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해산과 매몰비용 논란
조합해산과 매몰비용 논란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10.3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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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섭
주거환경연구원/부장


재개발·재건축사업을 규정하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제정·시행된지 벌써 11년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이제는 정비사업에 대한 대부분의 틀이 확립됐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 위한 ‘선계획 후개발’ 개념에서부터 추진위·조합 등 사업추진 단계별 업무처리,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임대주택 의무건립, 시공보증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도입, 정보공개 등 투명성 확보와 그에 따른 벌칙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공공관리까지 많은 제도들이 정착돼 가고 있다.


이 같은 제도들은 대부분 재개발·재건축이 황금알을 낳던 시기에 규제 위주의 시각에서 만들어졌다. 지금과 같이 부동산경기가 침체된 상황과는 맞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업성은 떨어지는데 규제 강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 벌어지게 되자 전국의 수많은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그대로 멈춰 버렸다. 그러자 서울시 주도로 나온 게 이른바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이다. 사업이 될 수 있는 곳은 지원해 주고, 그렇지 않은 곳은 퇴출시키자는 게 핵심이다.

 

■ 뉴타운 출구전략 발표 이후 추진위·조합 잇단 해산과 매몰비용 논란
현재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뉴타운 출구전략 이후 실태조사를 통해 정비(예정)구역 등에 대한 해제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주민갈등의 핵심인 매몰비용 처리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조합설립에 이르지 못하고 해산한 경우 매몰비용에 대한 지원근거는 도정법 제16조의2에 명시돼 있다. 추진위가 취소된 경우 시장·군수는 해당 추진위가 사용한 비용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


일례로 서울은 검증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결정한 금액의 70%를, 경기도는 70%를 경기도와 시·군이 5:5로 지원할 수 있다. 인천시는 2013년 9월 현재 지원을 위한 조례개정안이 보류된 상황으로 별도의 지원책은 없다.


우리 주거환경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조합설립 이전 기간동안 통상 약 8억원의 사업비가 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추진위 중도해산에 의한 매몰비용은 구역별로 3억~5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문제는 사업단계가 많이 진척된 조합단계의 해산이다. 이 경우 추진위 중도해산과는 상황이 확연히 다르며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대략 40억~5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다.

 

■ 추진위 등의 해산과정의 책임
올해 초 도정법이 개정되면서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등 동의로서 추진위나 조합 해산을 신청하는 경우 추진위나 조합의 설립인가를 취소토록 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사업을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들은 이 규정에 따라 추진위 등의 해산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일단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해산되면 그동안 사업추진에 소요된 비용처리와 관련해 시공사를 비롯한 협력업체들이 기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임원들의 부동산에 대해 압류조치가 이뤄지고, 임원 또한 조합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함으로써 결국 조합원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추진위나 조합을 해산시킨 사례를 살펴보면 해산시 발생하게 되는 매몰비용의 정산에 따른 문제점 등을 고려하지 않아, 협력업체가 일방적인 계약해지에 대한 책임을 물어 매몰비용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액까지 요구하는 등 토지등소유자의 피해만 커져 가고 있다.


정비사업은 조합이 사업시행주체로서 시공사를 비롯한 협력업체들과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다.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목적도 원할한 사업진행을 위해 각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기술력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조합에서 중도해산 얘기가 불거지면 협력업체는 계약을 포기하거나 방관자로 둔갑한다. 계약만 유지한 상황에서 조합이나 추진위원회에 어떠한 사업추진 방안도 제시하지 않는다.


협력업체 선정 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신속한 사업추진을 지원하겠다, 최고의 가치를 실현시키겠다’ 는 등 약속을 했지만 이러한 약속들이 이제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협력업체의 이익을 보존하기 위해 손해배상청구 등의 행위를 하고 있다.

 

■ 해산에 대한 신중한 인식 필요
정비사업은 여러 협력업체의 참여와 많은 비용이 수반되어 진행되는 사업으로 각각의 사업단계별 동의시 신중해야 한다. 추진위나 조합이 해산될 경우 향후 매몰비용 정산 업무에 대한 수행 주체가 사라져 정산책임은 고스란히 조합원 모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나가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악화될 소지가 크고, 이미 몇몇 사업장에서는 심대한 갈등을 겪고 있기도 하다.


조합 단계에서의 해산에 대한 매몰비용을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내용의 입법이 진행되고 있으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입장 차이가 확연해 법제화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무분별한 조합 해산을 막기 위해서는 조합설립 동의요건과 마찬가지로 토지등소유자의 75%이상의 동의로 해산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토지등소유자들은 추진위나 조합이 먼저 해산될 경우 시공사 등의 협력업체는 반드시 매몰비용 회수를 위해 임원 또는 토지등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압류조치 등의 법적조치를 행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조합이 자체적으로 포기하는 게 능사가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하며, 최후의 수단으로 토지등소유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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