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위기와 한국의 부동산시장
세계경제 위기와 한국의 부동산시장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02.1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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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원
세종사이버대학교 부동산경영학부교수


1997년 우리는 당시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IMF라는 기이한 이름의 괴물과 맞닥뜨려졌다. 기업들은 연쇄부도에 시달렸고 많은 사람들이 차디찬 겨울 거리로 내몰리면서 무고한 생명까지도 잃었다. 단기외환 부족이라는 생경한 이유로 너도나도 생의 끝까지 내몰렸던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경제가 세계경제의 일원이고 그 영향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다. 벌써 16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악몽과도 같은 그 시절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지금 세계는 너나 할 것 없이 경제위기 속에 놓여 있다. 지금의 세계경제 위기는 2008년 미국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촉발되었다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은 830조원의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다. 신용상태가 좋지 않거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의 휴유증으로 우려만 했던 미국발 금융 위기가 현실화된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금융위기를 재정 투입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재정을 투입해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기대했던 민간부문 자생력의 회복은 미약했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악화되었고 각종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만 갔다. 여기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긴축으로 경제전반의 침체가 현실화되어 갔으며 국민들의 생활도 허리를 졸라매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부터 재정투입을 통해 MBS(주택저당증권)를 매달 850억달러(약 90조원)까지 매입하는 4차 양적완화 조치를 하고 있지만 실제 실물경제에 그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면 우리의 경제상황은 어떤가. 한국의 경제구조적 특징은 높은 대외의존도와 금융개방정도를 손꼽을 수 있다. 2011년 기준으로 GDP대비 수출입 의존도가 110%를 상회하고 있다. 다른 말로 내수시장이 취약하고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것이다. 또 IMF를 거치며 경제문호가 개방되면서 우리 금융시장은 완전히 발가벗겨진 상태이다. 취약한 금융시장 구조에서는 외국자본들의 움직임이나 향방이 곧바로 우리의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구조는 지금까지 비교적 건실하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국가채무가 공식적으로 774조에 달하지만, IMF 위기를 교훈삼아 외환보유액을 계속 늘려 작년에 3천269억불로 GDP 대비 32.6%수준이다. 일본의 GDP대비 외환보유비율이 16.9%인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높아 금융파산으로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도 계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빚은 많지만 수입구조는 그나마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미국의 부동산시장이 힘을 잃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황이다. 최고 정점이던 2006년에 비해 70%의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는 100대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고 여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상업용부동산에 대해 보유세를 부과하고 1세대 1주택으로 주택구매를 제한하는 것과 같은 강력한 수요관리정책을 펴는 등 방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부동산은 어떠할까?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덴트의 말을 잠시 빌려 보자. 그는 2020년 정도까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인구구조를 유지할 것이며 주변국가에 비해서 상대적인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이후에 인구감소시대를 맞게 되지만 세대수는 그 훨씬 이후에야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개가 끄덕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점점 은퇴와 고령화로 인해 소비가 주저되고 20~40대의 주 수요층이 신규주택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거나 손실회피(loss evasion)전략으로 대응하면서 더욱 지난한 지경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은 우리는 탐욕이 앞섰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이 기대하고 바라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었다. 수년전부터 경고된 부동산경기 둔화 및 하락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더 이상 맞고 나서야 아프게 느끼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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