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시 서면결의의 효력
결선투표시 서면결의의 효력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10.0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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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정비사업 조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조합원 총회다. 조합원 총회의 의사결정을 위해 정관상 요구되는 정족수는 통상적 안건인 경우 ‘전체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 결의’이다. 전체조합원 과반수는 의사진행에 필요한 의사정족수, 출석조합원 과반수는 안건의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의결정족수다.


일반적으로 조합원 총회에 상정되는 안건은 찬·반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특정한 회계년도를 위한 예산안을 제시하며 그에 관하여 찬성 혹은 반대를 묻는 내용으로 안건을 구성한 후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참석하고 출석조합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해당 안건이 적법하게 의결되어 예산으로 성립하게 되는 식이다.


그런데 일반적 안건과는 달리 찬·반 의사표시가 아니라 특정한 대상을 선택하여야 하는 안건도 존재한다. 임원 선출에 관한 안건이 대표적이다. 가령 조합장 선출에 있어 입·후보자가 복수인 경우 조합원들은 찬성 혹은 반대가 아니라 특정인을 선택한다는 내용의 의사를 표시하여야 한다.


비록 안건에 대한 의사표시 내용은 다르지만 해당 안건의 통과에 필요한 정족수는 일반 안건과 다르지 않기에 선출안건에 관해서는 출석조합원 과반수라는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비교적 잦은 편이다.
이 경우 엄밀히 말한다면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것이 되어 부결로 처리하는 것이 논리적이겠지만 대부분의 조합들은 이른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여 안건부결 사태를 방지함으로써 조합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다.


결선투표제의 구체적 내용은 각 조합별로 다를 수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내용은 1차 투표에서 출석조합원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위 득표자와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하여 다득표자를 당선자로 확정하는 것이다. 그리 어려울 것 없는 손쉬운 방법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결선투표제에는 현실적으로 제기되는 만만치 않은 법적 쟁점이 숨어 있다.


서면결의자들을 결선투표 과정에서 어떻게 취급하여야 타당하냐는 것이다. 서면결의 자체에 결선투표에 관한 의사가 표시되어 있을 경우 그 의사표시의 내용대로 참석과 의결의 효과를 부여하면 되므로 문제될 것 없다.
그러나 대부분 서면결의에는 단순히 안건에 관한 의사만 표시될 뿐 별도로 결선투표에 관한 의사표시는 존재하지 않기에 결선투표에서 서면결의의 효력이 다투어지는 것이다.


먼저 서면결의에 결선투표에 관한 의사표시가 없으므로 결선투표에 참석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아예 의사정족수에서 배제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본래 서면결의가 직접 참석이 불가능한 조합원의 의결권 행사를 보장하고 의사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총회의 무산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 결선투표 역시 선출안건에 관한 의결정족수 부족상황에 대비하여 경제적·시간적 측면에서 조합운영의 묘를 살리는데 목적이 있다는 점, 소수의 직접투표자의 의사만으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것은 다수 서면결의자들의 의사를 근거없이 무시하는 것이 되어 직접참석자와 서면결의자를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고  조합원 전체의 의사를 왜곡할 우려가 크다는 점 등에 비추어 찬성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서면결의자를 의사정족수에 산입하되 의결정족수에서 배제하면 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서면결의 효력을 너무 쉽게 부인함으로써 소수의 직접참석 조합원들에 의해 안건 통과 여부가 결정되는 의사 왜곡 현상 및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동조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서면결의자들은 결선투표 과정에서 의사정족수는 물론 의결정족수에도 산입되어야 한다고 본다. 결선투표 제도는 본질적으로 조합원에게 기존에 행사한 의결권의 내용을 변경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에 A라는 후보를 선택하였다 하더라도 결선투표에서는 의사를 번복하여 B라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직접참석자의 경우 안건에 관한 토론·비판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기존에 형성하였던 의사를 번복하고 새로운 의사를 형성할 기회를 갖게 될 뿐 아니라 결선투표에서 이미 행사한 의결권의 내용을 변경할 기회도 누리게 된다.


반면 서면결의는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총회현장에서의 토론·비판이나 결선투표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의사를 형성하거나 번복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고 바로 그 점 때문에 해당 안건에 관한 그들의 의사표시는 변경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확고하다.


따라서 서면결의자들과 직접참석자들 사이에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의 합리적 차별이 있다면 현장성이 전제되는 토론·비판 참여 및 결선투표에서의 의사번복 가능성 정도다. 이를 넘어 서면결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서면결의 제도의 취지, 결선투표제의 본질 및 조합원 의결권 보호, 나아가 우리 헌법의 근본가치인 평등의 이념과 부합하기 어렵다고 본다.


 ☞ 문의 : 02-584-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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