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공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공과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06.10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우진
(사)주거환경연구원 원장


우리의 재개발·재건축사업은 1983년 도시재개발법의 개정에 의해 합동재개발방식이 도입되면서 본격화 되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나면서 많은 문제들을 노정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문제점이 사업성 위주의 주거지 정비정책이라는 비난이다. 획일적으로 많이, 그리고 높게만 재정비사업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성냥갑 같은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 전면 철거 위주, 중산층 위주의 주택공급정책, 저조한 원주민 재정착율은 항상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항들이었다.


그러나 정부 재정지출이 거의 없이 무허가, 판잣집의 달동네와 노후되어 빗물이 스며드는 아파트 단지들을 불과 30년 만에 완전히 탈바꿈시킨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업방식 때문이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도로나 공원 등 공공기반시설은 당연히 정부의 재정지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60조제2항에 “시장·군수는 시장·군수가 아닌 사업시행자가 시행하는 정비사업의 정비계획에 따라 설치되는 도·시·군계획시설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정비기반시설, 공동이용시설 및 임시수용시설에 대하여는 그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고 하여 부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선언하고 있고, 실제 부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재정비사업은 단지 도시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았다. 유럽의 국가들이라면 당연히 투입되어야 할 도시 재정비를 위한 재정지출을, 도로나 철도 등 타 SOC사업과 사회복지를 위해 사용할 수 있었다. 단순히 정부지출을 줄였다는 의미를 넘어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 등 막대한 세수를 재개발·재건축사업을 통해 확보할 수 있었고, 일용근로자들을 가장 많이 수용하는 사업장이었다. 원주민들은 재개발·재건축 구역으로 지정만 되면 거액의 자금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조합지분을 팔아 다시 값싼 주택으로 이사하고, 나머지는 사업밑천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사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그 이익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구조이다. 기존에 있었던 주택보다 더 좋은 주택을 더 많이, 더 값싸게 지어야 이러한 이익이 많아지고, 새로 짓는 아파트 가격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이익이 생기는 구조이다.


실제 주택경기와 재정비 활성화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주택경기가 좋을 때는 재정비 사업이 왕성하고 주택경기가 침체기에 있을 때는 재정비 사업도 침체되는 사이클을 보였다. 오죽하면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한 주된 정책이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이며, 반대로 주택경기 과열 대책의 주된 정책이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규제였지 않은가? 비판적 시각에서 말한다면 투기를 활용한 도시개발 전략이라 할 것이다.


우리의 재개발·재건축사업 방식은 자원이 부족한, 그러나 정부 지출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 개발도상국에 수출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도시개발 전략상품이 아닌가 한다. 우리정부도 아직은 사회복지 등 타 분야에 지출할 재정도 부족한 실정인데 주택 재정비를 위한 재정지출을 늘이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재개발·재건축 방식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은 몇 년째 안정화 되고 있다. 반면 건설비 등 원가는 상승하였다. 그렇다고 용적률을 더 이상 높일 수 없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추진 동인인 개발이익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개발이익이 적은 지역일수록 사업추진에 대한 반대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개발이익이 줄어들어 사업추진을 망설이는 지역은 정부의 지원을 통해 사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개발이익이 줄어들어 사업추진이 어려운 지역은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통해 정부주도로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구조를 갖고 있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이러한 근본적인 구조적 개선 없이, 나타나는 문제점을 가지고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하는 것은 치료제 없이 일단 수술부터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