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공자 선정시기, 조합설립 이후로 환원돼야
서울 시공자 선정시기, 조합설립 이후로 환원돼야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11.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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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
법무법인 영진 변호사


서울시는 2010년 7월 공공관리라는 미명하에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개정하여 재건축·재개발조합의 시공사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조정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시공사가 선정되어야 비로소 조합에 사업자금이 들어온다. 시공사가 조합에 사업비를 대여하거나 또는 시공사의 지급보증하에 시중은행으로부터 사업비를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 조합들은 시공사 선정시기가 늦춰질 경우 자금이 없어 사업시행인가까지 사업을 끌고 갈 수도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고, 서울시는 정비사업비 대출제도를 만들었다. 이 제도를 통해 조합설립인가전에 5억원, 조합설립인가후 시공사 선정시까지 5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되었다.


며칠 전 한남뉴타운의 한 재개발조합의 조합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홍보업체 사장이 2년전 총회 용역비를 지급해달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한다고 한다.


당시 홍보요원으로 일했던 아웃소싱요원들도 하루가 멀다하고 돌아가며 독촉 전화를 한다고 한다. 조합의 사무직원도 월급을 주지 못해 오히려 눈치를 봐야 하고, 마음 놓고 일을 시킬 수도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조합 임원들에게 수 백만원씩 돈을 빌렸고, 외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죄다 외상으로 버티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현재 건축심의를 준비 중인데 업체는 또 왜 이렇게 많이 뽑아야 하는지, 일은 더딘데 외상거래라 큰 소리를 칠 수도 없다고 한다. 시공사는 잘하면 내년 말이나 선정할 수 있을텐데, 그 때까지 무슨 수로 버텨야 하는지 걱정이란다.


서울시에서 빌린 돈은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게 코끼리 비스켓이라고 한다. 구역이 워낙 커서 총회 한번 하는데 4억원씩 들어간단다.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정비업체와 설계업체 계약금만이라도 지급해야 하는데, 그것도 지급하지 못해 협력업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시기를 늦춘 가장 큰 명분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하면 도급공사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면에는 시공사가 제시하는 도급공사비에 거품이 있다는 의혹이 도사리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들이 있다.


시공사의 도급공사비 항목을 보면 금융비용이라는 항목이 있다. 바로 시공사가 조합에 대여하는 사업비에 대한 이자비용 등이 반영된 것이다. 조합이 서울시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에도 이자가 붙는다. 공짜가 아니다. 신용대출의 경우 연 5.8%다. 서울시는 이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다. 시공사 선정시기가 늦어질수록 조합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늘어만 간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조합에는 자금이 없어 일이 더디다.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공사를 늦게 선정함으로써 도대체 조합이 무슨 이득을 본다는 말인가? 조합의 손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전가된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과거 2002년 도시정비법을 제정할 당시 시공사 선정시기를 언제로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도시정비법 시행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 됐다.


도시정비법 제정전에는 시공사 선정시기에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예비 추진위원회 단계부터 시공사를 선정했었다. 여기에 폐단이 있다고 하여 시공사 선정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도 해보고, 사업시행인가 이후로도 해봤다가 최종적으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결론 지워진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어줍잖은 논리로 시공사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늦춰 버렸다. 국토부는 이것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도시정비법상의 공공관리규정을 개정하여 하자를 치유해 주기까지 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조합들이 다시 한번 뭉쳐 서울시에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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