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의 주택공급은 필요 없나
대량의 주택공급은 필요 없나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08.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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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사업에 대한 요즘 상황은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입니다. 지방의 정비사업은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점점 더 심각한 양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정비사업에 대한 최근의 이슈는 정부에서 법률을 개정하여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사항들이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지연되고 있다는 것과 서울시의 공공관리 핵심 수단인 자금이 고갈돼 정상적인 공공관리가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과 같이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위축되고 위기에 처한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몇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정비사업에 대한 사회적 부정적인 여론도 그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부정적인 여론 형성은 뉴타운사업이 위기에 봉착하면서 더 증폭되었다고 볼 수 있어서 정확하게 부정적인 사회적 여론과 정비사업의 침체 중에서 무엇이 먼저인지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민간의 사업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져왔던 것을 사회적인 측면으로 확대하여 들여다 보았더니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의 부정적인 요소가 너무나 많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거주자들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것이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분석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석을 토대로 제시한 해결방안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정비사업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공관리제도를 시행하고, 철거위주의 재개발사업을 마을만들기와 같은 현지 개량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이런 해결책이 일정 정도 유효하고 또한 필요성도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철거를 통한 대규모 공동주택 건설방식의 재개발사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현재의 주택을 보존 관리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자는 방법이 요즘들어 사회적으로 대세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런 방향 즉, 저층의 주택을 철거하지 않고 보존관리하자는 것을 외국의 사례를 들어서 도시의 경관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주장은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커다란 문제를 충분히 검토한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앞으로 우리 사회와 도시에서는 대량의 주택공급이 더 이상 없어도 충분하다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요즘 주택시장의 침체 원인 중에 하나로 주택을 필요로 하는 수요보다 훨씬 많은 양의 공급이 있었다는 것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한 결과인 것입니다.


만일 도시내의 주택공급을 지속적으로 제한한다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작용은 우리가 지난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겪어 왔던 시장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대해서 깊이 있는 심사숙고를 한 후에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을 줄이고 주택의 보존과 개량이라는 것을 현재의 정비사업에 대한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제시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고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도시라는 공간이 제공하여야 하는 일자리와 주거공간 그리고 삶에 필요한 공적·사적공간은 필요에 따라 공급되어야 하며, 불필요한 시설에 대한 조정과 재구축 등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들보다 경관이나, 다른 도시와의 비교 데이터의 수준들을 중심으로 접근한다면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거주자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 선진국들의 도시를 부러워하면서 우리도 저렇게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우리 도시에 접목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 선진국들의 도시형성은 길게는 2000년전부터 시작되어 시대가 변화하면서 필요한 시설들이 공급되거나 재조정 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래된 역사적 유물들을 보존하면서 현재의 거주자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고민이 버무려져 우리에게 보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에 맞는 도시를 만들고 그 과정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면서 더욱 힘을 얻어가게 될 것입니다. 재개발·재건축도 그와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고, 그 필요성이 감소한다면 당연히 사업은 추진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재단하는 단순한 문제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시대와 도시민들의 필요와 합의에 의해서 적절히 도시의 재생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길은 아닌지 고민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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