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의 현실과 새로운 이정표
정비사업의 현실과 새로운 이정표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03.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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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재건축 아파트와 일부 소형 아파트 등의 거래가 늘면서 부동산경기도 이제 바닥을 다지고 상승 무드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기대감으로 부동산시장이 잠시 고무된 바 있었다. 하지만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좌초위기에 직면했다는 소식에 분위기는 급반전하고 있다.

 

힘들게 피어오르던 부동산시장 바닥론이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다시 가라앉을 위기에 처해 있다. 도시의 발전과 주거환경의 개선에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할 국내 정비사업이 이러다가 재기불능 상황에 빠져버리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클 정도이다. 


개점휴업 중인 국내 정비사업 시장은, ‘소규모 보전형 도심재생’을 내세워 출구전략을 들고 나온 서울시의 행보로 이미 초토화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그 이후의 제도적 환경변화 또한 정비사업의 재기가능성을 대부분 봉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출구전략은 부진한 정비사업 현장의 연착륙은커녕 해당 지역의 주민 또는 조합원간 갈등만 심화시킬 뿐 무엇 하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조합설립 후가 아닌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게 만든 서울시 조례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반분양분 소화가 힘든 상태에서 시공사 선정시기가 늦어져 사업의 초기단계에 조합운영자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이후의 상황은 설명하지 않더라도 불 보듯 뻔하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조합·세입자 등이 함께하는 ‘사전협의체’ 운영을 통해 합의에 의한 이주를 유도함으로써 강제철거를 사실상 막겠다는 방안을 발표하자 토지소유자 또는 조합원의 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등의 비판이 벌써 터져 나오고 있다.

 

합의에 의한 철거진행은 사업기간의 지연가능성을 고조시켜 가뜩이나 각종 비용증가 요인으로 사업성이 떨어진 정비사업에 치명타를 안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2월 여·야 간에 충분한 공감대가 이루어졌다던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민주통합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확인함으로써 정비사업의 현장에 또 다른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오늘날 정비사업이 갈 길을 잃은 채 비틀거리는 데는 장기침체의 부동산경기로 인한 충격파 외에 각종 제도가 개선되기는커녕 역주행하고 있는 탓이 적지 않다.


특히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충분한 준비도 갖추지 않은 채 추진하고 있는 출구전략은 손실보전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따르지 않아 이미 속빈 강정이 되고 있다. 주민 또는 조합원간 갈등만 심화시키거나 건실한 현장마저 사업추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출구전략은 실효성 확보를 위한 상당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공관리제도는 사업기간과 사업비의 단축을 그 효과로 내세웠지만 가시적 성과를 낸 곳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제도 적용 여부를 주민 또는 조합원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조합설립 후가 아닌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게 만든 서울시 조례는 상위 법률과의 부조화 논란을 비롯하여 조합운영자금 조달에 관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므로 정리가 필요하다.


서울시의 철거와 관련한 ‘사전협의체’ 운영문제도 그 취지가 얼마든지 변질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고, 정비사업 업계차원에서도 문제점과 예상 후유증을 제대로 적시하는 등 공동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비사업과 관련한 공공의 역할은 규제와 억제보다는 도시의 기능 확충 및 주거환경 개선과 발전을 위하여 기반시설의 설치와 관련한 부분에 주력하는 등 민간과 조화롭게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비사업은 기존 도심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지리적 장점이 뚜렷하다.

 

비록 지금이 부동산시장의 침체기이기는 하지만, 정비사업 업계 내에서도 막연히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 앞서와 같은 장애요인들을 찾아 개선에 역량을 모으는 ‘정중동(靜中動)’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비사업의 역할과 그 미래는 여전히 충분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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