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신
이너시티 대표이사
서울시의 통계에 따르면 정비사업기간은 약 8년 반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짧지 않은 기간입니다.
그런데 이 통계는 지난 과거의 통계로 최근 몇 년만 따로 계산해보면 아마도 상당기간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비사업기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최근들어 주택시장여건이 좋지 않아 사업이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뉴타운로 인한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하면서 기존에 추진하던 재개발사업들도 상당기간 지연되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비사업기간이 처음 시작할 당시의 예상보다 지연되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주민의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주택시장이 상승국면이었던 시기에는 사업지연으로 늘어난 비용을 분양가 상승을 통해 상쇄하는 방법으로 조합원의 부담을 줄여 왔지만 최근과 같이 분양가 상승이 어려운 경우에는 조합원의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정비사업이 지연되어 사업이 장기화 되면 어떤 비용들이 증가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조합운영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운영비용이 증가될 것입니다.
둘째로는 공사비의 증가가 나타나게 됩니다. 시공사의 공사비는 일반적으로 계약체결일로부터 물가상승률에 따라 공사비를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10년 평균이 약3%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를 공사비에 대입할 경우 매년 평당 10만원가량이 인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로는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투입한 사업비와 이주비 등에 대하여 금융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금융비용을 연6~7%정도로 이미 집행한 금액에 대해 사업지연기간만큼 이자가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조합이 사업비를 건설사로부터 무이자로 조달 받는다고 하더라도 건설사의 입장에서는 정해진 기간보다 더 늘어나는 금융비용은 다시 조합과 조합원에 청구하는 방법으로 보전 받으려 하기 때문에 실제로 조합과 조합원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넷째로는 물가상승률이나 금융비용처럼 현금으로 계량화하기는 쉽지는 않은 사회적 비용입니다. 예를 들면 조합원간의 알력과 갈등으로 인해 합의에 의한 사업추진이 어려울 경우에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여러가지 형태의 비용입니다. 이는 사업지연뿐만 아니라 사업갈등으로 인한 개인들간의 정신적인 고통도 비용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위와 같은 비용들은 정비사업을 하는 동안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으나 여기에서는 사업초기에 예상하였던 비용을 크게 벗어나는 것들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정비사업이 예상한 기간보다 더 지연되는 데에 따른 비용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을 시작하면서 종료할 때까지 예정된 시간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특히, 사업비의 본격적인 투입이 시작된 이후에는 조합원의 수익성 개선을 위하여 부득이 사업을 순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더더욱 사업지연은 방지하여야 할 것입니다.
정비사업의 지연이 일어나는 원인은 부동산시장과 같은 사업 외적인 요인을 제외하면 대체로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과 협력업체들의 비 전문성으로 인한 사업절차상의 하자로 인하여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의 사례가 적지 않은 데 이에 대한 비용의 증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많지 않지만 이로 인한 사업지연과 비용증가는 흔히 목격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조합과 조합원, 정비업체, 그리고 시공사 등의 이해관계집단의 과도한 욕심으로 인한 갈등의 발생이 사업지연 요인 중에 하나입니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은 양보와 타협을 통해서 성공적인 사업이 되도록 하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로는 조합집행부와 조합원간의 갈등이 커질 때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갈등이 커지는 이유는 사업성 악화와 정비사업 업무추진에 대한 불신에 기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역을 위한 헌신적인 집행부의 노력을 조합원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려서 정비사업에 대한 불신을 방지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비사업이 정해진 일정대로 순항하는 것만이 조합원의 추가 부담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