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구역 사업시행 SH공사 지정 의미
세운4구역 사업시행 SH공사 지정 의미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7.08.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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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4구역 사업시행 SH공사 지정 의미
 
  
공공 시행 때도 경쟁하면 주민이익 늘어나
개발이익 주민에 환원여부가 당락 열쇠
주공은 사업계획 수정제안 후에도 탈락
 
대한주택공사가 서울의 한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 사업시행자 지정에서 SH공사에 밀려 탈락됐다. 주공이 사업시행을 통해 챙겨가려는 이익이 같은 공기업인 SH공사에 비해 터무니 없이 높았다는 주민들의 판단에 의해 이와 같은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가정산방식이 SH공사의 제안서와 비교되면서 성남, 안양, 하남 등에서도 주공이 과도한 이익을 챙겨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4일 종로구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가 개최한 ‘사업시행자 변경에 따른 주민대표회의 의견 제출을 위한 제7차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 주민총회’에서 주공은 SH공사에게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하면서 토지등소유자들의 심판을 받았다. 이날 총회에서 주공은 최초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제안한 내용을 긴급 수정해 제안하는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공이 실질적인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재개발, 재건축,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에서 공기업을 시행자로 지정할 때도 경쟁을 해야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됐다”고 설명했다.
 
▲세운4구역 토지소유자 SH공사 낙점=지난 24일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위원장 배정지) 주민총회에서 토지등소유자는 대한주택공사 대신 SH공사를 사업시행자로 변경할 것을 결의했다.
 
이날 총회는 총 토지등소유자 95명 중 54명(서면 6명 포함)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돼 이중 SH공사가 41표를 획득, 주민대표회의가 종로구청에 사업시행자 변경을 요청하게 됐다. 반면 주공은 9표를 얻는데 그쳤다.
 
이날 주공 담당자는 SH공사에 대해 “재개발, 재건축,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한 경험이나 인력이 적다”며 “SH공사가 분석한 8천236억원 대의 개발이익 또한 과다하게 책정한 것이다”라고 자사와 SH공사를 비교하는 발언까지 했으나 선택을 받는데 실패했다.
 
주공 담당자는 또 “주택공사는 자체적으로 건설사업관리(CM)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SH공사의 제안서에는 건설사업관리비가 포함돼 있어 주공이 시행자가 되면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현재 세운촉진지구의 총괄사업관리자로 지정돼 있다”며 “SH공사는 서울시에서 출자한 공기업으로 같은 식구나 마찬가지여서 각종 인·허가 등 사업을 추진하는데 용이하다”고 설명해 사업시행자로 토지등소유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개발이익의 귀속 여부가 당락 결정=이처럼 양 공기업의 명암이 엇갈린 데에는 개발이익이 누구에게 더 귀속되는지 여부가 선택의 잣대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택공사는 최초 사업제안서 중 개발이익의 배분 부분에서 주민이 소유한 종전 자산평가액 비율로 배분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세운4구역 A조합원의 종전자산평가액이 1억원이라고 가정하고 분양대상 토지 등 소유자의 종전자산평가총액과 사업의 총 지출 및 수입(주택 및 업무·판매·문화집회 시설 분양 금액)을 대비하면 비례율이 산정된다. 만약 이 비례율이 220%라면 A조합원의 권리가액은 2억2천만원이 된다.
 
만약 A조합원이 신축 후 분양받을 건물의 종후자산평가액이 2억2천만원을 초과하면 그 액수만큼 분담금을 내야 한다. 반면 2억2천만원 미만이면 돈을 환급받을 수 있고, 종후자산평가액이 권리가액과 같으면 추가분담금이나 환급액 없이 건물에 입주하거나 그후 매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공은 ‘단, 시행자인 주공에게 매도한 토지 등은 주공이 소유자와 동등한 권리를 행사’라는 단서 조항을 제안서에 제시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분양신청을 포기하거나 철회한 자 또는 관리처분계획에 의해 분양대상에서 제외된 자는 협의해 가격을 정하거나 감정평가금액으로 현금 청산을 하도록 돼 있다.
 
통상적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선택하는 도급제 사업에서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가 시행을 하면 이러한 권리는 조합원 분양분에서 일반분양분으로 전환돼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수입으로 귀속된다. 따라서 조합원 분양분보다 일반분양분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분양만 잘 된다면 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반면 주공은 자신들이 매입한 토지에 대해서는 소유자와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제안해 분양신청 포기자 등의 물건에 대해 신축 건물을 분양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이렇게 되면 시세보다 싼 감정평가 금액으로 토지 등을 매입한 후 신축 건물을 분양받고 팔 때는 시세로 매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조합이 사업을 시행할 때는 현금청산자가 생기면 협의가 안될 경우 감정평가액으로 조합이 매수한 후 이를 일반분양해 그 수입을 조합원의 것으로 귀속하게 된다. 반면 세운4구역에서 주공의 최초 제안대로라면 분양포기자 등으로 인해 생긴 일반분양의 수입이 주공으로 귀속된다.
 
물론 감정평가금액이 시세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수가 있고 주공에서 최대한 협의 후 시가와 비슷한 가격으로 매수할 있지만 협의가 안 됐을 경우 감정평가 금액으로 살 수 있도록 길을 <도정법>에 명시했기 때문에 그 이익은 막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비해 SH공사는 자신들이 매수한 지분에 대해 발생되는 이익을 토지등소유자들에게 모두 넘겨주겠다고 제안했다. 즉 SH공사가 매수한 지분의 이익에서 지분매입자금에 조달된 비용과 사업관리조직 인건비 등 시행비를 제외한 이익을 모두 토지등소유자들에게 귀속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SH공사는 공동주택, 업무시설, 판매시설에 대해 토지등소유자에게 우선분양권을, 판매시설을 집단으로 분양을 받았을 때 관리·운영권을 각각 부여했다.
 
주택공사는 이와 같이 개발이익 귀속에 관한 부분에서 SH공사와 차이가 크자 총회 당일 자신들이 추정한 개발이익 2천400억여원의 10%인 240억여원 만을 시행 수수료로 받고 나머지는 토지등소유자에게 돌려준다고 수정 제안했으나 주민들은 SH공사를 선택했다. 총회 당일 토지등소유자 중 일부는 “주택공사의 수정 제안을 믿지 못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연계도 차이=주공과 SH공사가 제안한 내용 가운데 중요한 차이 중 하나가 지하철 연계 방안이다. 주공은 세운4구역의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세권인 종로5가역과 지하로 연결이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투입되는 공사비 및 회수 방안에 대해서는 사업시행자, 주민대표회의, 지자체와 협의해 결정한다고 제안서에는 명시돼 있다.
 
이에 비해 SH공사는 사업 구역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해 종로5가역 뿐만 아니라 1·3·5호선 환승역인 종로3가역과 연결시키면서 서울시 및 서울 메트로와 협의, 최단기간 내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 세운2·3·4·5구역은 각각 지상 및 지하를 통해 연결하겠다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이익의 차이 5천800억원=양 공사가 제안한 내용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업수지분석을 통한 이익 부분이다. 주공은 총매출액을 1조5천928억원, 총투자액을 1조3천525억원으로 각각 산정, 수익을 총 2천403억원으로 추산했다. 총투자액(사업비)에는 용지비 5천211억원, 공사비 등 8천314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반면 SH공사는 수입액을 1조7천561억여원(VAT 제외), 지출액을 9천325억여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수입액에는 공동주택 5천679억여원(VAT 제외), 업무시설 5천395억여원, 판매시설 6천278억여원, 문화집회시설 207억여원이 포함됐다. 또 지출은 건축비, 분양경비, 부대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처럼 사업성 분석이 각 사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주공은 수익을 2천403억여원으로, SH공사는 이보다 5천833억여원이 많은 8천236억여원으로 각각 추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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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견 반영 이익도 극대화
 
■시사점은…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자를 토지등소유자들이 선택하게 한 방식에 대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업체의 선정 뿐 아니라 공공 시행 시 사업시행자를 누구로 하느냐에 대한 부분도 경쟁의 형식을 갖춰야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이익이라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도정법>에서 공공이 사업을 시행하려면 제8조 제4항 각호의 요건이 갖춰질 경우 시장·군수가 직접 시행하거나 주택공사나 각 지방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
 
또 시장·군수가 주택공사나 지방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때 토지등소유자들의 의견을 묻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재개발·재건축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은 토지등소유자들의 현물을 출자해 하는 민간 사업의 성격이 짙어 소유자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업성이 열악하거나 토지등소유자 간의 갈등이 심해 공공이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될 때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공공이 개입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도권 도시 및 지방에서는 공공, 특히 주공의 개입이 과다하게 발생하면서 지자체와 공기업, 토지등소유자들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특정 공기업을 시행자로 지정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세운4구역의 경우는 비록 공공이 시행을 하지만 공기업을 시행자로 지정할 때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했다는데 업계에서는 의의를 두고 있다. 특히 두 공기업이 서로 경쟁을 해 조건을 살펴보고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선택토록 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시켰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원칙적으로 도정법에서 정한 사업 중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 사업은 조합이나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는 것”이라면서 “세운4구역의 경우 세입자 문제 등 복잡한 상황이어서 공공이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기업을 시행자로 선정할 때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시켰다는 것에 대해 시사점이 크다”며 “업체나 시행자를 선정할 때 실질적인 경쟁 상태가 돼야 토지등소유자의 이익이 극대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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