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재 흑석뉴타운연합회장 “조합원 5%만 ‘세대구분형 아파트’ 선호 미분양 우려”
김용재 흑석뉴타운연합회장 “조합원 5%만 ‘세대구분형 아파트’ 선호 미분양 우려”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2.10.10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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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또 다른 변종 원룸에 밀려

인기 없어 정부가 대책 내놔야

 

김용재  
흑석뉴타운 재개발연합회장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조합 사업에 부담을 주는 또 다른 형태의 임대주택입니다. 도입을 무조건 강제할 것이 아니라 적용 여부 및 가구 수를 조합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정부가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세대구분형 아파트 제도의 적용 여부를 조합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재 흑석뉴타운 재개발연합회장은 흑석뉴타운 세대구분형 아파트 선호도 설문조사 내용을 제시하며 “전체 조합원 중 5% 내외의 사람들만 세대구분형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다”며 “남은 물량은 일반분양으로 돌려야 하는데 일반인들도 세대구분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 미분양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흑석뉴타운 1·2·3·7·8·9구역 등 6개 구역은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라 전체 신축계획 5천247가구 중 31%인 1천670가구를 세대구분형 아파트로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세대구분형 아파트 도입의 문제점은=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강제성을 띠고 있어 무조건 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분양 발생에 따른 피해는 조합에서 감당해야 한다. 흑석뉴타운의 경우 인근에 대학이 있다고 해서 세대구분형 아파트 건립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아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지역은 평균 전체 가구수의 31%를 세대구분형으로 지어야 해 10% 안팎에 불과한 타 지역에 비해 과중한 부담을 지고 있다. 대학들이 많은 서대문구 북아현 뉴타운지구는 오히려 7% 안팎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우리 연합회에서는 서울시에  강제할 것이 아니라 적용 여부 및 가구 수를 조합 자율에 맡겨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이 아파트가 막상 미분양됐을 때의 사후 처리문제다. 일반분양에서도 안팔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이 없다. 흑석뉴타운이 최초로 적용되는 바람에 어디에서 선례를 찾아 참고해 볼 수도 없다. 정부에서는 향후 1~2인 가구가 증가할 것이라며 그에 대한 수요급증에 대비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바로는 정부 말처럼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조합원 설문조사를 해 봤는데도 세대구분형 아파트를 분양받겠다는 조합원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인근 부동산업소에 물어봐도 인기를 끌 것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는 결국 일종의 임대주택의 변종이며 조합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대주택은 법령에 의해 공공에서 매입해 준다고 하지만 세대구분형 아파트가 미분양 시에는 어디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이 피해는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온다.

▲주택으로서 상품성은=원룸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대체 상품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최근 신축한 원룸과 도시형생활주택은 내부 공간에 있어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고 무엇보다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것이 수요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게다가 최근 준주택과 도시형생활주택의 인허가 내용이 대폭 완화되면서 인근에 우후죽순격으로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 그 여파가 흑석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하철이 곳곳에 개통돼 있어 반드시 흑석동에 살아야 할 필요가 있는 세입자도 급격히 줄고 있다.

 

흑석뉴타운 지역 내에는 신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보기 어렵지만, 흑석 뉴타운지역을 약간 벗어난 상도동만 하더라도 많은 숫자의 원룸 및 도시형생활주택이 많다. 정부 및 서울시가 졸속으로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시장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원룸 및 도시형생활주택 등 저렴주택 공급 제도를 완화해 준 것도 정부다. 이들 저렴주택과의 경쟁력을 감안해 세대구분형 아파트의 시장성을 미리 파악했어야 했다.

▲흑석뉴타운에 세대구분형 아파트가 도입된 배경은=흑석뉴타운 인근에 위치한 중앙대학교의 학생 수용 때문이다. 이때는 대학 내에 기숙사가 턱없이 부족해 많은 수의 학생들이 대학 인근 주택가에서 하숙 또는 자취를 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2007년을 전후해 흑석동에 뉴타운사업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중앙대 학생들 사이에서 걱정이 많았다. 뉴타운 반대를 위한 시위가 있었을 정도였다.

 

자신들이 거주할 곳이 없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단독이나 다가구주택이 줄고 아파트가 들어서면 학생인 자신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는 하소연이었다. 이 와중에 흑석뉴타운 재정비촉진계획(안)이 서울시 심의에 상정됐고 심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대책 마련 요청이 포함됐는데 그게 세대구분형 아파트다. 문제는 수요 급감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최근 중앙대 내부에 대규모로 기숙사가 건립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지으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정책 당국에 전하고 싶은 말은=경미한 변경으로 촉진계획 내용을 바꿀 수 있도록 해서 세대구분형 아파트의 적용을 조합원 선택에 맡겨야 한다. 서울시 계획대로 가다간 조합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서 조합 피해가 가중될 경우 조합원들의 재정착률도 낮아질 것이다. 세대구분형 아파트의 수혜 대상자의 한 축인 세입자의 구체적 대상도 명확치 않다. 세대구분형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월세로 80만원 가량을 내야 한다. 대학생 거주환경을 위해 도입한 세대구분형 아파트에 80만원 월세를 내고 들어올 학생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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