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세대 주거문제 ‘강건너 불’이 아니다
실버세대 주거문제 ‘강건너 불’이 아니다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03.14 12: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순석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과거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핵심은 주택공급 확대였지만 이제는 주택수급격차가 크게 완화되면서 주거복지가 주택정책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주거복지 정책은 주로 저소득 주거빈곤층을 돕고 임차가구의 내집 마련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생애주기별 주거문제, 특히 고령가구의 주거문제에 대해 국가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65세 이상의 고령가구가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에 24.8%였지만, 2015년에는 30.2%, 2025년에는 44.2%로 증가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60세도 되기 전에 대부분 은퇴해야 하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면 ‘경제적’ 고령가구 비율은 65세 이상의 고령가구 비율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과거에도 고령가구들이 있었는데 왜 이제 와서 고령가구 주거문제에 정부가 더 관심을 두어야 할까? 그것은 고령가구 비율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진다는 점도 있지만, 과거와 달리 비좁은 공동주택에서의 삶이 일반화된 현 상황에서 고령가구들이 결혼한 자녀, 손주들과 동거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공간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다시 말하면, 고령가구들도 자가주택이든 임대주택이든 신체적으로 버틸 수 있는데까지는 독립적으로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령 은퇴가구들의 경제적 능력은 어떠한가? 국민연금이라는 것이 있지만 수령액의 수준이 정부가 발표하는 2인가구 기준 최저생계비보다 기껏 10여만원 많은 실정이다. 개인연금도 그 역사가 오래지 않을 뿐더러 수탁은행들이 맡아 운용한 수익률은 대부분 정기예금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령가구들이 중장년기에 저축을 통해 마련한 금융자산도 그 금액이 정말 크지 않다면 은행이자로 생활비를 조달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나라 고령계층의 경우 중장년계층보다 자가보유율이 높다. 고령가구들이 자가주택에 거주하는 것은 생활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을 준다. 전월세 인상이나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사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후연금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은 전통적으로 고령은퇴가구의 노후생활자금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산업역군으로 일하면서 중산층을 이루었던 사람들이 대거 고령화되고 있다. 하지만 은퇴 후 근로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자가주택을 유지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버거워진다. 주택관리유지 비용과 주택보유로 인한 각종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더구나 노무현정부 시기에 주택 과세기준을 대폭 인상하고 종부세까지 도입하면서 세금부담이 급증하였다.


물론 고령가구들이 주택을 매각하고 임대주택에 거주하면 되지 않겠냐는 주장도 할 수 있겠지만, 근로소득이 없는 고령가구들이 세입자로 전락할 경우 주거불안정 문제로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 특히 요즈음과 같이 전월세가격이 상승할 경우 전월세 인상분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또한 잦은 비자발적 주거이동은 고령가구들이 살던 곳에서 구축해 놓은 이웃들과의 네트워크를 잃게 하고 새로운 주거지에서 새로운 이웃들과의 관계 구축은 나이가 많을수록 어렵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수명은 2008년에 80.1세였지만 2040년에는 89세로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고령은퇴가구로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고령 세입자가구들은 은퇴 후 주거문제로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고령가구들의 주거문제는 우리가 현재 느끼고 있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이다.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고령가구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복지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자가 거주 고령가구들에게는 주택보유관련 조세를 경감하는 등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고령 세입가구들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또는 공공지원 민간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고령가구들이 부담가능한 수준의 임대료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