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
정비사업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2.11.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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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은 우리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일까요? 요즘 벌어지고 있는 재개발사업 현장의 일몰제 적용에 따른 혼란을 보고 있자니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도시가 만들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도시의 여러 시설(기반시설이라고 합니다)들이 노후화되고 용량이 부족하여 도시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래된 건축물(이것을 노후ㆍ불량건축물이라고 합니다)이 많아지면서 도시기능의 회복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위한 수단이 바로 재개발사업입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들어 서울시내의 불량주거지를 재개발할 필요성이 대두되어 1971년 도시계획법에 재개발사업을 도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초기의 재개발사업은 주로 국가가 재정을 비롯하여 사업전반에 관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자력재개발, 차관재개발, 그리고 위탁재개발 방식 등이 바로 공공이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국가와 공공이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재개발방식이지만 광범위한 도시 재개발사업을 수행하기에는 재정부족이라는 문제로 인하여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공은 계획과 인허가를 지원하고 민간 건설사의 자본을 끌어들여 조합원과 합동으로 재개발을 수행토록 하는 이른바 합동재개발사업이 1983년 도입됩니다.


합동재개발방식(현재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조합방식을 말합니다)이 도입되면서 본격적인 재개발사업의 추진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합동재개발방식은 공공의 재정지원은 거의 전무하고 거의 조합원의 개발이익으로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조합원의 주택도 새로 짓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작동하는 구조가 사업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사업성이 부족하면 사업추진이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많은 부작용이 대두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재개발사업이 국가 또는 공공의 재정지원 없이 기반시설 설치와 주택을 새로 짓는 역할을 해온 긍적적인 측면을 부정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점들만 크게 부각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앞다투어서 재개발사업의 출구전략(일몰제등)과 공공관리를 강화하는 등 재개발사업에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전방위적으로 새로운 제도를 도입ㆍ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도시가 가지고 있는 기반시설 부족과 노후ㆍ불량주거지에 대한 정비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 개정되어 시행하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나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에서 이런 청사진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공공의 재원마련과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도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도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재개발사업이 처음 도입되던 1970년대로 돌아가서 공공이 재원을 마련하여 사업에 투자하고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모두가 환영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정비사업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비사업과 관련한 재원과 기금 등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업성을 바탕으로 시행되는 재개발사업에 대하여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많습니다.


노후화된 주거지를 어떤 방법으로 개량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공공과 민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일 것입니다. 공공이 재정을 투입하여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주택개량을 지원할 지역에 대해서는 과감한 재정적ㆍ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재정적인 지원이 어려운 사업에 대해서는 민간이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쇠퇴한 도시를 재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모든 정비사업에 대하여 재정지원은 거의 없으면서, 또 도시재생을 위한 지속적인 재원마련이 요원한 현실에서 재개발사업의 중단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바라본다면 우리 도시는 경쟁력을 상실할 것입니다. 그리고 도시민들의 주거환경도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과 민간이 서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면 도시재생과 도시민의 주거환경 개선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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