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방배5구역 수주전 불꽃전쟁
10대 건설사, 방배5구역 수주전 불꽃전쟁
확정지분제에 책임분양까지 요구… 손익계산 분주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3.10.31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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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고정 등 담은 입찰지침서·공사계약서 공개
조합임원간 ‘갑론을박’… 특정 건설사 비호 의혹도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의 시공자 선정 입찰지침서가 공개되면서 10대 건설사들이 주판알 튕기기에 분주하다. 현재까지의 중론은 과도한 조건이라는 게 대부분 건설사들의 반응이다. 확정지분제, 책임분양 등 지분제 사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들이 모두 조합원들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조합원과 건설사의 입장차로 인해 자칫 사업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조합임원들 사이에서도 확정지분제 방식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조합임원들이 특정 건설사를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사회에서 결정된 확정지분제 방식의 여파가 향후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확정지분제 성격이 큰 입찰지침서 공개=지난 15일 방배5구역 재건축조합(조합장 진갑섭)은 조합사무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입찰지침서 및 공사계약서안을 심의했다.

그 결과 확정지분제와 변동지분제를 놓고 10명 이사들의 의견은 5:5로 팽팽하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의장의 권한으로 확정지분제로 결정, 심의를 마친 후 지난 21일 구청에 접수했다. 업계에서는 이사회에서 심의된 입찰지침서가 그대로 통과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사회를 통과한 입찰지침서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사안은 일반분양가 차등제시, 책임분양 비율배분 등이다. 이를 두고 조합임원들간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먼저 일반분양가는 한 가지 금액만을 제시하도록 정했다. 이 경우 지분율도 한 가지로 확정된다. 나아가 일반분양가도 참여 건설사가 제시하도록 했다. 일반분양가로 인한 지분율이 조정될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반분양가를 3가지로 나눠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럴 경우 건설사의 입장에서는 일반분양가별로 지분율을 다르게 제시할 수 있다.

향후 어떤 분양가를 적용하는지에 따라 지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미분양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른바 변동지분제인 셈이다.

이와 함께 조합은 일반분양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시공자가 지도록 결정했다. 건설사가 제시한 일반분양가에서 향후 수익이 발생하거나 손실이 나더라도 모두 시공자의 몫이라는 얘기다.

조합 관계자는 “일반분양가를 3가지로 나눠 제안하도록 하면 가장 높은 지분율을 제시한 건설사가 시공자로 선정될 수밖에 없는데 향후 계약할 때는 낮은 지분율을 들이 밀어 조합과의 불화가 생기게 된다”며 “시공자가 책임분양을 하지 않는다면 지분제의 목적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경쟁입찰로 컨소시엄 가능… 입찰보증금은 150억원=이사회를 통해 입찰지침서가 공개되면서 건설사들의 참여기준도 결정됐다.

먼저 입찰방식은 일반경쟁 입찰방법이며, 건설사간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보다 많은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셈이다. 입찰보증금은 150억원으로 정했으며, 이 중 절반은 이행보증 보험증권으로 납부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입찰보증금이 과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조합의 반론이다.

총 공사비의 10% 수준인데다가 건설사간의 컨소시엄이 가능해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에 대해 참여를 앞둔 건설사들도 사업규모가 워낙 커 컨소시엄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조합원분양가와 일반분양가의 차이를 두도록 했고, 범위는 시공자가 제시하도록 했다. 다만 조합원분양가는 조합이 제시하며 추후에 통지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6천500억원이며, 예상공사비는 직접공사비, 철거공사비, 이주비 금융비용 등을 포함한 3.3㎡당 450만원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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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회 통과 여부 의문시… 무산 땐 사업지연 불가피

 

■ 관전 포인트는
방배5구역의 확정지분제 방식이 향후 사업추진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업계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분제 결정으로 한차례 일부 건설사들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확정지분제가 또한번 건설사들의 수주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초 방배5구역은 지분제와 도급제를 사이에 두고 심각한 갈등에 빠진 바 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등은 지분제로 결정될 경우 입찰참여를 거부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지분제로 결정되면서 해당 건설사들의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심지어 현대건설은 입찰포기를 염두에 두고 있을 정도다.

이후 이사회를 거쳐 입찰지침서가 공개되면서 더욱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지분제라도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건설사들 역시 대부분 변동지분제를 원했지만 결국 확정지분제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확정지분제에 대한 부담으로 다수의 건설사들이 입찰참여를 포기할 경우 향후 유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폐해가 바로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이다. 이 단지는 시공자 선정에 우여곡절을 겪은 대표적인 단지다. 당초 고덕주공2단지는 지분제 방식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조합이 고지분율을 요구하면서 건설사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그러다가 결국 사업방식을 도급제로 전환하면서 시공자 선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시공자를 선정하는데 1년여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와 함께 향후 대의원회의 결정이 남아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의원회는 이사회를 통해 심의된 사안들을 처리하는 의결기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대의원들이 확정지분제를 거부할 경우 입찰지침서의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기도 과천주공2단지에서 벌어졌던 사안이다. 시공자 선정 당시 과천주공2단지는 입찰을 마감하고도 대의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바 있다. 건설사가 제시한 지분율이 불만스러웠기 때문이다.

이후 대의원들의 요구에 맞춰 가장 낮은 지분율을 삭제하면서 결국 시공자 선정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사업지연에 따른 출혈은 컸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현재 방배5구역의 입찰지침서를 살펴보면 일반분양가 고정이나 책임분양 등의 조건들이 조합원들의 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며 “현재와 같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조합이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오히려 사업추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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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조건에 실망
변동 지분제 요구도

 

■ 건설사 반응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웠던 10대 건설사들은 방배5구역의 사업조건이 확정지분제로 결정됐다는 소식에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향후 주택시장에 맞춰 입찰조건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변동지분제를 내심 원했기 때문이다.
향후 주택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반분양가를 한 가지로 고정해 지분율을 제시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건설사들의 판단이다.

나아가 미분양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시공자가 져야 한다는 내용도 부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이사회 당시 논의됐던 일반분양가를 3가지 형태로 나눠 여기에 맞는 지분율을 각각 제시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또 높은 일반분양가로 인해 미분양이 발생했을 경우 조합도 일정정도 책임지면서 시공자의 부담을 조금은 덜어줬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당초 지분제로도 입찰참여를 적극 고려하겠다던 건설사들은 주판알 튕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방배5구역을 수주목표로 두고 있는 다수의 건설사들은 지분제 방식이라도 일반분양가에 따른 지분율 변동이 가능한 조건이 제시되기를 원했을 것”이라며 “현재의 확정지분제 조건에서 입찰참여가 가능할지 여부를 놓고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일반분양가가 고정된 상태에서 분양책임을 모두 시공자가 떠안는 확정지분제 조건이 사실상 부담이다”며 “조합과 시공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조건인 변동지분제로 결정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어쨌든 지분제 방식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조합의 수익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며 “현재의 입찰제안서가 앞으로도 여러 과정을 거쳐 어떻게 변경될지 모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건설사들은 확정지분제 결정이 부담된다는데 동감하면서도 조합원들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당사는 투자개념으로 수주전에 참가한 만큼 현재의 사업조건으로 인한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다”며 “이미 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사안인 이상 이제 와서 뒤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에서 조합이 작성한 입찰지침서가 부담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향후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입찰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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