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 관련 판결 사례 (Ⅰ)
매몰비용 관련 판결 사례 (Ⅰ)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08.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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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전국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추락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조합해산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해산동의서를 제출할 것인지를 고심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조합해산시 조합원 개인의 매몰비용 분담여부는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할 중요한 문제다.


조합이 해산되어도 정비사업을 위해 투입된 각종 비용에 관하여 조합원이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사업성이 불투명한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아무래도 조합해산동의를 결정하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조합해산을 주도하는 측에서 해산동의서 징구를 촉진하기 위해 ‘매몰비용 분담 걱정하지 마시라, 여기 조합원 책임을 부정하는 법원 판결들이 있다’며 서넛 정도의 판결 번호를 나열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누가 어떤 의도로 그 판결문들을 긁어모았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효과만큼은 만점이다. 판결문 자체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어찌어찌하여 판결내용을 확인할 기회가 있다 해도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이 판결문들이 바로 매몰비용에 관한 조합원들의 책임이 부정된다는 명백한 근거다’라는 확언이 여과 없이 진실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상당하다.


매몰비용분담에 관한 문제는 조합해산동의 여부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이기에 무책임한 선동보다는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그만큼 중요하다. 


유인물 등을 통해 빈번히 언급되는 판결 중 먼저 ‘대법원 95다28991 판결’을 살펴보자.


이 판결은 ‘지역주택조합’에 부과되었어야 할 개발부담금이 조합원에게 잘못 부과된 사안에서 “조합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개발부담금 채무와 조합원의 조합에 대한 분담금 채무는 별개의 채무이므로 조합원이 직접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개발부담금의 납부의무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조합에 부과된 개발부담금을 조합원들에게 어떤 비율로 분담하게 하는가는 전적으로 조합원 총회의 결의나 조합의 규약이 정하는 절차를 통하여 확정되는 것이므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임의로 조합원의 분담비율을 확정하는 것은 조합원에 대하여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이다.


본 판결은 크게 조합과 제3자 사이의 채권채무관계(개발부담금 채무)와 조합과 조합원의 내부적 채권채무관계(분담금 채무)는 엄연히 구분되며 조합원이 직접 대외적인 조합채무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당연한 법리를 확인하는 부분(이하 ‘①판단’)과, 각 조합원이 내부적으로 조합에 대하여 부담하는 분담금 채무(전체 조합원 간 비용분담 비율)는 조합의 채권자인 제3자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총회 결의나 조합의 규약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정하여 진다는 법리를 확인하는 부분(이하 ‘②판단’)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①판단은 조합이라는 단체가 대외적으로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를 단체의 구성원에 불과한 조합원이 직접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재개발·재건축등 정비사업의 경우에도 보편타당하게 적용할 수 있는 법리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리로부터 정비사업의 매몰비용을 조합원들이 분담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곧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조합원들이 매몰비용을 분담하여야 한다는 입장 역시 조합원들이 조합의 채권자에 대하여 직접 채무를 부담하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조합에 대한 비용분담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매몰비용에 대한 최종책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②판단 역시 전체 조합원들 간의 비용분담 비율(이는 곧 각 조합원의 분담금 채무를 의미)은 조합원 총회 또는 조합규약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조합 스스로 확정하여야 하는 것이지 제3자가 임의로 확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확인한 것일 뿐, 반드시 조합원 총회의 분담비율 확정결의가 있어야만 조합원의 분담금 채무가 발생하며 총회에서 분담비율을 정하지 않는 이상 조합원들이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즉 위 대법원 판결은 조합원들의 비용분담 비율은 단체 내부적인 문제로서 조합원 총회나 규약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정하여 지는 것이기에 제3자에 불과한 조합채권자가 임의로 조합원들의 비용분담비율을 정하여 조합원에게 이를 강제하더라도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에 주된 취지가 있으며 분담비율을 확정하는 총회결의가 없는 한 조합원들이 비용에 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백보양보하여 조합원들의 매몰비용 부담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일부의 주장을 좇아 위 판결 취지를 ‘비용분담비율을 확정하는 조합원 총회 결의가 없는 한 조합원들은 어떠한 비용도 분담할 책임이 없다’는 의미로까지 확대해석한다면 이는 ‘지역주택조합’ 사안에서만 타당할 뿐 정비사업조합에 확장하여 적용할 수 없는 제한적 법리를 확인한 것에 그친다고 보아야 한다.


 〈다음 기고에서 계속〉
 ☞ 문의 : 02-584-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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