지는 경우 최후의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는 것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춰보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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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이전비 지급시기도 사업시행인가일이 기준
 

■ 비용 집행은 언제
법원은 주거이전비의 지급기준일 뿐 아니라 지급시기 또한 사업시행인가일로 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
법원은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이주하게 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로서 사업인정고시일 등 당시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 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당시 당해 공익사업 시행지구 안에서 3월 이상 거주한 자’에 해당하는 세입자는 사업인정고시일 등에 바로 주거이전비와 이사비 청구권을 취득한다고 판결했다.
 

또 2007년 4월 12일 개정 전 시행규칙은 3개월분만 보상토록 돼 있었으나 현행 〈공익사업법〉 시행규칙은 세입자에게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하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부칙 제4조에 의해 개정 규정은 시행 후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게 보상계획을 통지하는 분부터 적용한다.
 

이에 대해 법원은 흑석6구역의 경우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게 보상계획을 통지했음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주택재개발사업에서 보상계획의 공고 등은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후에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 점에 비춰볼 때 흑석6구역의 경우 개정 규칙 시행일인 2007년 4월 12일 이후에 보상계획의 공고 등이 있었던 것으로 봐 세입자 박모씨에게는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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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알박기 배제 가능
 

■ 법원 판결 이유
법원은 고시 전 3개월 거주기간이 주거이전비를 노린 악의적인 세입자, 이른바 세입자 알박기를 배제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주거이전비 지급기준일을 사업시행인가일로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또 법원은 “사업시행구역 내 존재하는 주거용 건축물의 숫자는 한정돼 있는 만큼 세입자의 증가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주거용 건축물의 소유자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는 때에 가구원수에 따라 2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해야 한다”고 관련 규정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주거용 건축물의 소유자가 구역 내 직접 거주하고 있었던 경우, 제3자에게 임대해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를 받게 하려고 한다면 이주대책과 관련해 비거주자에 해당될 가능성이 커 2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못 받게 돼서 이를 남용할 가능성이 적다는 해석이다.
 
법원은 이밖에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거주를 가장하는 허위의 세입자라면 적정한 심사를 통해 걸러져야 한다”며 “지급기준일을 앞당겨 해결할 성질은 아니다”라고 사업시행인가일을 주거이전비 지급기준일로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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