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 운영규정 ‘신고’하면 효력… 법원, 서초구 으름장 행정에 제동
추진위 운영규정 ‘신고’하면 효력… 법원, 서초구 으름장 행정에 제동
신반포3차 주민들 손들어준 재판부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3.08.1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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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행정청 승인사항으로 보기 어렵다” 판결
서초구 “가처분 결정만으로 확정 지을 수 없어”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신고’인지 아니면 ‘승인’인지를 둘러싼 서울 서초구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그동안 서초구는 신반포3차 추진위원회가 제출한 운영규정이 ‘승인’을 받아야만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주민들은 ‘신고’로써 효력이 발생한다며 반박해 왔다.

이에 대해 최근 법원은 “추진위 운영규정은 시장·군수의 ‘승인’을 받아야만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초구는 여전히 ‘승인’ 사항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과 행정청간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계속 커지고 있다.

▲재판부, 운영규정 승인 후 효력발생? 글쎄=추진위 운영규정의 효력발생 시점을 두고 ‘승인’이라고 주장하는 서초구의 ‘안하무인식’ 행정이 비판을 받고 있다.

서초구는 ‘시장·군수의 승인을 받은 날’부터, 주민들은 ‘신고한 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며 대립각을 형성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가 추진위 운영규정은 승인사항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주민들이 주장해 온 의견이 우위에 서게 됐다.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김재호 판사)는 구역내 토지등소유자 주모씨 등 22명이 추진위를 상대로 제기한 ‘안건상정금지 가처분’에서 “추진위원회의 운영규정이 시장·군수의 ‘승인’을 받아야만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전문가, 운영규정은 신고로써 효력 발생=이번 재판부의 결정이 본안소송이 아닌 가처분 결정이어서 추진위 운영규정이 신고사항인지는 명확하게 확정지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들은 추진위 운영규정이 시장·군수의 승인사항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승소로 이끈 법무법인 다원의 정민성 대표변호사는 “과거 추진위 승인을 먼저 받았던 사업장들의 경우에는 추진위 운영규정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행정청에 신고하면 그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며 “이때의 신고는 법적으로 특별한 절차가 없기 때문에 특별히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 역시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추진위 운영규정 상에서 기존 추진위가 시장·군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며 “도정법 시행 당시의 추진위 업무처리기준에서도 분명 시장·군수에게 신고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자문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8월 건설교통부(현 국토부)가 고시한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업무처리기준’ 3-3 2항에 따르면 “2003년 6월 30일 이전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아니한 종전의 추진위는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운영규정에 따라 운영규정을 작성하여야 함”이라고 규정돼 있다.

또 “운영규정의 작성은 추진위 승인을 받은 후 작성해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거나, 추진위 승인신청시 운영규정을 함께 제출할 수 있음”이라고 정해져 있다.

▲서초구, 추진위 변경승인 불가… 사업지연 불가피=추진위 운영규정은 신고로써 효력이 발생한다는 법원의 판결과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서초구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본안소송이 아니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우리 구에서도 신반포3차에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변호사들로부터 추진위 운영규정은 시장·군수의 승인을 받아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자문을 받은 바 있다”며 “행정지도가 잘못됐다면 본안소송을 제기하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로 인해 신반포3차는 사업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의서를 6장만 더 걷으면 조합설립이 가능한데 법적 분쟁으로 인해 더 이상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모든 책임이 서초구에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한 토지등소유자는 “운영규정 제정, 집행부 재구성 등 그동안 잘못됐던 관행들을 바로잡고, 조합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하지만 서초구의 행정력 남용으로 오히려 주민들간 갈등만 커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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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규정은 행정청의 승인사항 아니다
 법적 동의 얻어 신고만 하면 효력 발생”

정민성  법무법인 다원 대표변호사

정민성 대표변호사는 법무법인 다원을 설립하면서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 분야만을 전문으로 수임해 왔다.

그는 무엇보다도 추진위·조합들의 권익보호와 바람직한 정비사업을 추구해 왔다. 신반포3차에게 있어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낸 정 변호사로부터 이번 결정이 갖고 있는 의미해 대해 물었다.

▲이번 결정문에서의 쟁점이 된 이유는=신반포3차의 경우 지난 2003년 7월 서초구로부터 추진위 승인을 받았지만 운영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업무를 진행해 왔다. 이후 추진위 운영규정을 신고했지만 이를 두고 서초구와 일부 주민들이 서초구청장이 승인을 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법원이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과연 추진위 운영규정이 언제 효력을 발생하는 것인가를 확정해야 했다. 따라서 추진위 운영규정의 효력발생 시점이 쟁점이 된 것이다.

▲어떤 의미의 결정문인가=‘추진위 운영규정이 시장·군수의 승인을 받아야만 효력을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의 결정으로 추진위 운영규정 미비 및 위반과 관련해 많은 사업장들이 신반포3차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운영규정에 대한 행정청의 승인을 둘러싼 논란이 잠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행정청에서는 근거 없는 행정지도 등을 남발하는 사례가 많았다. 주민들은 행정청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간 의견 대립이 빈발한 것은 물론 그에 따른 시간과 비용의 소모도 컸던 게 사실이다.

이번 결정을 통해 추진위가 운영규정을 마련하고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으면 행정청의 승인과 상관없이 운영규정은 효력을 발생한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소송에서 특별히 강조했던 점은=신청인 측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강조한 사항은 운영규정이 시장·군수의 승인을 받아야 효력을 발생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도정법 및 관계법령, 추진위 운영규정, 관련 판례 등을 모두 검토한 후 운영규정에 대해 시장·군수의 승인을 받아야 효력을 발생한다는 규정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개정 전후의 도정법에서는 모두 운영규정에 대해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받으라는 것과 추진위에 대해 시장·군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 뿐이다.

특히 도정법 제13조제2항은 추진위 구성 방법에 대한 근거 규정이지 운영규정에 대해 시장·군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아니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추긍했다.

▲추진위 운영규정이 논란이 된 배경은=신반포3차는 이미 지난 2012년 11월 운영규정에 대한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도 서초구는 부칙조항을 수정하지 않으면 운영규정을 승인해 줄 수 없다면서 4개월 동안 승인하지 않았다.

사업추진이 시급한 추진위는 서초구의 운영규정 승인과 상관없이 과반수 동의 요건을 충족한 유효한 운영규정에 의해 주민총회를 개최해 조직구성을 마쳤던 것이다.

하지만 반대세력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서초구의 승인을 얻지 못한 운영규정은 효력이 없다는 주장으로 주민들을 호도했다. 또 세력의 득세를 위한 주민총회를 발의했고 개최를 공고하자 본격적으로 논란이 야기됐다.

▲이번 결정에 따른 영향력은=이번 결정으로 신반포3차 추진위는 지난 1월 선임된 위원장·감사·추진위원들이 안정적으로 재건축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또 운영규정 승인 없이 선출된 추진위원들의 자격 여부 및 총회결의 효력에 대한 주민들의 의심 및 불안을 분식시킬 수 있게 됐고, 반대세력의 근거 없는 공격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결을 제시하며 업무추진에 있어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본안소송으로 이어진다면 결과는=현재는 피신청인으로부터 제기된 가처분이의에 대해서만 대응하면 될 것이다. 본안소송에 대해 언급하자면 오히려 신청인 측이 이번 가처분결정에 반해 강행된 지난 7월 주민총회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안소송 제기 여부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추후에 판단할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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